첫 출근 날 지적장애 여성 성폭행한 혐의
法 "피해자 진술 일관되고 신빙성 있어"
"취업 미끼로 범행…중형 불가피" 징역 5년
[서울=뉴시스]신유림 기자 = 중고거래 플랫폼의 구인 광고를 보고 첫 출근한 20대 지적장애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50대 업주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업주는 성폭행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오히려 피해자의 행동을 문제 삼았지만,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의 판단 근거는 무엇이었을까.
사건은 2024년 6월 경남 양산시의 한 출장세차 업체에서 시작됐다.
당근마켓 구인 광고를 보고 일자리를 구한 지적장애 여성 A(당시 24세)씨는 첫 출근 날부터 예상치 못한 일을 겪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50대 업주 B씨는 출근 첫날 사무실에서 청소하던 A씨를 강제추행한 데 이어 인근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튿날에도 A씨를 다른 숙박업소로 데려가 강제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A씨는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B씨는 범행을 멈추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 사실을 어머니에게 털어놓은 A씨는 6월 12일 어머니와 함께 경찰서를 찾아 고소장을 제출했다.
수사 끝에 B씨는 장애인 강간과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같은 해 8월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도 적용됐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울산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이대로)는 지난해 1월 17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장애인강간·강제추행) 및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 과정에서 B씨는 A씨와 모텔에 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성폭행과 강제추행 혐의는 부인했다.
B씨는 평소 업무를 마친 뒤 씻거나 쉬기 위해 모텔을 이용했다며 A씨가 자신을 따라 들어왔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피해자가 의도적으로 모텔에 따라왔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해바라기센터와 경찰, 법정에서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진술한 A씨의 말에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 진술에 대해 "강제추행 및 강간 범행에 관하여 주요 부분이 일관되고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B씨는 수사 과정에서 진술을 여러 차례 번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처음에는 A씨와 모텔에 간 경위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다가 이후 동행 사실을 인정했고, 신체 접촉 여부에 대해서도 말을 바꾼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객관적인 증거도 B씨의 주장과 다르다고 판단했다. 숙박업소 폐쇄회로(CC)TV에는 A씨가 B씨의 뒤를 소극적으로 따라가는 모습이 담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A씨가 먼저 모텔로 뛰어 들어갔다는 B씨의 주장과 배치된다.
A씨가 제출한 옷에서도 B씨의 DNA가 검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이 같은 감정 결과가 신체 접촉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봤다.
피해자 진술의 일부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었지만, 재판부는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틀에 걸쳐 여러 차례 피해가 발생한 데다 지적장애 특성까지 고려하면 "피해자가 일부 세부적인 상황에 관하여 다소 일관되지 못한 진술을 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피해자가 사건 직후 어머니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고 신속하게 신고한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허위로 피고인을 고소하였다고 볼 만한 흔적이나 동기는 발견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서 "B씨는 취업이라는 미끼와 사장과 직원이라는 지위관계를 이용하여 지적장애가 있는 피해자를 채용 첫 날부터 자신의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도구로 삼았다"고 질타했다.
또 피해자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는 데다 B씨가 뚜렷한 근거 없이 피해자를 비난하는 태도를 보인 점 등을 지적하며 "피고인에게는 중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B씨에게 동종 성폭력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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