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캐스팅=매진' 깨지고 뮤지컬 시장 역성장
배우 개런티 거품에 재탕…'회전문 관람' 실종
美 브로드웨이, 개런티 상한 두는데 한국은 없어
25일 문화계에 따르면 최근 예술경영지원센터(KOPIS)가 발표한 '2026년 상반기 공연시장 통계'에서 뮤지컬은 공연 건수가 13.1% 증가했음에도 티켓 판매액은 22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 감소했다. 국악과 무용 역시 전년 동기 대비 티켓 판매액이 줄어들며 감소세를 나타냈다.
반면 연극 티켓 판매액은 105% 폭증한 759억원을 기록하며 뮤지컬의 빈자리를 매섭게 파고들었다. 이와 함께 침체된 무용 시장 내에서도 '발레'만은 유일하게 전 지표(공연 건수·회차·예매수·판매액)가 상승하며 나홀로 성장세를 보였다.
무용의 공연 건수는 9.0% 늘었으나 티켓 판매액(-17.9%), 예매 수(-8.9%), 회차(-4.0%)가 모두 역성장한 가운데, 발레 티켓 매출액(58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36.2% 급증해 한국무용(-30.9%)과 현대무용(-72.7%)의 가파른 감소세와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
뮤지컬 시장의 위축은 여름 성수기까지 이어졌다. 한 작품을 여러 번 관람하던 마니아들의 '회전문 관람'이 끊기면서, 막강한 팬덤을 자랑하는 박효신이 주연을 맡은 대작 뮤지컬 '베토벤'(6월 9일~8월 11일 공연)마저 일부 회차에서 객석을 다 채우지 못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현장에서는 이 같은 위기가 예견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승우·박효신·김준수 등 뮤지컬 주연으로 출연하는 톱스타 배우들이 회당 5000만~6000만원 안팎의 개런티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일반 대극장(1200석 기준) 회당 티켓 매출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높은 개런티 부담은 결국 티켓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한 공연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어려울수록 제작사들의 스타 의존도는 오히려 더 높아져 배우 몸값은 내려가지 않는다"며 "여기에 최근 불경기로 2030 세대의 현금 유동성까지 말라붙으면서 티켓 구매력이 크게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공연 기획 관계자는 "스타를 캐스팅해서 제작비 20여억 원을 썼다고 하는데, 배우 개런티 비중이 대다수"라면서 "대극장 돌아가는 레퍼토리는 뻔하고, 예전 작품들을 10주년 등의 명목으로 오래 우려먹는다. 작품도 업그레이드 안 됐는데 예전에 했던 똑같은 공연이 그대로 올라오면서 17만~19만원을 받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작품의 질을 높여야 사람들이 돈을 쓰지, 스타들을 데려온다고 관객들이 19만원을 덥석 지불하겠느냐"라며 "예전에 14만~15만원 할 때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쓸 수 있어' 했는데, 19만 원이 되니까 심리적 저항선을 넘어섰다"고 덧붙였다.
스타만 앞세운 고가의 뮤지컬에 지친 관객들은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와 확실한 무대 경험을 보장하는 연극과 발레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대작 연극들이 상반기 시장의 흥행을 견인한 가운데, 스타 없이 6~9만원대 가격으로 대극장급 볼거리를 증명해 낸 공공 극장의 웰메이드 대작들이 호평을 받았다.
또한 전체 무용 시장의 부진 속에서도 유일하게 성장세를 기록한 발레는 성인 취미 발레 붐과 미디어 영향으로 새로운 팬덤을 형성하며 탄탄한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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