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숨지게 한 손녀, 1심 징역 5년…"살해 고의 인정 안돼"

기사등록 2026/10/23 11:42:47 최종수정 2026/10/23 13:28:24

존속살해 혐의 기소→존속상해치사죄 인정

어깨 찔러…"오랜 기간 조부가 폭언·폭행"

法 "살해 고의 있었다면 치명적인 곳 찔러"

[서울=뉴시스]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법 2025.10.3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태성 임승규 수습 기자 =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에서 80대 조부에게 흉기를 휘둘러 사망케 한 20대 여성이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최경서)는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대학생 A(24)씨에게 23일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앞서 공소청은 A씨에게 존속살해 혐의를 적용하고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살해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고 존속상해치사죄를 적용했다.

A씨는 지난 5월 18일 오전 11시53분께 동대문구 답십리동 주거지에서 조부와 말다툼하던 중 격분해 방에 보관 중이던 흉기를 꺼내 피해자의 어깨 부위를 찔러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A씨 측은 그간 재판에서 오랜 기간 조부의 폭언, 폭행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범행 당일에도 피해자에게 겁을 줘 폭력을 멈추려했을 뿐 살해하려는 고의는 없었다고 변론했다.

이날 재판부는 "미필적으로라도 살해의 고의가 있었다면 치명적인 곳을 찌르는 게 일반적"이라며 "A씨가 피해자를 살해하기 위해 흉기를 휘둘렀는지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A씨가 범행 이후 119 신고 후 구급대원 지시에 따라 피해자를 살리기 위해 상당한 정도의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점 등도 근거가 됐다.

한편 수사기관은 조부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담긴 메모가 발견된 점, A씨의 인터넷 검색 기록 등을 토대로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으나, 법원은 세부 내용을 살펴본 뒤 다른 결정을 내렸다.

A씨가 시청한 영상의 주된 내용이 "복수심은 정상적인 본능이지만, 내 인생에 집중하자"는 것이었던 점, A씨 메모에 "복수하는 건 내가 잘되는 것밖에 없다"는 식으로 갈등상황을 헤쳐나가려는 의지를 보인 점 등이 반영됐다.

최 부장판사는 "A씨가 일시적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피해자를 흉기로 찔러 사망에 이르게 한 점은 어떤 이유로든 용납될 수 없는 반사회적 범죄로 죄책이 무겁다"며 "부당한 대우를 받았던 것으로 보이지만 그 사유가 정당화될 순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A씨가 범행을 반성하고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갈등에도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 따로 주거지를 마련하지 못한 점, 유족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은 참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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