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다루는 AI, 99.9%도 안 된다"…숫자 하나에 회사 흔들

기사등록 2026/10/25 07:00:00

전표 작성 몇 초 만에 뚝딱…기업용 AI 성패는 '정확도 100%'

AI가 급여 지급하고 재고 찾지만…"완벽한 데이터 검증이 먼저"

(사진=유토이미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 거래처와 식사한 비용을 입력하면 인공지능(AI)이 접대비로 분류하고, 회사가 정한 지출 한도에 맞춰 결재선을 안내한다. 월말 결산 때 장부와 재고가 맞지 않으면 운송 중이거나 생산 중인 물량이 빠졌는지 점검한다. 사람이 회사 규정을 찾아보고 자료를 대조하던 일을 AI가 돕는 것이다.

다만 기업의 돈을 다루는 AI는 편리함만으로 도입하기 어렵다. 잘못 분류한 비용이나 부정확한 금액이 후속 업무로 이어지면 결산과 자금 집행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결과를 검증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IFC 더 포럼에서 열린 'SAP NEXT 100' 기자간담회에서도 기업용 AI의 신뢰성이 주요 화두로 다뤄졌다.

박태준 하나은행 본부장은 "금융은 AI를 활용할 때, 정확도 100%를 달성해야 한다"며 데이터 정제와 관리가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ERP 연계 서비스의 금융 거래에는 아직 AI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AI가 기업의 상황에 맞게 업무를 처리하려면 부서별로 흩어진 정보와 업무 절차를 연결하는 전사적자원관리(ERP) 기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RP는 회계·구매·생산·재고 등 기업 운영에 필요한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전표 작성부터 재고 점검까지…AI가 회사 규정 반영

이성훈 ASPN 상무는 기업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는 영역으로 반복 업무와 검증, 예측을 꼽았다.

대표적인 반복 업무는 회계 전표 작성이다. 이 상무는 전표 하나를 작성하는 데 5분 이상 걸릴 수 있지만 AI를 활용하면 몇 초 안에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결산 과정에서는 오류를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재고가 맞지 않으면 담당자가 거래 내역을 거슬러 올라가며 원인을 확인해야 하는데, AI가 누락하기 쉬운 운송 중 재고나 생산 중 재고를 점검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기능이 작동하려면 회계와 구매, 생산, 물류의 데이터를 연결해 물량과 거래 상태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강지훈 SAP코리아 중견·중소기업 고객 사업부문장은 "ERP의 본질은 부서마다 다른 정보로 움직이는 한 회사 안의 단절을 해결하는 것"이라며 "AI를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업무와 데이터 기반부터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200명 급여 2억원 지급…파일 전달·재입력 줄인다

[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SAP코리아는 20일 서울 여의도 IFC에서 'SAP NEXT 100'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원 내용과 운영 계획을 소개했다. 2026.10.20. odong85@newsis.com
ERP의 효과는 은행 시스템과 연결했을 때도 나타난다. 박 본부장은 직원 200명에게 총 2억원의 급여를 지급하는 상황을 예로 들었다.

기존에는 인사 담당자가 직원별 급여 파일을 만들어 자금 담당자에게 전달하고, 자금 담당자가 이를 기업 인터넷뱅킹에 입력하거나 업로드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개인별 급여 정보가 노출되거나 파일을 옮기고 재입력하면서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

ERP와 은행 시스템을 연결하면 인사부서가 급여 내역의 내부 결재를 마친 뒤 자금 담당자는 지급 총액과 예산을 확인하고 승인하는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다. ERP에서 승인한 거래 내용이 은행 시스템까지 이어져 같은 자료를 다시 옮기는 작업을 줄이는 것이다.

박 본부장은 "인사 담당자는 자금 파트에 파일을 주는 업무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사람의 실수나 업무 절차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급여 지급 사례는 ERP와 은행의 연계를 통한 업무 자동화에 해당한다. 하나은행은 앞으로 ERP 안에서 처리할 수 있는 금융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숫자 하나 틀려도 문제…교차 검증으로 신뢰 확보

박 본부장은 오류 가능성과 대응 방식을 묻는 질문에 내부통제와 교차 검증을 언급했다. 단순히 특정인에게 돈을 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수취인이 정확한 대상인지 여러 측면에서 확인하는 방법을 함께 제공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천재문 PwC 코리아 상무는 글로벌 금융·회계 분야에선 높은 정확도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같은 경우는 99.8% 이상이 돼야 AI를 적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천 상무는 덴마크에서 수행한 송장 부가가치세 자동 결정 AI 프로젝트를 사례로 들었다. 초기에는 단일 대규모언어모델(LLM)로 여러 언어의 송장을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이후 AI 모델의 성능이 개선되면서 지금은 단일 모델만으로도 당시 여러 모델을 활용했을 때와 같은 수준의 정확도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천석범 블루어드 본부장은 "기업용 시스템에서는 숫자 하나의 오류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기능을 실제 업무에 적용하기에 앞서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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