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한목소리로 '투표용지 부족·해킹 취약성·올림픽공원 사태' 질타
뭇매 맞은 선관위 "창설 이래 최대 시련…선거관리 체계 전반적으로 점검"
[서울=뉴시스]정금민 한재혁 우지은 기자 = 여야는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선거관리 실태를 놓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행안위는 이날 선관위와 인사혁신처, 소방청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강동완 선관위 사무총장 직무대행을 상대로 한 질의에서 "올림픽공원이 무법천지가 된 지 며칠째인지 알고 있나. 124일째"라며 "선관위가 그동안 뭘 했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선관위) 특검 쪽에 선관위가 올림픽공원 재검표에 대해 요청한 사항이 있느냐"고 물었다. 강 대행은 이에 "저희들이 직접 요청하지 않았다. 특검 쪽에서 협조를 구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윤 의원은 "왜 요청을 하지 않는가. 그 책임이 선관위에 오롯이 남아있는데 올림픽공원을 무법천지로 만든 지 100일이 넘어가고 수백억의 손해를 보고 있으면 선관위가 '이렇게 하자'고 의견을 낼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왜 가만히 보고만 있으면서 124일 동안 대한민국 경찰을 중국 공안이라고 하는 일부 극우세력의 놀이터가 되는 걸 그냥 두고 보느냐"고 했다.
같은 당 양부남 의원은 "투표용지 인쇄 매수 기준은 유권해석상 중앙선관위의 의결사항"이라며 "(선관위의) 중앙 선거관리규칙 제71조의2 하나가 개정이 됐다. 10월 2일 부랴부랴 (개정을) 했다"고 말했다.
양 의원은 "이 규칙은 국조특위(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전에는 사무총장이 인쇄 매수를 전결하다가 구·시·군 위원회 의결로 하고 중앙선관위 보고하도록 돼 있다"며 "이것은 의결이 아니다. 국민한테 약속해 놓고 '눈 가리고 아웅'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박상웅 국민의힘 의원은 "6·3 지방선거의 선관위 업무와 관련한 대혼란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전 세계의 웃음거리로 전락했다"며 "많은 청년들이 올림픽공원에서 지금까지도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선관위는 '그동안 면목이 없다' '분골 쇄신하겠다'는 말로 이렇게 세우고 있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박 의원은 "선관위가 인터넷망과 업무망, 선거망, 망 분리도 안 된 채 해킹을 통해서 자료가 유출되거나 조작되거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태에서 2024년도 총선을 치렀고 2025년도 대선을 치렀고 금년 6·3 지방선거까지 치렀다"며 "이 문제에 대해서 선관위가 분명하게 대국민 사과를 해야 되고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같은 당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은 "선관위의 역할은 가짜 영상, 가짜 허위사실들을 잡아내서 삭제하는 것"이라며 "올해 지방선거 때 위법 게시물 1만733건에 대해 삭제 요청했는데 3건 중 1건이 안 지워졌다. 선관위가 더 투명하게 '우리가 해외 플랫폼이라서 삭제가 안 됐으니 여러 번 요청했다' 이런 식의 공식적인 발표나 역할에 대해서 적극적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위철환 중앙선관위원장 직무대행은 선거 관리 논란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그는 현재 상황을 창설 이래 가장 무거운 시련으로 규정하고 선거관리 체계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겠다고 했다.
위 직무대행은 "투표용지 부족과 미흡한 업무 처리로 선거관리의 신뢰를 훼손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단순한 일회성 과오가 아닌 선거관리체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고,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선거관리의 근본을 다시 세우는 출발점으로 삼겠다"고 했다.
이어 "우리 위원회는 지금 창설 이래 가장 무거운 시련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올 하반기 지방체육선거를 시작으로 내년 초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 이르기까지 투·개표 전 과정을 법과 규정에 따라 철저히 관리해 국민 신뢰 회복의 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아날로그식 본투표" "대통령 투표지 노출 봐주기"…오후 국감서도 질타 쏟아져
오후에 이어진 국감에서도 선관위의 선거관리 실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채현일 민주당 의원은 지난 2022년부터 5년 동안 184건의 선거 관리 사고가 발생했다며 "선거인 명부 대조를 소홀하게 하고, 투표용지 수급예측에 실패했다"며 "사전투표는 전산화 됐고 디지털인데, 아날로그 방식의 낙후된 본투표 방식으로는 안 된다"고 했다.
노태악 전 대법관이 중앙선거관리위원장직을 사임한 뒤 후임 인선이 늦어지고 있는 데 대한 질타도 나왔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1960년 헌법에는 선관위원 9명 중 3명을 대법관으로 하고 위원장도 대법관 중에서 호선하도록 규정돼 있고, 개헌하면서 규정이 삭제됐음에도 불구하고 관행으로 대법관이 해 왔다"며 "그런데 굳이 선거위원장을 대법관으로 해야 되고,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사람을 기다려야 하느냐"고 했다.
그는 "지금 (선관위원) 8명이 모여서 (위원장을) 호선하면 된다. 대법관이 또 선관위원장이 되는 흐름이 맞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대법원장이 지명한 (선관위원) 3명 중 노태악 대법관이 (선관위원장직을) 사임했고, 나머지 2명이 법조인"이라며 "그분들이 (선관위원장을) 해도 관례를 깨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앞서 조희대 대법원장은 노태악 전 위원장의 중앙선거관리위원장직 사임 후 후임 선관위원으로 천대엽 대법관을 지명했지만, 인사청문회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채용비리로 수사받는 선관위 직원들의 책임보험, 이재명 대통령이 투표용지를 들고 기표소 밖으로 나온 문제, 장애 유권자의 권리 등을 지적했다.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은 "2026년도 보험금이 2540만원으로 2배로 올라간다. 보험료가 단기간에 2배로 오른 이유는 선관위 직원들이 보험금을 많이 타 가서 손해율이 올랐기 때문"이라며 "선관위 직원들이 채용비리에 연관돼서 수사받으면서 전부 책임보험으로 변호사비 1000만원씩 다 타 갔다. 이게 말이 되느냐"고 물었다.
같은 당 강명구 의원은 "지난 5월2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사전투표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기표소에 들어간 지 2분여 만에 나와서 관리원 어디 있느냐, 투표지를 접지도 않은 채 들고 섰었다"며 "공직선거법에는 고의라는 말도, 관리관이 받느냐는 기준도 없다. '공개된 투표지를 무효' 그게 전부인데 대통령이라서 선관위가 봐준 것 아니냐. 대통령이 하면 해프닝이고 국민이 하면 무효가 된다"고 지적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시각장애인의 참정권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사전투표 때 선거구의 점자형 투표 보조용구를 받을 수 없어서 동행인 지원을 받았다. 제가 누구 찍었는지 그분은 안다. 비밀투표는 아니었다"며 "선관위가 장애 유권자를 지원 대상이 아니라 동등한 권리가 있는 유권자로 생각하고 제공했는지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지, 비밀투표 원칙이 보장됐는지 등을 확인해 종합감사 전까지 계획을 세워달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오후 행안위 회의에서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오는 14일 여는 내용의 '인사청문계획서' 의결을 시도한다. 김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은 제청 20여일 만인 지난 2일 국회에 제출됐다.
국민의힘은 임은정 광주지방중대범죄수사청장을 증인으로 신청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상웅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의힘에서는 임은정 광주중수청장을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유감스럽게도 민주당이 이를 반대하고 있다"며 "민주당 입맛에 맞으면 증인이 되고 불편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증인은 안 된다는 식이라면 인사청문회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임 청장은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인물이 (중수청장) 1호가 되어서는 안 된다. 검찰이 해서는 안 될 일을 할 때, 검찰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을 때, 이러면 안 된다고 만류하는 그의 목소리를 저는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며 김 후보자 지명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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