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기록부 기록 실태 및 제도개선 교원 설문조사
[세종=뉴시스]용윤신 기자 = 교원 10명 중 7명은 최근 3년 동안 학부모나 관리자 등으로부터 학교생활기록부 내용을 수정하거나 특정 내용을 기재하라는 부당한 요구를 경험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더 좋은 표현으로 바꾸거나 이미 입력한 내용을 수정·삭제해 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지난 11~17일 전국 유·초·중·고 현직 교원 23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생활기록부 기록 실태 및 제도개선 교원 설문조사'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71.1%(1635명)는 최근 3년 동안 외부로부터 부당한 학생부 수정·기재 요구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요구 유형별로는 '더 좋은 표현으로 변경'이 38.6%(889건), '기입력 내용 수정·삭제'가 38.5%(886건)였다. '특정 활동·스펙 기재'는 33.9%(780건), '관리자를 통한 간접 수정 요구'는 20.3%(468건)로 나타났다.
전교조가 공개한 현장 의견에는 학생부의 단어나 문장 길이를 문제 삼는 민원과 관리자의 수정 압박을 호소하는 내용이 담겼다.
한 응답자는 "단어 하나 맘에 안 든다, 다른 애보다 문장 길이가 짧다"는 이유로 민원이 제기된다며 "윗선은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라며 무조건 예쁘게 수정해주라고 교사를 압박한다"고 주장했다.
사교육 업체가 만든 자료를 학생부에 반영해 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다른 응답자는 "사교육 업체나 학원에서 만들어준 고난도 보고서를 들고 와서 '이대로 써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하는 게 일상이 됐다"고 호소했다.
학생부 작성 업무에서 가장 큰 부담으로 꼽힌 것은 '학생별 표현 차별화'였다. 응답자의 76.9%(1770건)가 학생마다 다른 문구로 기록해야 하는 부담을 선택했다. '기록 내용 및 분량 과다'가 76.0%(1749건), '복잡한 기재요령·지침'이 59.5%(1369건)로 뒤를 이었다.
'학생·학부모 수정 민원'은 36.6%(843건), '감사·법적 책임 우려'는 35.5%(818건)였다.
전교조는 "생활기록부 작성이 학생 관찰이 아닌 '문구 창작 노동'이자 '방어적 행정 업무'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고등학교에서는 교사 한 명이 기록해야 하는 학생 수가 많아 개별 관찰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응답이 두드러졌다.
고교 응답자 898명 중 79.4%(713명)는 한 학기에 100명을 초과하는 학생의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을 작성한다고 답했다. 101~150명이 28.0%, 151~200명이 25.5%, 201~250명이 13.0%, 251명 이상이 12.9%였다.
고교 응답자의 97.2%(873명)는 현 수업 여건에서 모든 학생의 개별 특성을 관찰해 세특을 작성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매우 어렵다'는 응답은 전체의 68.4%였다.
학생부 작성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기준으로는 '학생 진로·진학 및 대입'이 54.2%(487명)로 가장 많았다. '수업 참여·과정과 성취'는 25.6%(230명), '기재요령·점검기준 준수'는 11.5%(103명), '실제 관찰기록의 정확성'은 8.2%(74명)였다.
고교 응답자의 74.3%는 최우선 제도개선 과제로 '전원 세특 의무기재 완화'를 꼽았다. 현행 학생부를 대입의 정성평가 요소로 활용하는 구조에 대해서는 82.8%(744명)가 교육적으로 의미 없다고 평가했다.
중학교 응답자 533명 중 96.4%(514명)는 현 수업 여건에서 모든 학생을 개별적으로 관찰해 기록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자유학기에 모든 학생의 활동을 서술형으로 의무 기록하는 데 부담을 느낀다는 응답은 93.1%(496명), 자유학기 서술형 기록 간소화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72.6%(387명)였다.
초등학교 응답자 776명 중 95.1%는 별도 누가기록과 근거자료 관리에 부담을 느꼈다. 담임교사 한 명이 전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 행동특성을 서술하는 현행 방식이 과도하고 부적절하다는 응답도 85.8%에 달했다.
유치원 응답자 94명 중 91.5%는 불필요하거나 중복되는 기록 서식을 줄여야 한다고 답했다. 문서 작성 부담으로 유아와 직접 상호작용하는 시간이 줄었다는 응답은 71.3%였다.
전교조는 이번 설문 결과를 토대로 지난 18일 교육부 교육과정지원과를 방문해 생활기록부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교육부가 2027학년도 적용을 목표로 관련 지침 개정과 시스템 개선에 즉각 나설 것을 요구한다"며 "한 학기에 많게는 수백 명의 학생을 담당하는 교사에게 모든 학생의 개별 특성과 역량을 서로 다르게 기술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밝혔다.
이어 "교사들이 미사여구 창작 노동에서 벗어나 학생과의 상호작용과 수업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생기부 제도는 조속히 정상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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