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우크라 외교장관 방한, 7월 한-우크라 정상회담서 송환 협의 구체화
이달 중순 주러대사 본국 소환…북한군 포로 송환 관련 러측 동향 논의 가능성
정부 일각에선 송환 사실 알려진 데 대한 곤혹스러운 분위기도…北 반응 주목
젤렌스키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최근 우리는 북한군 포로 두 명을 대한민국으로 보냈다"며 "이들은 생포하기가 쉽지 않은 자들이다"라고 언급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생포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그중 한 명은 자신이 포로로 잡히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 그는 운명이 자신을 죽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북한은 2024년부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병력을 파견해왔다. 북한군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진입한 이후 전선에 투입됐다. 쿠르스크 전선에서 생포된 북한군 포로 리모씨와 백모씨는 북한이 아닌 한국으로 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이러한 북한군 생포 사실은 지난해 1월 젤렌스키 대통령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려졌고,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생포된 북한군의 모습을 담은 영상과 나이 등 구체적인 신상을 공개했다. 국정원은 우크라이나 정보당국과 공조를 통해 북한군이 생포된 사실을 인지했고, 포로심문 통역 등을 지원했다.
정부는 투항하거나 포로로 잡힌 북한군이 남한으로 귀순을 요청할 경우 헌법상 우리나라 영토에 있는 국민이기 때문에 국제법적으로나 국내법적으로 귀순 요청을 수용해야 할 당위성이 있다고 보고, 1년 반 넘게 우크라이나 측에 북한군 송환과 관련한 협의를 지속해왔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북한군 포로에 대해 헌법상 우리 국민이며 한국행 희망 시 전원 수용한다는 기본 원칙 및 관련 법령에 따라 필요한 보호와 지원을 제공해 나갈 것이라는 정부 입장을 강조하고, 우크라이나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북한군 송환 문제는 조현 외교부 장관이 지난 3월 프랑스에서 한-우크라이나 외교장관 회담에 이어 6월 30일 방한한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교장관과의 회담에서 좀 더 가시화된 것으로 보인다. 시비하 장관의 방한 전 우크라이나 측과 포로 송환에 관한 기본적인 합의는 이미 이뤄진 상황이었고, 시비하 장관은 회담을 마친 후 취재진에 포로 송환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했다고 언급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8일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나토(NATO) 정상회의 참석 계기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군 포로 문제를 논의하고, 북한군 포로 문제를 국제법과 인도주의 원칙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해결한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우리 정부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북한군 포로 한국 송환 발언을 사실상 확인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24일 북한군 포로 2명 송환과 관련해 "동 사안은 당사자 및 가족의 신변안전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인 만큼, 개별 인원의 신병 처리 여부나 시기·경로, 양국 간 구체적인 협의 내용 등에 대해서는 확인해 드리기 어려움을 양해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우크라이나 내 북한군 포로 문제와 관련하여 당사자들의 자유의사를 존중하고 국제법과 인도주의 원칙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왔다"며 "이러한 입장에 따라 그간 우크라이나 측을 비롯한 관련국·기관과 필요한 소통과 협의를 진행해 왔다"고 덧붙였다.
북한군 포로 2명의 송환 시점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특정 날짜를 지목하지 않았지만 이달 중순 이후에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조 장관이 지난 10일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북한군 포로 송환이 지연되는 이유를 묻는 질의에 "지연이라기보다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우리 요청에 따라서 제반 사항을 검토하고 또 자국에서 점검해야 할 것이 있다고 해서 협의를 계속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변한 점에서 지난 주나 이번 주 초 한국으로 송환됐을 가능성이 있다.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 측과 전쟁 포로 교환 협상에서 북한군 포로 2명의 신병을 요청해온 러시아 측에도 반대 입장을 전달하고 포로 송환 문제에 대한 개입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이석배 주러시아대사가 이달 중순 본국에 비공개로 소환된 시점도 관심이다. 이 대사는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린 러시아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한 후 곧장 모스크바로 돌아가지 않고 귀국, 한동안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1일에는 조 장관을 독대했다. 이 자리에서 북한군 포로 송환 관련 러측 동향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으로 북한군 포로 한국 송환 사실이 알려지자 우리 정부는 내심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도 있다.
당초 우리 정부는 북한군이 송환된 이후에도 북측에 남은 가족의 신변 불안을 염두에 두고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측도 러시아를 위해 싸우는 북한을 더 자극할 것을 우려해 북한군 포로 송환에 대한 보안에 신경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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