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대책에도 보증금 미반환 사각지대 여전…후순위 임차인 피해 '집중'

기사등록 2026/09/24 05:30:00 최종수정 2026/09/24 06:18:24

세입자114, 4년간 보증금 미반환 상담사례 분석

전세사기·깡통전세 외 보증금 미반환 사례 다수

11월 보증금 최소보장제 시행 "적용범위 한정적"

[서울=뉴시스] 주택세입자 법률지원센터 세입자114 보고서에 담긴 다가구 후순위 임차인의 피해 사례. (자료=세입자114 보고서 발췌) 2026.09.2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연희 기자 =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 등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이 상당 부분 이뤄졌지만 여전히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후순위 임차인이나 임대인 파산·사망 등 기존 제도로 충분히 보호받기 어려운 사각지대가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24일 주택세입자 법률지원센터 세입자114의 '보증금 미반환 상담사례를 통해 본 주택임대차제도의 문제점' 보고서에 따르면 세입자114가 2022년 7월부터 지난 6월까지 4년간 상담 사례 449건을 분석한 결과 보증금 미반환 피해 중 고의성이 뚜렷한 전세사기가 113건, 깡통전세가 27건이었다.

반면 전세사기나 깡통전세로 분류하기 어려운 기타 보증금 미반환 사례가 309건으로 전체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피해 사례는 연도별로 2022년 7~12월 50건, 2023년 163건, 2024년 102건, 2025년 100건, 올해 1~6월 34건이 발생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 143건, 경기 78건, 인천 29건 등 수도권이 250건(55.7%)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비수도권에서는 충청 37건, 대구·경북 22건, 부산·경남 20건 순으로 나타났다.

피해자 연령대별로는 30대가 104건으로 가장 많고 40대 45건, 50대 25건, 20대 14건, 60대 이상 9건으로 집계됐다. 2030 청년 연령대와 결혼·양육으로 안정적인 주거가 필요한 3040 세대의 피해가 두드러졌다.

주택 유형별로는 보증금이 낮은 다가구·원룸, 다세대·빌라 등 서민 세입자들에게 피해가 집중됐다.

전세사기 세부 유형을 보면 임대인의 수사·구속·재판 등과 관련된 사례가 50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바지임대인 13건, 신탁사기 9건, 보증보험 가입 약속 후 미가입 7건, 체납 사실 은폐 또는 선순위 권리 미고지 4건 등이었다. 전세사기 피해자로 결정된 사례는 15건이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고의적인 전세사기보다 다양한 이유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사례가 더 많았다.

대표적으로 ‘다음 세입자가 들어와야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다’며 반환을 미루는 사례가 60건에 달했다.

보증금 미반환으로 인한 2차 피해도 발생했다. 전세대출을 받아 보증금을 마련한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서 대출 연장에 어려움을 겪거나 신용불량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었다.
[서울=뉴시스] 주택세입자 법률지원센터 세입자114 보고서에 담긴 임대인 회생, 파산, 사망으로 인한 피해 사례. (자료=세입자114 보고서 발췌) 2026.09.2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상담사례를 보면 후순위 임차인 피해사례가 118건을 차지했다. 후순위 임차인은 경매 근저당권자 등 선순위에 밀려 배당을 받게 되며 낙찰자에게 대항력을 행사할 수 없다. 임차주택이 낮은 가격에 낙찰되면 보증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하고 쫓겨날 위험이 크다.

최우선소액임차인 적용범위도 근저당권 설정 시점을 기준으로 삼다 보니 자격은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다가구 주택의 후순위 임차인은 다른 임차인의 우선변제권 취득일과 최우선소액임차인 여부에 따라 보증금을 전혀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오는 11월에는 전세사기 피해자 임차보증금의 최소 3분의 1을 국가가 지원하는 내용의 개정 전세사기 특별법이 시행된다. 경·공매 회수금과 각종 반환금을 합산해도 보증금의 3분의 1에 미치지 못할 경우, 부족분을 국가가 지원하게 된다. 최소 보장금 신청 시점은 '임대주택 퇴거 시점'으로 정했다.

세입자114는 "보증금 최소보장제의 적용 범위가 전세사기 피해자 등에 한정돼 한계가 있다"며 "보다 근본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소유자 변경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한 사례도 42건이 접수됐다. 임대차 기간 중 임차인 모르게 소유자가 변경되면 임차인이 이의를 제기해 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나 해지권 존재를 모르거나 계약이 종료될 쯤에야 변경 사실을 알게 돼 해지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 사례가 있다.

임대인의 회생이나 파산, 사망 등으로 보증금 회수가 지연되거나 면책 결정을 받게 돼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도 49건에 달했다. 임대인이 개인회생이나 파산을 신청하면 강제집행이 금지되기 때문에 보증금 회수가 늦어지게 된다. 임대인이 사망한 경우에도 상속인을 찾기 어렵거나 상속인이 한정승인을 할 때, 상속재산 파산절차가 진행되면 상속재단 범위 내에서만 강제집행이 가능하다는 문제가 있다.

신탁부동산에 대한 임대차계약으로 발생한 피해사례도 9건 발생했다. 이 경우 소유권이 모두 수탁자에게 이전되며 위탁자가 수탁자 동의 없이 임대했다면 임차인이 수탁자에게 대항할 수 없고 보증금을 받지 못한 채 퇴거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세입자114는 "신탁부동산 임대차에 대한 임대인의 정보제공 의무와 공인중개사의 확인, 설명의무를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대진 세입자114 운영위원장은 "전세사기 특별법 제·개정과 주택임대차보호법, 공인중개사법 개정을 통해 일부 제도적 장치가 보완된 성과도 있었으나 아직 충분치 않다"면서 "수많은 세입자들의 고통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이런 문제가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되새기며 제도 개선을 위한 꾸준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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