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기꺼이 멈춰 선 '이 별'…철인의 왕관 대신 '다정한 연대'

기사등록 2026/09/18 00:02:32

오늘 데뷔 18주년

'아이유 콘서트 : 더 골든 아워'·'아이유 콘서트 : 더 위닝' CGV서 상영 중

3대 스타디움 앞둔 우아한 숨고르기

영화·음악으로 빚어낸 상실의 애도와 교감의 본질

[서울=뉴시스] 아이유. 2022.09.20. (사진 = 이담 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18일 데뷔 18주년을 맞이한 톱 가수 겸 배우 아이유(IU·이지은)의 발걸음이 잠시 멈췄다. 고질적인 귀 질환인 '이관개방증' 악화로 이번 주말 예정됐던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 콘서트를 앞서 잠정 연기했다. 이로써 올림픽주경기장,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이어 국내 3대 스타디움을 모두 섭렵하는 최초의 '그랜드 슬램' 달성은 다음으로 미뤄졌다. 하지만 이 고요한 멈춤은 패배나 좌절의 동의어가 아니다. 자신의 상황을 정직하게 마주하고, 그 안에서 타인과의 관계 맺기를 새롭게 정립하는 아이유만의 우아한 숨고르기다.

◆기록의 공간에서 연대의 공간으로…스타디움의 의미

국내 가수 최초의 3대 스타디움 입성이라는 거대한 타이틀을 잠시 내려놓은 자리에는, 아이유가 지나온 눈부신 승리의 기록들이 스크린을 통해 대신 채워졌다. 데뷔 18주년을 기념해 CGV 극장에 걸린 '아이유 콘서트 : 더 골든 아워'와 '아이유 콘서트 : 더 위닝'은 단순한 공연 실황 녹화물이 아니다. 찰나에 연소하고 흩어지는 '라이브'라는 현장 예술이, 스크린이라는 영원의 매체와 만나 빚어낸 사건이다. 거대한 건축물 안에서 9만 명, 10만 명의 인파와 호흡하며 오렌지빛 노을과 밤하늘의 홀씨를 공유했던 벅찬 연대의 증명서이기도 하다.

관객은 어둠이 내린 극장 의자에 기대어 자신이 통과한 뜨거웠던 축제의 풍경을 한 걸음 물러서서 객관적으로 목도하는 동시에, 시공간을 초월해 그 벅찬 감각을 현재진행형으로 복원해 낸다. 두 편의 영화는 아이유가 무결점의 가창력으로 군림하는 철인의 자리에 있지 않음을 시사한다. 오히려 자신의 안에서 크게 울리는 메아리와 사투를 벌이면서도 팬덤 유애나의 함성에 기대어 기적을 만들어낸 구도자의 궤적에 가깝다. 물리적인 그랜드 슬램은 늦춰졌지만, 상실을 인정하고 팬들과 함께 호흡하는 '영화관'이라는 새로운 성소를 마련함으로써 그녀는 공연의 본질이 타이틀 방어나 기록 경신이 아닌 '마음의 교감'에 있음을 스스로 톺아보게 한다.
[서울=뉴시스] 아이유 올림픽주경기장 콘서트. 2022.09.18. (사진 = 이담 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별의 품위와 결함의 환대, 신곡이 건네는 안부

무대를 잠시 떠난 아이유는 음악이라는 본연의 언어로 대중과 다시 접속했다. 18주년을 목전에 두고 발표한 더블 타이틀 싱글은 그녀가 타인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이별하는지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철학적 선언문이다.

타이틀곡 '이 별로부터'에서 아이유는 이별을 감정의 단순한 단절이나 파탄으로 축소하지 않는다. 두 사람이 축조했던 고유한 중력의 소우주, 즉 '이 별' 전체가 수명을 다한 사태로 인식한다. 비탄에 빠져 원망을 쏟아내는 대신, 그 별에 묻은 사소하고도 눈부신 기억의 조각들을 정중하게 갈무리하며 빈손으로 걸어 나온다. 파국 앞에서도 품위를 잃지 않고 완결된 세계와 작별하는 성숙한 애도의 방식이다.
[서울=뉴시스] 아이유(IU)가 22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4 아이유 HEREH 월드투어 콘서트 앙코르 : 더 위닝'에서 미공개 신곡 '바이 서머(Bye Summer)' 무대를 일렉 기타를 연주하며 선보이고 있다. 이날은 그녀의 100번째 콘서트이기도 했다. 이번 콘서트 첫날인 지난 21일 '바이 서머' 무대에서만 보슬비가 잠깐 내리기도 했다. 아이유는 2012년 6월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첫 콘서트를 열었다. (사진 = 이담 엔터테인먼트 제공) 2024.09.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반면 또 다른 타이틀곡 '디어 마이 크레이지 솔메이트(Dear my crazy soulmate)'는 그녀의 오랜 벗 유인나와 유애나를 향한 영원한 환대의 맹세다. 세상은 끊임없이 쓸모와 생산성, 정상성의 궤도를 요구하지만, 아이유는 서로의 가장 모나고 부서지기 쉬운 '이상함'을 조건 없이 긍정한다. 세상의 문법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결함조차 낙인이 아닌 서로를 알아보는 유일무이한 기호로 삼는다. 같이 이상한 노인이 되는 것이 꿈이라는 이 다정한 공범들의 서사는, 18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이유가 어떻게 자신의 음악적 영토를 굳건히 넓혀왔는지 설득력 있게 증명한다.

◆완벽한 승리보다 위대한 다정함

아이유의 지난 18년은 정상에 오르기 위한 맹목적인 질주가 아니었다. 쏟아지는 찬사 속에서도 늘 자신의 한계와 취약성을 스스럼없이 고백했고, 완벽하지 않은 모습 그대로 타인에게 손을 내밀며 정답 대신 해답을 함께 찾아 나섰다.
[서울=뉴시스] 아이유(IU)가 22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4 아이유 HEREH 월드 투어 콘서트 앙코르 : 더 위닝' 마지막 회차 오프닝 '홀씨' 무대를 열며 플라잉 장치를 타고 홀씨처럼 공중을 날아다녔다. (사진 = 이담 엔터테인먼트 제공) 2024.09.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스타디움 그랜드 슬램이라는 전인미답의 고지 앞에서 타인과 스스로를 위해 과감히 멈춰 설 줄 아는 용기, 그리고 신곡을 통해 건네는 깊고 단단한 안부는 18년 차 뮤지션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성숙한 경지다. 흠결 없는 완벽한 승리보다 기꺼이 무방비해진 채 곁을 지키는 다정함이 더 위대하다는 것. 아이유가 노래와 삶으로 증명해 낸 18년의 미학이다.

이날부터 20일까지 '아이유 콘서트 : 더 골든 아워'와 '아이유 콘서트 : 더 위닝'의 아이크 상영회가 열린다. 20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아이유의 무대인사가 진행된다. '아이유 콘서트 : 더 골든 아워' 2회차, '아이유 콘서트 : 더 위닝' 4회차로 총 6회차에 걸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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