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가격 급등에 전 세계 개도국 분노의 물결

기사등록 2026/09/16 07:12:49 최종수정 2026/09/16 07:32:24

연료 가격 인상에 '못살겠다' 시위

막대한 부채 안은 정부 대안 없어

[과테말라 시티=AP/뉴시스]과테말라 원주민들이 지난 8일(현지시각) 수도 과테말라 시티 대통령궁 앞에서 연료비 인상에 항의하면서 정부 보조금 인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6.9.16.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이 일으킨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 세계에 다시 분노의 물결이 일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특히 중동 에너지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전쟁의 피해를 상쇄하기 위해 막대한 부채를 떠안고 있는 아시아의 개발도상국들에서 교통 체계와 정부가 다시 엄청난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연료 부족으로 경제가 둔화되고 택시 운전사와 노동자들은 에너지 비용 때문에 일을 해도 소용이 없다면서 파업에 나서고 있다.

많은 나라의 정부들이 어려운 입장에 처했다. 인플레이션이 가속되도록 방치해 대중의 폭발을 자극하도록 방치할지, 아니면 보조금과 지원을 확대해 공공부채를 늘림으로써 자국 통화의 안정성을 위험에 빠트릴 가능성을 감수해야 할지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호주국립대 사나 자프레이 강사는 “아시아 또는 전 세계 개발도상국이 현재의 지정학적 위기를 감당할 수 있는 재정 여력이 얼마나 되는가? 그 여력이 고갈되면 세계 금융시장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라고 묻고 “어느 순간에는 모두의 문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

남술라웨시주의 마카사르에서 취사용 가스 부족, 순환 정전, 갑작스러운  휘발유 배급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역에서 운전자들은 연료가 떨어진 오토바이를 밀거나, 연료가 없는 주유소에 길게 세워놓았다. 택시 운전사들은 14일 번호판 홀짝수로 운영되는 배급제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자바섬의 족야카르타에서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학생들이 14일 치솟는 연료 가격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자 정부 지지하는 단체들이 시위를 해산시켰다.

부유층과 중산층이 보조금을 받는 저렴한 연료를 살 수 없도록 하는 방안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전쟁 전 유가가 배럴당 70 달러로 유지될 것이라는 전제 아래 경제 정책을 운용하던 인도네시아 정부는 전쟁으로 공공부채가 급증했다.

◆필리핀

중유나 휘발유로 배를 운용하는 어민들이 장마가 끝나면서 바다로 나갈 수 있기를 기대했으나 연료값이 너무 올라 나가지 못하고 있다.

수도 마닐라 인근 대도시 케손시티에서 버스와 차량호출 서비스 운전사들이 시위를 벌이고 파업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도 지난 주말 동안 차량호출 앱 그랩의 운전사들이 연료비 상승으로 인한 수입을 낼 수 없다면서 불매운동을 촉구했다.

필리핀 버스 운전사와 소유주 7만 명으로 구성된 단체의 지도자 모데스토 플로란다는 하루 15~18시간 일해도 한 끼 식사비를 벌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필리핀 정부는 대중교통 운전사들에게 약 80달러(약 11만 원)의 일회성 지원금을 제시했다.

◆과테말라

교통 노동자들과 원주민 활동가들이 최근 수도 과테말라시티의 거리를 행진하며 가격 상한제와 보조금 같은 임시방편을 넘어서는 조치를 요구했다.

일부 단체는 연료세를 면제하고 화석연료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화석연료가 엘리트층의 부를 늘리고 환경을 훼손하는 원천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경유로 트랙터를 운영하는 남미 전역의 농민들이 특히 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한 시위 주최자가 경제적 어려움을 정부와 부유층, 그리고 그 밖의 모든 사람 사이의 대결로 규정했다.

그는 “호화로운 곳에 있는 그들은 우리의 비참함과 굶주림, 노동계층이 기본적인 식량을 마련하는 데 드는 비용을 외면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며칠 뒤 수도 바로 남쪽의 비야 누에바에서 자동차들이 거리에서 불타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됐다.

◆포르투갈

포르투갈 운전자들이 지난주 여러 차례 차를 천천히 몰면서 경적을 울리는 시위를 벌였다. 이로 인해 전국 각지의 주요 도로에서 체증이 발생했다.

신스의 정유공장 앞에 차량 행렬이 늘어서면서 통행을 차단한 시위는 에너지 대기업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사례였다.

영국 런던대 나오미 호세인 교수는 물가 및 연료 상승이 “정치 엘리트와 기업의 담합 때문”이라고 사람들이 흔히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방글라데시

석유 사용량의 90% 이상을 주로 중동에서 수입하는 방글라데시는 큰 타격을 받았다.

천연가스가 부족해 전기 생산이 줄면서 배급제가 시행되고 있으며, 국가 경제의 핵심 동력인 의류 공장들이 일시적으로 문을 닫고 있다.

많은 공장이 이란 전쟁이 시작된 뒤 경유로 연료를 전환했으나 경유 가격이 급상승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의류공장들은 하루 네다섯 차례씩 정전을 겪고 있다.

몇 시간씩 이어지는 작업 중단이 수십 개 공장과 수천 명의 노동자에게 반복되면서 이제 일상적인 일이 되고 있다.

◆스리랑카

정부가 가격을 지정하는 스리랑카에서 연료 유통업체들이 가격이 올라 손해가 날 것을 예상해 주유소 공급을 줄이기 시작했다.

아누리 카루나틸라카 에너지 장관은 가격 인상과 보조금 추가 지급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리랑카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개발도상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에 속한다.

◆시리아

정부가 휘발유와 디젤을 비롯한 석유제품 가격을 일시적으로 최대 40% 인상하겠다고 밝힌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전국 각지 도시에서 군중들이 통행을 막고 불을 지르며 가격 인상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전쟁 때문에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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