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7조대…신한·DB·삼성화재도 5조 넘게 적립
[서울=뉴시스]권안나 기자 = 금융당국이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개선을 위한 업계 의견수렴에 나서면서 보험사의 배당 여력을 제약해 온 적립 부담이 완화될지 관심이 쏠린다. 해약준비금이 보험사의 이익잉여금에서 차지하는 규모가 커지면서 배당 재원을 제약하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이 제도 운용의 합리화에 나설지 주목된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교보·한화·신한·NH농협생명 등 생보사 5곳과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보·메리츠화재 등 손보사 5곳의 경영 공시를 취합한 결과 올해 상반기 말 주요 보험사들의 해약준비금은 44조6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35조401억원과 비교하면 6개월 만에 25.6% 증가한 수치다.
회사별로는 ▲한화생명이 7조3045억원으로 조사 대상 가운데 가장 많은 준비금을 적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라이프 5조6492억원 ▲DB손보 5조2752억원 ▲삼성화재 5조2170억원 등 5조원을 넘는 보험사가 4개에 달했다.
▲현대해상 4조3603억원 ▲KB손보 4조880억원 ▲메리츠화재 3조5364억원 ▲삼성생명 3조1260억원 ▲교보생명 3조1033억원 ▲NH농협생명 2조3467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해약준비금은 보험계약자가 중도 해지할 경우 지급해야 할 해약환급금에 대비해 보험사가 이익잉여금에서 적립하는 제도다.
2023년 IFRS17 도입으로 보험부채 평가 방식이 원가에서 시가로 바뀌면서 회계상 이익이 배당 등으로 일시에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고 계약자 보호와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됐다.
다만 준비금 적립액은 이익잉여금에 남더라도 배당 재원으로 활용할 수 없다. 보험사가 영업을 확대해 이익이 늘어날수록 준비금 적립 부담도 커질 경우, 실제 주주에게 돌려줄 수 있는 배당가능이익이 제한되는 구조다.
이에 따라 보험업계에서는 IFRS17 도입 이후 제도 환경과 보험사의 자본여건이 달라진 만큼 적립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에서도 지난달 말 생명·손해보험협회를 통해 보험사들로부터 해약준비금 제도 개선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제도 개선 필요성과 방향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앞서 금융위는 올초 해약준비금 추가 개선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후 약 7개월 만에 당국이 업계 의견을 다시 들으면서 제도 개선 논의가 재개되는 모습이다.
특히 생보업계에서는 IFRS17 도입 이후 새롭게 체결되는 신계약부터 해약준비금을 적립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제시된 것으로 파악됐다.
해약준비금이 IFRS17 전환 당시 발생한 회계상 전환이익의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한 취지였던 만큼, 제도 도입 이후 발생한 신계약까지 같은 방식으로 준비금을 쌓도록 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논리다.
준비금 산정 때 적용하는 대량해지율을 실제 리스크 수준에 맞게 낮추자는 의견도 나왔다. 현재 80~100% 수준인 대량해지율을 보장성보험은 25%, 저축성보험은 35% 수준으로 낮춰 적립 부담을 현실화하자는 것이다.
손보업계에서는 생보업계와 마찬가지로 적립 부담 완화 필요성이 제기되는 한편, 보험사별 자본여력과 상품구조 등을 고려해 자율성을 확대하거나 현행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이번 의견수렴을 계기로 해약준비금 적립 기준이 실제 해지 위험과 보험사의 자본여력을 보다 현실적으로 반영하는 방향으로 조정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해약준비금 적립 부담이 완화될 경우 보험사의 배당가능이익이 늘어날 수 있는 만큼 향후 주주환원 정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위의 감독규정 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금융위와 금감원 간 소통을 시작한 단계로 보면 된다"며 "업계 의견을 수렴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개선할지에 대한 방향성은 논의해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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