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반정부시위로 중형 받아 난민 신청…1심 불인정→2심 인정

기사등록 2026/09/12 13:00:00 최종수정 2026/09/12 13:20:24

2013년 대학교서 군사쿠데타 반대 시위

법원 징역 3년 군사법원 징역 10년·15년

한국에 난민 신청했으나 불인정돼 소송

1심 "판결문 진정성립 안 돼" 원고 패소

2심서 원고 승…"이집트 국가 정황 고려"

【카이로=AP/뉴시스】 대학교 재학 중 군사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했다가 군사법원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이집트인이 항소심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사진은 이집트 카이로에서 2019년 9월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모습. 2026.09.0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대학교 재학 중 군사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했다가 군사법원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이집트인이 항소심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6-3부(고법판사 박영주·김민기·최항석)는 지난달 19일 이집트 난민 신청자 A씨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난민 불인정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집트 국적자인 A씨의 주장에 따르면, 그는 2011년부터 반정부시위를 했고 2013년 10월부터 2014년 4월까지 자가지그 대학교에서 군사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를 했다.

2014년 5월 체포돼 6개월간 구금상태로 특정 단체 가입, 시위 참여, 파괴 활동 등에 관한 조사를 받고 기소됐다가 같은 해 11월 무죄 판결을 받아 석방됐다.

그는 출소한 뒤에도 반정부 시위에 계속 참여한 탓에 궐석재판으로 형사법원에서 징역 3년, 군사법원에서 징역 10년과 15년을 각각 선고받았다고 진술했다.

A씨는 당국의 위협을 피해 수단으로 밀입국한 뒤 한국에 들어왔다며 2018년 6월 난민 신청을 했다. 2022년 6월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은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충분히 근거있는 공포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난민 불인정 결정을 내렸다.

이에 A씨는 난민 불인정 처분 취소 소송을 냈지만, 1심 재판부는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1심은 A씨가 제출한 판결문과 검찰조서의 진정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이 수기로 작성됐고 구체적인 인적사항이나 공소사실이 확인되지 않는 데다, 검찰조서 역시 일반 노트에 작성돼 작성자의 이름·직위·서명 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궐석재판으로 형을 선고받았는지 여부도 불분명하다고 봤다. 중범죄로 기소가 예정되어 있던 원고가 검찰조사 후 그대로 석방됐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아울러 A씨가 대학교 내에서 시위한 것만으로 이집트 당국으로부터 계속 탄압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뉴시스] 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이 위치하고 있는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본관의 모습. (사진=뉴시스DB). 2025.04.02. photo@newsis.com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은 A씨가 제출한 판결문 등의 진정성립을 인정하고, 이집트에서의 박해 경험에 관한 진술도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A씨의 판결문 등에 대해 내용상 모순되거나 작위적인 부분은 발견되지 않고, 판결문의 기본적인 구조와 형식을 갖추고 있다고 봤다. 이집트 판결문의 형식은 지역마다 다르다는 것도 고려했다.

특히 이집트의 당시 국가 정황을 고려하면 A씨가 귀국할 경우 형 집행을 위해 체포·구금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에 A씨가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를 가진 사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은 A씨가 단순 시위에 참여한 것을 넘어 판결문에 적힌 폭발물 취득·소지·사용, 폭행 및 재물손괴, 방화에 따른 살인미수 등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집트 당시 국가 정황에 비춰보면 A씨가 형사판결문에 기재된 내용의 범죄를 저질렀는지 의문이 든다"며 "범죄 혐의가 다소 과장됐을 가능성도 상정할 수 있다"고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첫 민주적 선거로 당선된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은 2013년 군부 쿠데타로 축출됐다. 이듬해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집권하자 반대하는 시위가 빈발, 진압과정에서 대규모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2020년 미국 국무부 인권보고서애에는 2013~2014년 시위로 체포된 수천 명이 여전히 수감됐으며, 당국이 집회·결사의 자유를 행사하는 이들을 형사사건으로 표적 삼았다는 현지 인권단체의 주장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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