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이 몰고 온 변화들…통행료 부과 현실화도 대비해야"

기사등록 2026/09/08 13:04:42

"종전 후 호르무즈 통행료 실현될 수도…중동유 의존국 대책 필요"

"中, 전쟁기간 석유시장서 영향력 입증…수요 조절 능력 과시"

중동 외 지역서 원유 생산량 급증…석유 부국들 생존법 모색

[반다르아바스=AP/뉴시스] 5일(현지시간) 이란 반다르아바스 앞 호르무즈 해협에 화물선과 상선들이 정박해 있는 가운데 소형 선박 한 척이 지나가고 있다. 2026.08.05.
[서울=뉴시스] 권성근 기자 =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미국 경제가 압박받고 있는 가운데 이번 전쟁은 세계 경제 흐름에 적지 않은 변화를 몰고 왔다.

미국 내 내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4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미국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7%를 넘어섰다. 항공운송업계는 수익성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유류할증료를 인상했다.

이란전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미국 소비자들이 총 1000억 달러(약 133조원)의 피해를 보았다는 브라운대학 보고서가 발표되기도 했다.

미국 소비자 부담 증가는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에 악재가 되고 있다.

CNN은 7일(현지 시간) 이런 경제적 변화는 쉽게 되돌릴 수 없다며, 각국과 전 세계 기업들의 대응법이 달라지고 있다고 짚었다.

◆ 이란 호르무즈 해협 통제력 확보

석유 분석가들은 이번 분쟁이 최종적으로 해결될 때, 이란이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에 통행료를 부과하는 일종의 합의가 포함될 것으로 전망한다. 일부 비평가들은 이것이 다른 국가가 국제 수로를 통행하는 선박에 통행료를 내도록 강제하는 선례가 될 것을 우려한다.

베어드의 투자전략가 로스 메이필드는 "이란이 전쟁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에서 더 강력한 입지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중동산 원유에 의존하는 국가들은 이에 적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기상의 테일 리스크(꼬리 위험)에서 입증되고 효과적인 전술로 변모했다"고 덧붙였다.

[휴스턴=AP/뉴시스] 2026년 3월17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인비스타 프로필렌 정유시설 인근 주유소 가격표에 휘발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2026.03.17.
JP모건은 이란이 튀르키예 해협 통행료와 유사한 요금 체계를 도입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약 1달러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초대형 원유 운반선의 경우 왕복 통행에 26만달러(약 3억 7000만원)를 지불할 수 있다.

◆ 중국 석유 시장 강국 입지 구축

중국은 원유 생산량은 많지 않지만, 이란 전쟁 기간 석유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국가임을 입증했다.

글로벌 회계법인 RSM의 수석 경제학자인 조 브루수엘라스는 "중국은 수요를 조절하는 독보적인 능력을 보여주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중국은 전쟁 전에 비축해 둔 막대한 원유 비축량에 크게 의존한 덕분에 중국의 원유 수입량은 이란전 발발 후 하루 약 500만 배럴이나 급감했다. 다만 비축량을 다시 채워야 할 시점이 올 것이며, 그때가 되면 수요가 다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전쟁은 중국인들의 소비 행태에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예를 들어 중국 교통부에 따르면 중국 노동절 연휴(5월 1~5일) 기간 중국 고속도로에서의 전기차 충전 건수는 전년 대비 55.6% 급증했다. 연휴 기간 중국 고속도로를 주행한 차량 중 전기차 비중은 4분의 1에 조금 못 미쳤으며, 이는 전년과 비교해 33% 증가한 수치다.

중국은 또 석유·가스 화력 발전소에서 석탄 화력 발전소로 신속히 전환함으로써, 전례 없는 석유 위기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회복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베이징=AP/뉴시스] 30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샤오미 전기차 출시 행사가 열려 한 방문객이 샤오미 스카이노마드 시리즈 N90과 함께 셀카를 찍고 있다. 2026.07.31.
◆ 중동 외 지역서 원유 생산량 급증

이란 전쟁이 몰고 온 또 다른 중대한 변화는 중동 외 지역에서 원유 생산량이 급증한 것이다.

석유시장 컨설팅업체 리포우 오일 어소시에이츠의 엔디 리포우 회장은 중동 이외 지역에서 탐사 및 대체 에너지 개발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기존 석유 프로젝트들의 시추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JP모건에 따르면 브라질은 원유 생산량을 하루 80만 배럴 늘렸고, 가이아나는 30만 배럴, 캐나다는 20만 배럴, 노르웨이는 15만 배럴 늘렸다. 미국도 지난해 같은 시점보다 하루 90만 배럴 더 많은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중동 산유국들은 원유 수송 방식을 변경하고, 대체 경로를 개발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전국을 가로질러 홍해까지 물자를 수송하기 위해 대규모 트럭 호송대를 고용했으며,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기 위해 동서 파이프라인의 가동률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이라크는 지중해로 이어지는 파이프라인 건설을 위해 셰브론과 협의 중이다.

석유수출기구(OPEC)는 이 기구의 가장 중요한 회원국 하나인 아랍에미리트(UAE)가 지난 5월 탈퇴하면서 사우디 주도의 OPEC은 큰 타격을 입었다. 기구에서 두 번째로 큰 원유 생산국인 이라크가 다음 차례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창립 회원국인 베네수엘라마저 이탈할 경우 60년 넘게 세게 석유 시장을 좌우해 온 OPEC의 결속력과 영향력이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사우디가 추가 탈퇴를 막기 위해 다른 국가들이 글로벌 수요량보다 더 많은 석유를 생산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 이는 소비자 물가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석유 공급 과잉을 초래해 석유 산업 이익이 급격히 감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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