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4구역서 시작한 정부·서울시 충돌, 용산공원으로
종묘~세운~남산~용산공원~한강 잇는 녹지축 관건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정부와 서울시가 부동산 정책과 주택 공급을 둘러싸고 사사건건 충돌하는 가운데 그 이면에 종묘에서 한강까지 이어지는 '서울 대녹지축'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6일 관가에 따르면 서울 도심 핵심 공간을 둘러싼 정부와 서울시 간 충돌은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해 10월 말이다. 서울시는 세운4구역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 고시하면서 종로변 건축물 높이를 기존 55m에서 98.7m, 청계천변은 71.9m에서 141.9m로 높였다. 대신 건폐율을 낮추고 지상에 '녹지 생태 도심' 방식을 적용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러자 국가유산청은 고층 건물이 세계유산인 종묘의 경관을 해친다며 반발했다. 김민석 당시 국무총리가 지난해 11월 종묘를 찾아 범정부적 대응을 주문하면서 갈등은 증폭됐다. 올해 5월에는 국가유산청이 서울시 산하 공기업인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에 세계유산영향평가 실시와 사업계획 보완을 요구하는 행정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에 서울시는 세운4구역 건축물 높이를 올리는 것이 사업의 본질이 아니라고 맞섰다. 세운상가군 철거 후 부지 개발 과정에서 확보되는 개방형 녹지를 서로 연결해 세운지구 전체에 약 13만6000㎡ 규모 녹지축을 조성하는 것이 서울시의 최종 목표다.
정부가 지난달부터 용산공원 일부를 공공 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이미 훼손된 녹지를 주택 공급에 이용한다면 주택난 해소와 공원 조성을 병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번에는 서울시가 반대했다. 캠프킴 등 용산공원 '본체' 밖 주택 공급은 협의할 수 있지만 본체부지는 1㎡라도 주거용으로 전환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0일과 26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잇따라 만났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갈등이 빚어진 세운4구역과 용산공원을 지도로 보면 두 구역은 서울의 한복판에 있다. 그리고 두 구역은 창덕궁과 종묘에서 세운지구와 남산을 지나 용산공원과 한강까지 이어지는 서울 도심 남북 녹지축이라는 하나의 선 위에 있다.
이 녹지축은 서울시 도시 계획에 명시돼 있는 개념이다.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는 세운상가 일대 녹지축을 우선 연결하고 이를 남산에서 용산공원과 한강까지 이어지는 보행·녹지축으로 확장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세운지구 녹지생태도심과 용산공원 본체부지 전면 공원화를 통해 창덕궁·종묘에서 세운과 남산, 용산공원을 거쳐 한강까지 이어지는 '녹색 척추'를 완성한다는 것이다.
서울 도심 북쪽에는 창덕궁·창경궁과 종묘가 자리하고 있고, 그 아래로 세운지구가 이어진다. 세운상가 철거 후 개방형 녹지가 연결되면 녹지축은 남쪽으로 남산까지 이어진다.
서울 한복판에 흩어져 있던 궁궐과 세계유산, 도심 녹지, 산과 강이 하나의 녹색 네트워크로 이어지는 구조라는 게 시의 설명이다.
각종 연구에서도 녹지축 연결 효과가 입증됐다. 2021년 한국지적정보학회지에 발표된 '서울시 녹지 연결망의 시계열 분석 및 정책적 함의' 논문에 따르면 용산공원 조성은 녹지 면적 증가 규모에 비해 녹지 연결성을 높이는 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북악산에서 남산을 거쳐 한강 남쪽으로 이어지는 서울의 주요 생태축을 강화하고 확장하는 핵심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운지구도 마찬가지다. 2025년 한국혁신학회지에 게재된 '세운지구 도심공원 조성사업의 편익 추정' 논문에서는 세운지구 도심공원 조성에 따른 편익이 서울에서 연간 493억원, 전국적으로 연간 1376억원으로 추정됐다.
서울시는 세운지구에서는 종묘~남산 녹지축을 복원하고 용산에서는 남산~한강 녹지축을 이어 서울 도심 남북 대녹지축을 완성한다는 구상을 세우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세운과 용산의 갈등이 개별 사업의 높이와 주택 공급 규모를 넘어 서울의 장기적인 공간 구조를 둘러싼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며 "한번 결정된 토지 이용은 장기간 도시의 모습을 좌우하는 만큼 세운과 용산을 둘러싼 현재의 선택이 향후 서울의 녹지 체계와 도시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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