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가공식품 물가 상승, 업계 부담
다수 외식 업체 최근들어 가격 인상해
폭염·인건비 등 가격 상승 요인 복합적
[서울=뉴시스]오제일 기자 = 채소와 가공식품 가격 상승은 외식업계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식재료와 인건비, 배달 수수료 등 누적된 비용 상승도 버거운 상황에서 주요 식재료비 인상이 겹치면서 음식점과 프랜차이즈 가맹점 가격 인상 압박이 한계에 달했다는 분위기다. 소비 위축을 우려해 가격 인상을 미뤄온 외식업체들이 버티기를 포기할 경우 먹거리 물가 상승세가 한층 가팔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생산자물가지수는 국제 정세 불안 등 영향으로 올해 들어 상승세를 이어오다 7월 들어 소폭 하락했다. 전년 동월 대비 ▲1월 1.9% ▲2월 2.5% ▲3월 4.1% ▲4월 7.2% ▲5월 8.6% ▲6월 8.6% ▲7월 7.7% 등으로 나타났다.
생산자물가는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으로 통상 1~3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다만 품목의 성격에 따라 발생하는 시차에 차이가 있다.
7월의 경우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생산자물가지수가 11개월 만에 소폭 하락했으나, 외식 업체의 주요 원재료인 농림수산품의 전월 대비 1.5% 상승한 상태다. 외식 업계는 이 같은 누적된 부담을 수개월째 견뎌 왔고, 최저임금과 임대료 상승 등이 맞물리며 가격 인상 압박을 크게 받아왔다.
최근 지속된 폭염과 집중 호우도 외식 업계를 압박하는 요인이 되는 모습이다. 채소와 과일 등 신선식품 생산 차질이 우려되고, 실제 공급이 줄어들 경우 식재료 가격이 오르면 업계의 원가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7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농축수산물 물가는 0.9% 상승해 6월(3.2%)에 비해 상승률이 크게 낮아졌지만, 축산물(4.4%)과 수산물(3.9%)의 상승폭은 여전히 컸다. 국산 쇠고기(5.7%), 쌀(7.9%), 수입쇠고기(8.7%), 달걀(7.5%), 고등어(7.0%) 등이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상회하는 오름폭을 나타냈다.
이들 영향으로 상승한 가공식품 가격도 외식업계의 부담으로 전이된다. 라면과 음료, 소스, 햄, 냉동식품 등 외식 매장에서 사용하는 완제품과 반가공 식재료 가격이 오르면 매장별 원가율도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소비자들은 이미 이를 체감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지역 김밥 한 줄의 평균가격은 3838원으로 1년 전에 비해 5.9% 상승하며 4000원에 육박했다. 칼국수는 1만38원으로 함께 먹으면 한끼를 해결하는데 1만4000원이 드는 셈이다.
소비 위축을 우려해 가격 인상을 주저하던 외식업체들의 가격 인상도 최근 잇따르고 있다. 가맹사업 특성상 본사가 공급하는 필수품목 가격이 오르면 가맹점의 원가 부담 역시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원가 부담이 커져도 실제 적용되는 메뉴 가격은 본사 정책과 소비자 반응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개별 점주가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쉽지 않다.
브랜드들은 가격 인상 배경으로 국내외 정세 변화에 따른 포장재 등 원부자재 가격 급등, 환율과 유가 상승으로 인한 제반 비용 상승 등 누적된 부담을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가격 인상 결정을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하는 이유는 내수 침체로 소비자들의 외식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가성비 시장이 부상해 자칫 가격을 올리면 고객 이탈로 인한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는 추석을 앞두고 먹거리 물가를 잡기 위해 외식 업계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이어가는 중이다. 주요 원재료에 대한 할당관세 및 수입 부가가치세 면세도 추진 중이다.
국제유가와 일부 원재료 가격도 최근들어서는 안정세를 찾고 있다. 농축수산물 물가도 상승폭이 둔화된 상태다.
그럼에도 외식물가가 빠르게 안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업계에서는 여전하다. 이미 누적된 원가 부담에 하반기 식재료 가격 변동성까지 더해질 경우 추가 가격 인상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물가 안정 기조와 소비 위축 우려 등을 이유로 가격을 최대한 눌러왔다"며 "제반 비용 상승으로 '불가피한' 선택을 하는 업체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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