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7일부터 '개식용종식법' 시행
업주들 "막막하고 지원금 사용 제한적"
[서울=뉴시스]강은정 기자 = "올여름 매출의 90%가 개고기였습니다. 내년부터 정부에서 개고기를 못 팔게 하니까 염소랑 닭, 오리도 팔고 있는데 그 수요가 많지 않습니다. 나라에서 개고깃집을 없애면서 제대로된 보상을 해주지 않는 건 정말 무책임합니다."
인천 연수구에서 25년째 보신탕집을 하고 있는 조모(65·여)씨는 23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염소·닭·오리고기는 경쟁력이 많이 떨어져서 걱정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내년 2월부터 식용 목적의 개 사육·도살·유통·판매하는 행위가 금지되면서 보신탕 점주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 2024년 2월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개 식용 종식법)'을 제정한 후 3년의 유예기간을 줬지만 새로운 생업 기반을 찾기에는 한참 부족하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오는 2027년 2월 7일 전면 시행되는 개 식용 종식법을 위반해 개를 도살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같은 법을 어기고 개를 사육·증식하거나 유통 및 판매를 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여기에는 반려견뿐 아니라 유실·유기견 등 모든 개가 적용된다.
대부분 고령인 보신탕 업주들은 벌써부터 내년 생계를 걱정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의 개식용종식 기본계획을 보면 2024년 8월 기준 전국 개고기 판매 식당은 2352곳으로 이 중 68.6%는 대표자 연령이 60세 이상이다.
조씨는 "개고깃값이 올라 보신탕 가격을 인상했는데도 복날에 가게로 보신탕을 먹으러 왔다"며 "먹고 사는 문제가 달려서 폐업할 수는 없고 메뉴를 추가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했다.
특히 보신탕 점주들은 정부에서 주는 지원금 액수가 적을 뿐 아니라 사용처도 한정적이라 불편하다고 했다. 정부는 내년 2월 6일까지 개 식용 식품접객업자 중 폐업 혹은 업종·메뉴를 변경한 것으로 확인되는 이들을 위한 지원 정책을 마련했다. 폐업 시 점포 철거·원상복구에 쓸 수 있는 최대 400만원이, 식육 종류 변경 시 간판·메뉴판 교체 비용 최대 250만원이 제공된다.
인천 남동구에서 보신탕 가게를 하는 윤모(68·여)씨는 "지원금을 식탁이나 의자를 바꾸는 데 쓰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며 "요즘 간판 교체도 250만원 가지고는 부족하다"고 했다. 윤씨는 "지난 14일인 말복에도 손님이 와서 '왜 개고기를 못 먹게 하냐'고 불평하더라. 올해 여름 식당에서 판매한 10그릇 중 8그릇이 개고기였다. 이제 개고기를 파는 곳이 없으니까 소개받아서 오더라"고 말했다.
그는 "업종 전환을 시도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며 "염소 고기 조리법도 배워서 팔고 있는데 주변에 염소 전문 프랜차이즈가 너무 많이 생겼다. 상대적으로 고기를 싸게 떼오는 프랜차이즈와 가격 경쟁을 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대전 지역 보신탕 업주 14명은 지난달 24일 기초 지방자치단체장을 상대로 영업손실을 보상해 달라는 취지의 영업손실보상금 지급거부처분 취소소송을 대전지법에 제기했다. 이들은 "개 식용 종식법에 의해 전·폐업을 강요받았으며 이는 평등원칙, 재산권 보호 원칙, 신뢰보호 원칙을 위반했으므로 영업손실 보상금을 달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신탕 업종 특성을 감안한 연착륙 방안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개발본부장은 "보신탕 가게는 업주들이 대부분 고령인 데다 지역에 뿌리를 두고 시작한 곳이 많아 사업 아이템 전환이 어려워 출구 전략이 중요하다"며 "정부가 기존 지원 정책에 더해 보신탕 점주들을 위한 다양한 생계유지 대책을 적극적으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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