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위 불참 위원, 녹취록 듣고 의결…법원 "정족수 위반, 해고 무효"

기사등록 2026/08/23 09:00:00 최종수정 2026/08/23 09:10:24

회사, 동종업계 사업 추진 등 이유로 3명 해고

지노위 부당해고 기각→중노위 '절차 하자' 인정

法 "징계규정은 취업규칙…하자 사후 치유 안돼"

[서울=뉴시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강재원)는 주식회사 A사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사진은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photo@newsis.com 2026.08.23.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징계해고 과정에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다면 징계사유와 관계없이 해고는 무효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강재원)는 주식회사 A사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엔지니어링 서비스업과 농업 컨설팅업 등을 하는 A사는 연구개발팀 직원 B·C·D씨가 회사 자산과 기술을 이용해 동종업계 사업을 추진하고 영업비밀을 누설하는 등 취업규칙을 위반했다며 이들을 징계해고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B씨 등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기각했지만 중노위는 재심에서 이를 뒤집었다.

중노위는 '사무실 내 음주행위'를 제외한 징계사유와 징계양정은 인정하면서도, 실제 징계위원회에 3명만 참석한 뒤 불참 위원이 사후 녹음파일을 듣고 의결에 참여한 점과 무기명 비밀투표도 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A사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중노위가 절차상 하자의 근거로 삼은 징계관리 규정은 정식 공지·등록되지 않았고 근로기준법상 의견청취 절차도 거치지 않아 취업규칙으로 볼 수 없다며 반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징계관리 규정이 해고 등 징계 기준과 절차를 정하고 회사 내부 '전사규정' 폴더에 게시돼 시행 중이었던 만큼 취업규칙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의견청취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해 그 취업규칙이 무효로 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징계관리 규정상 회의 정족수가 4명 이상인데도 실제 인사위원회에는 3명만 참석한 점을 지적했다. 불참 위원이 다음날 녹취를 듣고 의결에 참여했더라도 징계 혐의자의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됐다거나 정족수 위반 하자가 치유됐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변호사가 불참 위원을 대신했다는 A사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규정상 징계위원이 제3자에게 참석 권한을 위임할 근거가 없고, 이를 허용하면 징계위원 자격을 '이사 대우 이상'으로 정한 취지가 훼손된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무기명 비밀투표를 하지 않은 것은 절차상 하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징계 의결을 무기명 비밀투표로 하도록 한 것은 투표의 비밀성을 보장해 위원들이 자유롭게 의사표시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지키지 않으면 위원들의 결정이 달라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해고는 징계관리 규정에 반해 이뤄진 것으로서 중대한 하자가 있으므로 무효"라고 판시했다.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해고를 무효로 봤으므로 징계사유의 존재 여부와 징계양정의 적정성은 더 판단하지 않기로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ong15@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