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1편이던 한국영화 9월 대거 개봉
'비광' '인턴' '암살자(들)' '타짜' '부활남'도
이창동 새 영화 '가능한 사랑'까지 9월에
업계 "9월 추석연휴 6편 처음 보는 상황"
최고흥행배우 유해진에 대세 구교환 참전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올해 여름방학에 개봉한 한국영화는 나홍진 감독 '호프' 딱 1편이었다. 영화계가 최대 성수기로 꼽는 이 시기에 한국영화가 1편 밖에 없었던 건 코로나 사태 때도 없던 일이었다. 한국영화 역대 최대 제작비(약 500억원)를 쏟아부은 '호프'가 나오는데다가 마블영화 '스파이더맨:브랜드 뉴 데이'와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오디세이'가 일찌감치 여름 개봉을 확정한 상태였기 때문에 배급사들은 진작에 백기를 들고 여름방학을 포기했다. 실제로 이 영화 3편이 불러모은 관객수 총합은 약 1800만명이었다.
7~8월을 내준 한국영화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9월 공략에 나선다. 9월이면 '스파이더맨:브랜드 뉴 데이'와 '오디세이' 흥행세가 한 풀 꺾이고 박스오피스가 소강상태에 들어간다. 이렇다 할 할리우드 영화도 없다. 게다가 그 달 말엔 추석 연휴가 있다. 그렇게 9월에 개봉을 확정한 한국영화만 6편이다. 오는 26일 개봉하는 '경주기행'이 사실상 9월 극장가를 노린 작품이라고 본다면 9월에 한국영화 총 7편이 경쟁하게 된다. 국내 배급사 관계자는 "여름에 한국영화가 1편인 것도 이례적이었는데, 9월과 추석 연휴를 공략하는 한국영화가 7편이라는 것도 처음 보는 일"이라고 했다.
포문을 여는 건 다음 달 2일 개봉하는 이지원 감독의 '비광'이다. 배우 류승룡과 하지원이 주연한 이 작품은 톱스타 부부가 갑자기 나타난 남편의 딸로 인해 이혼한 뒤 8년 후 충격적인 사건에 휘말린 딸을 구하기 위해 진실을 파헤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2018년 '미쓰백'으로 연출력을 인정 받은 이 감독이 8년만에 내놓은 새 영화다.
'비광'은 9월 초 개봉을 선택하며 약 2주 간 박스오피스를 선점한 상태. 박 터지는 건 같은 달 16일 공개되는 '인턴'부터다. '인턴'은 최민식과 한소희가 주연한 작품. 로버트 드 니로와 앤 해서웨이가 주연한 동명 할리우드 영화 리메이크작이다. 은퇴한 회사원이 스타트업 인턴으로 재취업해 젊은 CEO의 비서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한국 최고 배우 중 한 명인 최민식과 같은 세대 최고 스타 중 한 명인 한소희가 만난다는 점, 검증된 원작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다만 흥행을 낙관할 수는 없다. '인턴' 개봉 다음 주이자 추석 연휴 직전인 23일 허진호 감독의 '암살자(들)'과 최국희 감독의 '타짜:벨제붑의 노래'가 관객을 만난다. 게다가 이창동 감독 신작 '가능한 사랑'까지 이날 나온다. 그리고 추석 연휴 직후인 30일엔 백종열 감독의 '부활남:더 레드'까지 출격한다.
그 중에서도 '암살자(들)'과 '타짜:벨제붑의 노래'는 각 배급사 입장에서 반드시 흥행시켜야 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경쟁이 더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1974년 8월15일 육영수 여사 저격살해 사건을 영화화한 '암살자(들)'은 한국 현대사 영화화에 공을 들이고 있는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가 사실상 처음 배급까지 맡은 작품이다. '타짜' 시리즈 4번째 영화인 '타짜:벨제붑의 노래'는 CJ ENM이 '어쩔수가없다' 이후 1년만에 내놓는 새 영화다. 두 배급사 입장에선 그만큼 성공이 절실한 작품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부활남:더 레드'까지 추가되면 경쟁은 과열될 수밖에 없다. 현시점 한국영화 최고 흥행 배우들이 맞붙는 구도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암살자(들)'엔 유해진을 필두로 박해일·이민호가 있다. 유해진은 코로나 사태 이후 1000만 영화 2편에 700만 영화 1편을 해낸 최고 흥행 배우다. '타짜4'에선 연기력과 스타성을 모두 갖춘 변요한이 버티고, '부활남:더 레드'엔 구교환이 있다. 유해진만큼은 아니지만 구교환 역시 영화·드라마 모두에서 최근 수 년간 실패가 없었던 배우. 두 사람 출연작 중 어떤 영화가 성공할지 지켜보는 것도 관전포인트가 될 수 있다.
멀티플렉스업체 관계자는 "안타깝긴 하지만 '인턴' '암살자(들) '타짜:벨제붑의 노래' '부활남:더 레드'가 모두 적당히 흥행할 순 없는 것 아니겠느냐"며 "최근 관객 성향을 볼 때 최소 2편, 어쩌면 1편을 제외한 나머지 3편이 모두 흥행에 실패하는 그림도 나올 수 있는 구도"라고 말했다.
관객수와 흥행 면에서 다소 거리가 있긴 하나 '가능한 사랑'을 빼놓을 순 없다. 거장 이창동 감독이 '버닝' 이후 8년만에 내놓은 새 영화라는 점에서 시네필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데다가 이 감독과 영광의 시절을 함께한 배우 전도연·설경구에 더해 조인성·조여정이 출연한다. 게다가 이 작품은 올해 베네치아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만약 베네치아에서 수상하면 '가능한 사랑'을 향한 관심은 더욱 올라갈 수밖에 없다.
영화 홍보사 관계자는 "'호프' '스파이더맨' '오디세이'를 피했는데, 그것 못지 않게 험난한 9월이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다. 관객 눈길을 확 끌어잡는 독보적인 영화가 없기 때문에 입소문을 내기 위한 홍보·마케팅 전략이 매우 중요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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