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선박 통항 80% 오만으로…이란 통제력 흔들린다

기사등록 2026/08/19 14:05:48

한 달 전 거의 없던 오만 항로 이용 급증

이란 선호 항로 외면…통항 비용도 걷지 못해

[AP/뉴시스]호르무즈 해협과 아라비아해를 잇는 항로를 따라 유조선들과 화물선들이 오만만에 정박한 모습. 이란의 25일(현지시각) 상선 공격에 대응해 미군이 26일 이란의 미사일 및 드론 기지 등을 공습했다. 2026.6.27.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최근 2주간 호르무즈해협에서 포착된 선박 통항의 80% 이상이 이란이 반대하는 오만 연안 항로로 몰리면서, 이란이 해협 통제력을 일부 잃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CNN은 18일(현지시간) 글로벌 원자재 정보업체 케이플러(Kpler)의 분석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케이플러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와 위성자료를 이용해 선박의 항로를 추적한다.

이 항로는 오만 영해를 지나는 남부 항로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전체 운항 체계를 지원하지만 실제 항로 조정과 안전관리는 오만 당국이 맡는다. 선박들은 필요하면 미국 측과도 통항을 조율할 수 있다.

이란은 자국 영해를 지나는 북부 항로를 이용하라고 요구하며 오만 쪽 항로에 반대해왔다. CNN은 이란이 오만 연안을 따라 운항하려던 선박들을 공격했지만, 최근에는 미국의 지원을 기대하며 남부 항로를 선택하는 선박이 늘었다고 전했다.

호마윤 팔락샤히 케이플러 원유분석 책임자는 “이란이 적어도 해협 통제력의 일부를 잃은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만 항로 이용이 늘면서 이란이 자국이 선호하는 항로를 통해 선박 운항을 통제하고 비용을 요구할 여지도 줄었다. 케이플러는 최근 이란이 통항 관련 비용을 실제로 거둔 정황도 포착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반다르아바스=AP/뉴시스] 사진은 2026년 5월2일(현지시간) 이란 반다르아바스 앞 호르무즈 해협 해상에 유조선들이 정박해 있는 모습. 2026.07.01.
미국과 이란이 지난 6월17일 체결한 양해각서에는 이란이 60일간 상선의 안전한 통항을 무료로 보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조항은 이번 주 만료됐지만, 합의문은 향후 해협 관리와 해상 서비스 비용을 오만 등 연안국과 협의하도록 했을 뿐 이란의 통행료 징수권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댄 피커링 피커링에너지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는 “중동의 선박 운항 주체 대부분은 이란이 요구하는 비용을 내고 싶어 하지 않으며 실제로도 내지 않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오만 항로가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쿠웨이트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을 빌려 페르시아만에서 호르무즈해협을 빠져나간 뒤 위험지역 밖인 오만만에서 고객 측 유조선으로 원유를 옮겨 싣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일부 선박은 이란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AIS를 수주간 끈 채 운항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위성으로 선박을 포착할 수는 있지만 항적을 연속적으로 추적하기 어려워 케이플러를 비롯한 민간업체의 집계에서 빠질 수 있다.

미국 정부가 제시한 원유 수송량이 민간업체 추산보다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11일 최근 7일간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 원유가 하루 평균 약 900만 배럴이며, 파이프라인과 다른 수출시설을 통해 해협을 우회한 물량 500만~700만 배럴을 합치면 하루 약 1500만 배럴이라고 주장했다. 전쟁 전 평균은 하루 약 2000만 배럴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이 호르무즈해협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한 뒤 같은 취지의 발언을 반복했다. 그러나 이란의 선박 공격이 이어지고 원유 수송량도 전쟁 전 수준을 밑도는 만큼 미국이 해협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CNN의 평가다.

이란과 오만은 미국과 별도로 호르무즈해협의 항로 관리와 자유로운 통항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양국은 지난 6월부터 해협 관리와 해상 서비스 비용 등을 논의해왔지만, 협상 결과가 실제 통항량과 미·이란의 영향력에 어떤 변화를 줄지는 불분명하다고 CNN은 전했다.

앤디 리포 리포오일어소시에이츠 사장은 “현재 나오는 정보와 제목은 모두 유보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통제력의 일부를 잃었다고 평가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unghp@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