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밭담 전시공간에서 벗어나 주변 해변과 밭담길, 동굴, 오일장, 중산간 관광자원 등을 연결하는 제주 동부지역 관광거점으로 육성하자는 구상이다.
제주연구원은 19일 고선영 연구위원이 수행한 '제주밭담 테마공원 활성화 방안 연구'를 통해 지속가능한 관리체계 구축과 방문객 유인을 위한 콘텐츠 확충, 인근 지역과의 공간 연계, 주민참여를 통한 지역사회 연계 등 4대 활성화 전략을 제시했다.
제주밭담은 돌이 많고 바람이 강한 자연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독특한 농업시스템으로 밭의 경계를 구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강한 바람으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하고 토양 유실과 가축의 농경지 침입을 막아온 농업문화의 상징이다.
이 같은 가치를 인정받아 2014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에 등재됐으며, 이를 기념해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에 제주밭담테마공원이 조성됐다.
하지만 현재 별도의 전담인력과 운영예산이 없어 제주밭담축제 기간을 제외하면 상시적인 관리와 운영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실제 방문객 상당수도 세계농업유산인 제주밭담 자체를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주변 관광지를 오가는 과정에서 테마공원을 찾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105명을 대상으로 한 밭담테마공원 방문객 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48.6%는 인근 해변이나 카페를 방문하는 과정에서 테마공원을 찾았고,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대한 관심이 방문 계기가 됐다는 응답은 5.7%에 그쳤다.
밭담의 독특한 경관에 대해서는 45.7%가 만족감을 나타낸 반면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는 안내표지·설명 부족 53.5%, 볼거리·체험 부족 50.5% 등이 꼽혔다.
연구원은 안정적인 관리·운영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제주도가 직접 운영하고 중기에는 민간 전문기관에 위탁한 뒤 장기적으로 가칭 '제주밭담보존협의회'를 설립해 관리하는 단계적 방안을 제안했다.
방문객이 공원에 머물 수 있는 콘텐츠로는 제주 자생식물인 황근과 밭담이 어우러지는 경관을 조성하고 블루카본 가치를 스토리텔링하는 한편 상설 생태해설 프로그램과 주민참여형 '생명텃밭' 등을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테마공원 안에 머물던 관광동선을 마을로 넓히기 위해 진빌레 밭담길과 당처물동굴을 연결한 인문산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오랫동안 밭담을 쌓아온 제주 석공인 '돌챙이' 등 지역의 인적·문화자원을 활용한 콘텐츠 발굴도 제안했다.
주변 관광자원과의 연계 방안으로는 김녕·만장굴을 연결하는 세계유산 코스와 세화오일장을 활용한 파머스 마켓, 평대·덕천리 숙박거점 연계, 비자림·용눈이오름 중산간 생태코스, 제주시 동문재래시장으로 이어지는 귀환 동선 등 5개 코스를 제시했다.
주민해설사를 양성하고 밭담 가꾸기 등 주민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동시에 안내센터에서 지역 농특산물과 기념품을 판매해 발생한 수익이 지역사회로 환원되는 구조를 만드는 방안도 포함됐다.
고선영 연구위원은 "제도적으로는 현행 '제주특별자치도 농어업유산 보전 및 관리 조례'가 농어업유산의 보전·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는 만큼 활용·홍보와 테마공원 운영기구 설치, 수익사업 및 수익금의 지역사회 환원 등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조례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테마공원이 들어선 월정리는 제주밭담의 특징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지역으로 꼽힌다. 바닷가와 가까워 검은 현무암 밭담 너머로 바다를 함께 바라볼 수 있고, 밭 안에는 무덤을 둘러싼 '산담'도 남아 있어 제주 농경지의 전통적인 토지 이용 모습을 한 공간에서 살펴볼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ijy788@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