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규제지역 잔여물량 공공임대로 전환
최근 1년 1600호…공공임대 확대 실효성 의문
무주택 청약기회 축소·LH 재정부담 논란
[서울=뉴시스]이종성 기자 = 정부가 수도권 규제지역에서 발생하는 민간 분양 잔여물량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우선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다만 이미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분양 방식으로 공급되는 물량을 임대로 전환하는 만큼 청약 기회 축소와 공공임대 공급의 실효성, LH의 재정 부담을 둘러싼 논란도 예상된다.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월세·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을 통해 수도권 규제지역에서 민간 분양 잔여물량이 발생할 경우 LH 등이 우선 매입해 '보편형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현재 무주택 일반 국민에게 추첨 방식으로 공급하는 잔여물량을 공공이 먼저 확보하는 방식이다.
무순위 청약은 정당계약 이후 미계약이나 계약 포기 등으로 남은 주택을 다시 공급하는 제도다. 청약통장이 필요하지 않고 추첨 방식으로 당첨자를 선정해 흔히 '줍줍'으로 불린다.
◆ '로또 청약' 차단…12월 제도화 추진
정부는 일부 민간 분양 잔여물량에서 과도한 시세차익이 발생하고 청약 과열이 나타나는 문제를 막기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잔여물량이 최초 분양 당시 가격으로 다시 공급될 경우 주변 시세와 수억원 이상 차이가 벌어지면서 이른바 '로또 청약' 논란이 반복돼 왔다.
대표적으로 2024년 7월 경기 화성시 '동탄역 롯데캐슬' 전용면적 84㎡ 1가구 무순위 청약에는 294만5000여명이 신청했다. 2017년 최초 분양가격으로 공급되면서 당시 시세와 큰 차이가 나자 수백만명의 청약자가 몰렸다.
정부는 이처럼 과도한 시세차익이 발생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민간 분양 잔여물량을 LH 등이 우선 매입해 보편형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1년간 수도권 규제지역에서 발생한 전용 85㎡ 이하 민간 분양 잔여물량은 약 1600호다.
정부는 오는 12월 보편형 공공임대 도입을 위한 공공주택특별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LH 우선매입 대상과 가격, 시행 시점 등은 후속 과정에서 정해질 전망이다.
◆ 분양 대신 임대…무주택자 청약 기회 줄어드나
다만 현재 무순위 청약이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주택 실수요자의 자가 마련 기회를 줄이게 될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지난해 6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 개정되며 무순위 청약 신청 자격은 무주택 세대구성원으로 제한됐다. 투기나 과열 경쟁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시장·군수·구청장이 해당 지역 거주 요건도 추가할 수 있다. 과거처럼 주택 보유 여부나 거주지와 관계없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이에 따라 지금은 잔여물량이 발생하더라도 무주택자가 추첨을 통해 해당 주택을 소유할 수 있지만, LH가 이를 먼저 사들이면 해당 주택은 분양시장에서 빠지고 임대주택으로 전환된다. 주거 지원 대상은 여전히 무주택자지만 소유할 기회가 임차 기회로 바뀌는 셈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랩장은 "임대를 원하는 사람한테는 좋은 정책일 거고, 분양을 원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왜 분양해야 할 주택을 임대로 돌리느냐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며 "각자의 사정에 따라 정책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공임대 공급 확대 측면에서 실효성이 얼마나 클지도 의문이다.
최근 1년간 정부가 집계한 수도권 규제지역 잔여물량은 약 1600호다. 정부는 앞서 올해부터 내년까지 2년 동안 수도권에서 매입임대 9만호를 공급하고 이 가운데 규제지역에 6만6000호를 집중 공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최근 1년간 발생한 잔여물량 1600호는 연간 규제지역의 공급하는 매임임대 물량의 약 4.8% 수준이다. 이에 별도의 우선매입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전체 공공임대 공급 규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대상 물량 자체가 많지 않고 선호도가 높은 주택은 어차피 시장에서 소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조치가 주택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LH 올해 부채 194조 전망…재정 부담도 변수
LH의 재무 부담도 변수다. LH가 공시한 2026년 예산에 따르면 올해 부채는 194조2915억원으로 예상된다. 자본 대비 부채비율은 약 240.9% 수준이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도 10조5690억원 적자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수도권 규제지역의 민간 분양 주택까지 추가 매입할 경우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지난해 공공임대주택 관련 사업의 당기순이익만 2조2263억원을 기록했다. 임대주택은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로 장기간 운영하는 데다 노후화에 따른 유지·보수 비용까지 발생해 공급 확대가 LH의 재무 부담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윤 랩장은 "결국 어떤 잔여물량을 어느 가격에 매입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구체적인 매입 대상과 가격 등 기준이 나오면 공공임대 공급 효과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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