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사랑하는 사람이 수술실에 들어간 뒤 남겨진 사람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걱정하고 기도하는 동안에도 병원비와 대출, 통장 비밀번호 같은 현실의 일들은 내가 처한 상황을 봐주지 않는다.
장강명 작가의 신작 '서성이다'(현대문학)는 사랑하는 이의 투병 곁에서 흔들리는 한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본 오토픽션(자전소설)이다. 사랑과 두려움, 죄책감과 무력감 사이를 오가는 감정에는 작가 자신의 경험이 상당 부분 포개져 있다.
작품은 기자 출신 소설가 '안시찬'과 아내이자 온라인 독서 플랫폼 운영자 '이지수'의 이야기다. 어느 날 한밤중 지수가 갑자기 쓰러진다. 심한 독감인 줄 알았지만 뇌종양 진단을 받는다.
인물의 직업과 설정 등 상당 부분 작가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 장강명의 아내인 김새섬 그믐 대표는 지난해 갑작스럽게 교모세포종 진단을 받았다. 첫 수술 이후 병이 재발해 최근 두 번째 수술을 받았다.
소설은 아내가 응급실에 실려 간 뒤 수술실과 중환자실을 거치는 사흘간의 시간을 따라간다. 짧은 시간이지만 시찬의 내면에서는 사랑과 두려움, 죄책감과 자기혐오 등 여러 감정이 끊임없이 교차한다.
아내의 생사를 걱정하는 동안에도 현실의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이사 잔금과 대출 문제를 처리하려면 아내 명의의 통장 비밀번호를 알아내야 한다. 아내의 곁을 지키면서도 당장 해결해야 할 일상의 문제들이 시찬에게 밀려든다.
그 과정에서 시찬은 아내의 업무와 생활 원칙이 담긴 노트 '지수의 만트라'를 우연히 발견한다. 노트에는 그동안 지수가 홀로 견뎌온 현실이 적혀 있다.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아내의 삶을 뒤늦게 마주한 시찬은 무력감과 죄책감에 휩싸인다. 아내를 다그치고 몰아붙였던 지난날도 되돌아본다.
"그는 그 하늘 아래서 몸을 비틀며 펑펑 울었다. 다른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천변 도로에 우두커니 선 채로 눈물을 줄줄 흘리며 자신의 신, 고통의 신께 기도를 올렸다. 아내가 의식을 되찾게 해달라고, 예전의 총명함과 활기와 기억을 회복하게 해달라고. 아내가 건강하게 오래 살게 해달라고, 그보다 더 건강하게, 더 오래 살게 해달라고."(224쪽)
시찬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 싶은 마음과 뒤늦은 후회, 두려움과 무력감 사이를 끊임없이 '서성인다'. 장강명은 시찬이 겪는 감정의 상당 부분이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됐지만, 소설 속 사건과 주변 인물에 대한 묘사는 많은 부분 허구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병실에서 휴대전화로 '작가의 말'을 썼다고 밝혔다.
"안시찬이라는 이름의 소설 주인공이 겪은 감정은 상당 부분 제 경험에서 나왔습니다. 그러나 안시찬에게 일어난 사건, 또 안시찬 주변 인물들의 묘사는 많은 부분이 허구입니다. (중략) 종교가 있으신 분들은 제 아내 김새섬 그믐 대표를 위해 빌어주십시오. 염치없게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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