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서 식중독 제로 달성
식약처, 신속검사 버스 5대 배치…부산에 캠프 꾸려 대응
현장점검 1395건·신속검사 438건…식중독균 2건 전량 폐기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지난 7월 부산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세계 각국에서 모인 대표단이 문화유산의 가치를 논하는 동안 행사장 한쪽에서는 조금 다른 의미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 곳에는 참가자들의 식탁에 오를 음식을 살피고, 검체를 채취하고, 결과를 기다리며 구슬땀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행사 기간 내내 식음료 안전을 책임졌던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들이 그 주인공이다.
17일 식약처에 따르면 행사 기간인 당시는 기록적인 폭염이 있던 시기였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국제행사인 만큼 식중독이 발생할 경우 파장이 클 수밖에 없었다.
식약처가 전담팀을 꾸려 부산에 캠프린 차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식약처는 현장에 신속검사 버스 5대를 배치했고, 식약처와 부산시 담당 공무원 80여명이 행사장 곳곳을 오갔다.
◆아들이 물었다 "아빠, 일요일인데 회사가?"
잠에서 덜 깬 일곱 살 아들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집을 나선 김지훈 식약처 주무관도 그중 한 명이었다. 이날은 오찬에 제공될 식품을 점검하고 검체를 수거해야 했다.
채취한 검체는 신속검사 버스로 옮겨졌다. 검사 결과를 확인할 시간은 넉넉하지 않았다. 7월 19일 본회의 개막식을 앞두고 신속검사 버스 안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4시간 안에 결과를 알려주셔야 합니다"라고 당부하는 김 주무관의 목소리에는 절실함이 묻어났다.
이번에 세 아이를 친정어머니에게 맡기고 현장으로 나온 오륜경 부산지방식약청 주무관도 검사에 참여했다.
오 주무관은 "DNA 추출, 유전자 증목. 긴장하며 실험하고 있으니 걱정 마세요"라고 웃으며 답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평범한 하루가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오전 10시20분께 상황실의 전화벨이 울리며 분위기는 급변했다.
"절단 토마토에서 병원성 대장균 양성 반응이 나왔습니다." 오 주무관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개막식 첫날 오찬에 제공될 예정이던 식품에서 식중독균이 검출된 것이다.
순간 상황실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제부터는 '검사 결과를 확인하는 일'에서 '음식이 식탁에 오르지 않도록 하는 일'로 캠프의 기능이 바뀌었다.
식약처는 곧바로 현장에 결과를 전파했다. 해당 식품은 배식 전에 폐기해야 했다.
이를 위해 미리 만들어 둔 것은 신속검사 결과를 공유하는 사회관계서비스(SNS) 안전망이었다. 검사 결과가 나오면 현장 관계자들에게 전달하고, 조치가 끝났는지 다시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김 주무관은 현장 점검반의 메시지 확인 여부를 체크하며 폐기를 독려혔다. '폐기 완료'라는 메시지가 상활실에 전달됐다. 검사 결과가 전달되고 식품 폐기가 완료됐다는 보고가 올라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20분이었다.
문제가 된 식품은 참가자들에게 제공되지 않았고, 오찬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하지만 직원들의 하루는 이제 절반을 조금 넘겼을 뿐이었다.
◆"이제 저녁을 대비합시다. 만찬에는 1000명 이상이 참석합니다."
김 주무관은 상황실에서 "자, 이제 저녁을 대비합시다. 만찬에는 1000명 이상이 참석합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에 직원들은 다시 움직였다.
저녁 식단을 살피고 조리와 배식 현장을 확인했다. 신속검사도 이어졌다. 하루 종일 행사장을 오간 직원들이 제대로 저녁 한 끼를 챙길 여유는 많지 않았다. 행사가 끝난 것은 밤 10시께였다.
한여름 새벽부터 시작된 하루가 그렇게 마무리됐다. 이런 날은 행사 기간 내내 반복됐다.
행사 기간 동안 식약처와 부산시 관계자 80여명은 신속검사 차량 5대와 함께 현장을 지켰다. 행사 기간 이들이 실시한 현장 점검은 1395건, 신속검사는 438건에 달했다.
검사 과정에서 식중독균이 확인된 사례는 2건이었다. 두 사례 모두 배식 전에 발견돼 해당 식품은 전량 폐기됐다.
세계유산위원회 참가자들은 예정된 식사를 했고, 행사는 일정대로 진행됐다. 하지만 '식중독 제로'를 위해 누군가는 새벽부터 집을 나섰고, 누군가는 밤낮없이 현장을 지켰다.
세계유산위원회가 별다른 식품안전 사고 없이 마무리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 오히려 식품안전 관리의 결과로 평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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