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맡기면 4~5% 수익…정부 파격실험 '안심신탁' 통할까

기사등록 2026/08/14 10:38:18 최종수정 2026/08/14 10:39:53

세입자 보증금 기구 예치…집주인은 월세처럼 수익

국토부 "임대인 20% 관심…갭투자 차단 효과도"

"전액 예치 방식은 참여 제한…운용수익 확보도 변수"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서울 아파트 전세 부족이 심화되면서 3월 들어 임대차 갱신계약 비중이 절반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통해 올해 1월부터 지난달 31일까지 3개월간 서울 아파트 임대차 계약 5만5890건을 분석한 결과, 이중 갱신계약은 46.73%(2만6117건)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차 신규계약 중 월세 비중도 높아졌다. 올해 1분기 임대차 신규계약 2만8329건 중 월세 비중은 52.74%(1만494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4.77% 대비 7.97%p 확대됐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성북구 아파트 단지의 모습. 2026.04.01.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이종성 기자 = 정부가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별도 기구가 관리하고 운용수익을 집주인에게 월세처럼 지급하는 '전월세 안심신탁사업'을 추진한다. 오는 9월 집주인 모집을 시작해 10~12월 심사·약정을 거쳐 연말부터 입주를 추진할 계획이다.

전세사기 이후 세입자의 전세 기피와 집주인의 월세 선호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정부는 집주인에게 연 4~5% 수준의 수익을 보장하는 대신 세입자의 보증금 미반환 위험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임대인의 실제 참여를 얼마나 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14일 국토교통부의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집주인과 세입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전월세 안심신탁사업을 추진한다.

◆ 세입자 보증금 공적 기구가 운용…집주인엔 월세처럼 지급

사업은 집주인과 전월세 안정화기구, 세입자가 3자 간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세입자는 전세보증금을 집주인에게 직접 지급하지 않고 안정화기구에 예탁한다. 기구는 계약기간 동안 전세금을 운용한 뒤 계약이 종료되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준다.

예치된 전세금은 펀드로 조성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증하는 주택사업 등에 투자된다. 여기서 발생한 운용수익은 매달 집주인에게 월세처럼 지급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세입자는 월세보다 상대적으로 주거비 부담이 낮은 전세로 거주하면서 공적기구의 보증금 관리를 통해 전세사기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집주인은 세입자의 월세 연체를 걱정하지 않고 안정적인 수익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운용수익률을 연 4~5%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추가로 임대소득에 대한 세제 혜택도 검토 중이다.

서울 등 규제지역 주택을 보유한 집주인이 지방으로 이주하는 경우에는 주택연금 실거주 조건을 면제해 안심신탁 수익과 주택연금을 함께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담겼다.

정부는 오는 9월 집주인 모집 공고를 내고 10~12월 심사와 약정을 거쳐 연말부터 입주를 추진할 예정이다. LH 매입임대주택 일부도 수도권에서 500호 규모로 시범 공급한다.

국토부는 임대인을 대상으로 수익률 등 사업 조건을 제시해 수요조사를 진행한 결과 약 20%가 참여에 관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김영국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임대인을 대상으로 한 수요 조사에서 수익률 등 여러 조건을 제시했을 때 약 20% 가량이 참여 의향을 보였다"며 "임대인은 공실률을 낮추고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고, 임차인은 전세사기에 휘말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반환보증에 별도로 가입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집주인에게 제시한 연 4~5% 수익률에 대해서는 "PF보증 대출 등에 투자할 예정인데 PF보증 금리가 4~5% 수준이어서 그 수익은 확정적으로 발생하는 부분"이라며 "최근 서울 지역 전월세 전환율과 비교해도 4~5%면 수익이 거의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또한 안심신탁이 전세시장 안정뿐 아니라 갭투자를 줄이는 효과도 일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 장관은 "집주인 입장에서는 상당히 안정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고 세입자는 신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전체 시장을 좌우하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상당 부분 전세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간접적으로는 갭투자를 막을 수 있는 효과도 있지 않겠느냐는 게 국토부의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 "전액 예치 참여 유인 낮아"…운용수익 확보도 변수

다만 임대인의 실제 참여를 얼마나 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여겨진다. 일반적으로 임대인은 전세보증금을 주택 매입이나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 반환 등에 활용하기 때문에, 보증금 전액을 별도 기구에 맡기는 방식은 참여 유인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전세보증금을 신탁에 맡길 정도라면 주택을 구입할 때 자기자본이 충분히 있는 사람"이라며 "자기자본으로 주택을 살 수 있고 4~5% 정도의 안정적인 수익을 준다면 참여할 수 있지만, 그런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전세금 전액을 맡기는 방식은 참여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보증금의 일부만 별도 기구에 맡기고 나머지는 임대인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운용 주체가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을지도 변수로 꼽힌다. 임대인의 참여를 끌어내려면 시장에서 받을 수 있는 월세와 비슷한 수준의 수익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임대인에게 2년 동안 일정한 월세를 보장해준다면 개인 세입자보다 신탁사를 통해 월세를 받는 것을 선호할 수도 있다"면서도 "문제는 임대인에게 지급할 월 임대료를 고정해 놓으면 운용하는 쪽에서는 그 이상의 수익을 계속 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대인의 참여를 높이려면 시장 수준의 월세를 맞춰줘야 하는데, 그러려면 운용수익도 그만큼 높아야 한다"며 "신탁사 역시 운용보수와 이윤을 남겨야 하는 만큼 모두를 만족시키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안전한 투자처만으로 필요한 수익률을 맞추기 어려워지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위험을 더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운용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신탁사가 손실을 떠안을 수도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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