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택지 착공 68→37개월 '획기적 단축'…현실성 있나

기사등록 2026/08/14 05:00:00 최종수정 2026/08/14 05:23:28

지구 지정·토지보상·인허가 절차 병행…사업 기간 대폭 단축

토지 보상·주민 협의 변수 산적…'31개월 단축' 현실화 관건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등 민간 정비사업 인센티브를 제공해 2030년까지 약 23만4000호 규모의 도심 주택 착공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와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1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발표했다. 13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서울시내 아파트가 내려다보이고 있다. 2026.08.13.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68개월 걸리던 공공택지 착공을 37개월로 앞당기는 정부의 주택 공급 '속도전'이 시험대에 올랐다. 신규 택지를 추가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구 지정·토지보상·인허가 등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병목을 동시에 손질해 실제 착공 시점을 앞당기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토지보상과 주민 협의, 법 개정 등 현장 변수가 적지 않아 실제 31개월 단축이 가능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8개월→37개월'이라는 정부의 착공 기간 단축 목표를 얼마나 현실화하느냐가 이번 주택 공급 대책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정부가 공공택지 후보지 발표부터 주택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평균 68개월에서 37개월로 31개월 단축한다.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공공택지 8만9000가구의 착공 시기를 앞당기는 동시에 태릉CC·과천 경마장·방첩사 등 도심 공급부지도 2030년까지 착공해 수도권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을 발표했다.

3기 신도시와 서리풀지구 등 기존 공공택지의 착공 시기를 최대 1~2년 앞당기고, 2030년까지 8만9000가구를 조기 착공한다. 신규 택지는 지구 지정부터 보상·부지 조성까지 각 단계의 절차를 병행하거나 앞당기는 방식으로 공공택지 사업 기간을 대폭 줄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우선 후보지 발표부터 지구 지정까지 평균 1년이 걸리는 지구 지정 단계를 4개월로 단축한다. 전략환경영향평가와 재해영향성 검토 절차를 단축하고, 중앙토지수용위원회와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병행하는 방식이다.

그린벨트 해제지구의 착공을 늦추는 훼손지 복구 절차도 손질한다. 30만㎡ 미만 부지는 훼손지 복구사업 대신 부담금을 우선 납부할 수 있도록 하고, 30만㎡ 이상 부지는 훼손지 복구를 원칙으로 하되 해당 시·군에 복구 대상지가 없을 경우 부담금 납부를 허용한다.

지구 지정부터 지구계획 승인까지 평균 2년이 걸리는 지구계획 단계도 13개월로 줄인다. 지구 지정 전에 지구계획 수립 용역을 미리 발주하는 등 사업 초기부터 절차를 앞당길 방침이다.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부지 확보 단계는 현행 44개월에서 24개월로 20개월 단축한다. 기본조사를 지구 지정 전에 시작하고 기본조사와 감정평가를 병행해 기본조사 착수부터 협의보상까지 걸리는 기간을 21개월에서 9개월로 줄인다.

토지보상 과정에서의 지연도 최소화한다. 토지소유자가 기본조사를 장기간 거부할 경우 객관적인 자료로 조사를 갈음할 수 있도록 토지보상법 개정을 추진한다.

보상 기간은 현행 1년에서 9개월로 단축한다. 비현금 보상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하고 협조장려금을 지급하는 한편, 수용재결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도록 토지 인도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인도소송을 신속하게 진행하는 등 '당근과 채찍'을 병행한다.

부지 조성부터 주택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도 1년에서 9개월로 줄인다. 오염토 정화 방식과 문화재 조사 완료 기준을 개선하고 송전선로 지중화 등 사업 지연 요인을 사전에 해소해 착공 시점을 앞당길 계획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공공이 할 일은 더욱 신속히 추진하고 민간이 잘할 수 있는 분야는 과감히 지원한다는 원칙하에 국민이 원하는 주택을 원하는 곳에 충분히 제때 공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속도전을 내세웠지만 실제 사업 현장의 여건은 녹록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지구 지정부터 보상·부지 조성까지 각종 절차를 병행해 사업 기간을 대폭 단축하겠다고 밝혔지만, 토지보상과 주민 협의 등 이해관계가 얽힌 절차까지 정부의 시간표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공공택지 사업에서 가장 큰 변수로 꼽히는 토지보상은 토지주와의 협의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사업 일정이 장기간 지연될 수 있다. 보상금 산정 과정에서 이견이 발생하거나 이주·퇴거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커질 경우 행정 절차를 단축하더라도 전체 사업 기간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또 각종 환경·재해영향평가와 문화재 조사, 광역교통망 및 기반시설 조성도 변수다. 절차를 병렬적으로 진행하더라도 관계기관 협의 과정에서 추가 검토가 필요하거나 사업 조건이 변경될 경우 일정이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이번 대책은 공급량 확대보다 공급 속도 혁신에 방점이 찍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이미 사업이 진행 중인 3기 신도시와 공공택지의 착공을 앞당기는 것이 신규 택지를 발표하는 것보다 실제 공급 체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함 랩장은 "신규 택지는 중장기 시장 안정 카드이지 당장 서울 집값을 낮추는 단기 처방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23만호+α라는 숫자보다 실제로 얼마나 빨리 착공하고 언제 입주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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