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우린 걱정 안해요"…조용히 성장하는 '점집'

기사등록 2026/08/12 06:01:00 최종수정 2026/08/12 06:40:24

2021~2023년 관련 사업체 및 종사자 증가

AI가 하기 힘든 영역 집중하고 SNS 활용↑

전문가 "AI로 서로 보완하면 더 발전할 것"

[서울=뉴시스] 서울 미아리 작명소 간판. (뉴시스 DB.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2026.08.1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강은정 기자 = #부산에 사는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김모(52)씨는 지난해 12월 철학관을 열었다. 타로로 시작한 관심이 사주 명리학으로 이어졌다고 김씨는 말했다. 인공지능(AI) 때문에 장사가 안 될 수도 있다는 주변의 걱정도 있었지만 손님들이 꾸준히 찾아오고 있다. 김씨는 "딸을 대학에 보내고 느꼈던 허전함이 채워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12일 국가데이터처의 '전국사업체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점술 및 유사 서비스업의 사업체와 종사자 수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사업체는 9895곳, 종사자는 1만512명으로 2년 전보다 각각 9.60%, 8.24% 늘었다. 업종 특성상 사업자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 점을 고려하면 업계는 실제 규모가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유튜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이 점술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춰주고 있다는 점이 이 같은 성장세의 배경 중 하나로 거론된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의 만 13~69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 점술 관련 인식 조사'를 보면 절반이 넘는 응답자(52.7%)가 최근 1년 이내 점술 콘텐츠를 접했다고 밝혔다. 점술 콘텐츠를 접하는 주요 채널(중복 응답)로는 유튜브(60.4%)와 SNS(38.6%)가 각각 1위, 2위를 차지했다. 점, 사주, 타로 같은 점술 서비스를 경험한 적이 있다는 비율도 62.3%를 기록했다.

경기 안성시에서 철학관을 하는 나모(66·남)씨는 "경기침체나 AI 같은 어려움이 있지만 실력만 있으면 손님들이 소문을 듣고 멀리서도 찾아온다"고 했다. 업력이 45년이 넘었다는 나씨는 "개명 신청 건수가 줄어도 AI가 하기 힘든 부적 쓰는 걸 잘하다 보니 치명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부산 서면에서 철학관 문을 연 지 20년이 다 돼 간다는 허모(65·남)씨는 손님 10명 중 9명은 그의 스레드나 인스타그램을 보고 방문한다고 말했다. 허씨는 "94년생 제자가 요즘은 SNS를 해야 한다며 알려준 뒤로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중"이라며 "특히 스레드가 먹여 살리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 내려오는 손님도 많다"고 했다.

그는 "사주는 부부궁, 관록궁, 전택궁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하는데 컴퓨터 데이터를 입력시켜 놓은 AI가 이런 사항을 모두 알기는 어렵다"며 "인연법을 전문가가 보는 것과 AI가 판단하는 건 다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동네 철학관이 AI와 보완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또 다른 발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자신의 얘기를 하고 싶고 해석과 조언을 얻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기 때문에 동네 철학관이 완전히 사라지기는 어렵다"며 "기본적인 계산은 AI가 하고 상담자는 깊이 있는 컨설팅을 하는 식의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된다면 사주 관련 시장의 규모가 더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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