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핀으로 찌르고 테이프로 입 막고…어린이집서 3살 아이에게 벌어진 일

기사등록 2026/08/12 03:00:00 최종수정 2026/08/12 04:16:24
[서울=뉴시스]한 국공립 어린이집 교사가 3살 아이를 40여 차례 학대한 것으로 밝혀졌다.(사진=JTBC 사건반장)2026.08.11.

[서울=뉴시스]서이현 인턴 기자 = 국공립 어린이집 교사가 세 살배기 아이를 40여 차례 학대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10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지난해 만 3세이던 피해 아동은 등원길에 차량만 봐도 몸을 떠는 등 거부 반응을 보였다. 아이는 담임 선생님이 이상하다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했지만 아이 어머니가 확인을 요청하자 원장은 도리어 아이 말을 거짓말로 몰았다.

피해 아동 어머니는 어린이집 원장이 당시 "한 달에 한 번씩 모든 영상을 확인한다. 절대 그런 일은 없다. 어머니의 반응이 아이에게 관심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니 아이의 거짓말에 동조하지 말고 반응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이 상태가 점점 심각해지자 어머니는 지난해 6월 결국 경찰에 신고했다. 수사 결과 교사의 학대 행위는 총 42차례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확보된 CCTV에는 충격적인 장면이 담겼다. 아이가 밥을 잘 먹지 않자 사각지대로 데려가 옷핀을 빼 손과 다리를 찌르거나 눈앞에 들이대며 위협하는 모습, 이유 없이 아이를 바닥으로 끌어당기는 모습이 찍혔다. 다리 사이에 아이를 눕혀 못 움직이게 한 뒤 입에 테이프를 붙이는 장면도 포착됐다.

어머니는 "정말 영상 보고 너무 충격이었는데 그냥 일상인 것 같았다. 그냥 가만히 잘 놀고 있어도 아이를 때린다"고 말했다. 이어 "밥을 억지로 먹이는 부분도 그렇고 입을 막고 그렇게 막무가내로 흔드는 건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한테도 그러지 않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학대가 벌어질 당시 다른 교사들도 옆에 있었지만 막거나 아이를 보호하지 않았다. 어린이집 측은 고소 이후 오히려 "소문이 나서 원생이 줄고 영업 방해가 된다"며 경찰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는 트라우마도 겪고 있다. 강제로 밥을 먹이고 입을 막았던 여파로 흰밥 외에는 잘 먹지 못하는 섭식 문제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해 교사와 비슷한 체형의 여성만 봐도 피하는 회피 반응도 나타났다.

어머니는 마트에서 다른 교사와 마주쳤던 순간을 이렇게 전했다. "마트에서 만났는데 너무 반갑게 인사하시더라고요. 근데 저희 아이는 얼음이죠, 얼음. 대답을 못 해요. 조용한 말로 '어디서 만났는지 기억나지 않아'라고 말하더라고요." 어머니가 자리를 벗어나자 아이는 그제야 "누군지 안다"고 털어놨다.

박상희 한국열린사이버대 교수는 이를 '프리징', 즉 얼어붙음 증상이라 짚었다. 박 교수는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기 싫어서 회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아이는 어머니에게 "엄마, 어른들은 날 지켜줘?"라고 물은 적도 있다. 어머니가 "당연하지"라고 답하자 아이는 "아니야, 지켜주지 않았잖아"라고 말했다고 한다.

박 교수는 "3~4세 때는 세상에 대한 신뢰를 만들어 나가는 중요한 시기인데 이 아이는 그 신뢰에 대한 깊은 의심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해 교사는 신고 이후 무려 9개월이 지나서야 업무에서 배제됐다. 원장은 여전히 같은 어린이집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현장에 있던 동료 교사 6명은 방조 혐의를 받았지만 불송치·무혐의 처리됐다. 손수호 변호사는 "구체적인 학대 행위를 알면서도 방조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인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가해 교사는 변호인을 통해 사과 편지를 보냈지만 이 역시 논란이 됐다. 편지에는 학대 사실에 대한 직접적인 인정이나 자백 없이 "못난 모습과 행동을 뉘우친다", "아이의 마음이 불편했다면 미안하다"는 수준의 표현만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손 변호사는 "피해 아동 측에서는 진정성 있는 사과가 아니라고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ioney0116@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