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절대평가 이후 사교육 참여율 48.8%까지 올라
이미 서·논술형 대비 사교육, 저연령층 확대 움직임
교육계 "도입 전 교육현장 준비·숙의 과정 선행돼야"
[세종=뉴시스]용윤신 기자 = 서·논술형 평가 확대와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 전환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교육계에서는 충분한 준비 없이 제도를 도입할 경우 사교육 시장이 오히려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과거 대입제도 개편 때마다 새로운 형태의 사교육 시장이 형성됐던 만큼 같은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8일 교육계에 따르면 정부가 사교육 부담 경감 등을 목표로 대입제도를 개편할 때마다 새로운 형태의 입시 사교육이 등장했다. 200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당시 내신 반영을 강화하고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자 자기소개서 작성, 면접 준비, 포트폴리오 컨설팅 등을 전문으로 하는 사교육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
수능 절대평가 역시 사교육을 줄이지 못했다. 영어·한국사·제2외국어를 대상으로 2018학년도부터 절대평가를 도입했지만 시행 이후 영어 사교육 참여율은 오히려 증가했다.
'수능 영어 절대평가 도입이 사교육 수요에 미치는 영향 분석' 논문에 따르면 일반고 학생의 영어 사교육 참여율은 2015년 32.6%에서 2016년 35.4%로 상승했고, 2017년 35.3%로 소폭 하락한 뒤 절대평가가 시행된 2018년 38.1%, 2019년 42.5%로 크게 뛰었다. 이후에도 증가세가 이어져 2024년에는 48.8%까지 올랐으며 지난해에도 43.6%를 기록했다.
영어 변별력이 약해지자 국어가 새로운 변별 과목으로 떠오르는 '풍선효과'도 나타났다. 영어 절대평가 도입 이후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최근 8년 평균 144.1점으로 이전 8년보다 8.7점 높아졌다. 영어 대신 국어가 변별 기능을 담당하면서 국어 사교육 수요 역시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중·고교 내신에서 서술·논술형 문항 확대와 수능 도입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독서·토론·글쓰기 프로그램까지 수요가 확산되고 있다. 사고력 교육이라는 취지와 달리 서·논술형 대비 사교육이 저연령층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학술지 '교육문화연구'에 게재된 '수능 서·논술형 평가 도입에 대한 기대와 우려' 논문에서 학생들은 서·논술형 문항이 대학에서 요구하는 사고력과 논리력, 문제 해결력을 평가하는 대안이 될 수 있으며, 고등학교 교육이 이해와 사고 중심으로 변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계층 간 교육격차가 확대되고 사교육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를 함께 제기했다.
교육계는 결국 서·논술형 평가 확대가 성공하려면 숙의의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현장의 준비 없이 서·논술형 평가가 도입될 경우 사교육이 빈틈을 메우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대입에서 서·논술형 평가를 도입하는 것은 수십 년간 유지돼 온 학력고사와 수능 체제를 전면 수정하는 것"이라며 "학생과 학부모, 교원에 대한 충분한 준비와 사회적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채점 방법의 투명성과 납득성을 확보하고 사교육 증가 가능성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등 충분한 교육적·사회적 숙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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