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수도권 착공, 연간 목표 24.3% 그쳐
용산·그린벨트 서울시 반대…준공업은 '접점'
이르면 8월 중순 대책…도심복합 후보지도 추가
[서울=뉴시스]이종성 기자 = 정부가 이르면 8월 중순 수도권에 5만가구 이상을 추가 공급하는 주택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서울 도심의 공공기관·학교 등 유휴부지를 주택 용지로 활용하고, 역세권과 노후 저층주거지를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으로 고밀 개발하는 방안이 핵심 축으로 거론된다.
이미 확보된 3기 신도시와 공공택지는 사업 절차를 동시에 진행하는 방식으로 공급 속도를 높이고, 입주까지 상대적으로 시간이 짧은 비아파트 공급도 확대한다. 그린벨트와 군부대, 준공업지역 등 추가 가용지를 발굴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
9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7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2차 부동산 정책 점검회의 논의 결과를 토대로 추가 주택 공급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1차 회의에서 기존 공급대책을 전면 재점검하고 "가용한 주택 공급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7일 회의에서도 수도권 주택 공급을 전폭적으로 확대하고 기존 방식에 얽매이지 않는 공급 방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추가 공급 규모가 최소 5만가구 이상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수도권 주택 착공은 6만5204호로 정부가 제시한 연간 목표 26만8000호의 24.3%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6만5631호보다도 0.7% 감소했다. 연간 목표를 달성하려면 하반기에만 20만여호를 추가 착공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9·7 대책을 통해 2026~2030년 수도권에서 연평균 약 27만호, 총 135만호를 착공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올해 1월에도 용산과 태릉CC, 과천 등 도심 유휴부지를 활용해 약 6만호를 공급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기존에 발표한 공급계획의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서울과 수도권에서 추가로 활용할 수 있는 도심 부지를 최대한 확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도심 유휴부지 다시 찾는다…LH·조달청에 학교부지도 검토
서울에서는 대규모 신규 택지를 찾기 어려운 만큼 공공기관과 학교, 군부대 등 도심 곳곳에 흩어진 유휴부지가 우선적인 공급 후보로 거론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서울지역본부 부지를 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 부지도 다시 후보로 거론된다. 서울지방조달청은 과거 정부 공급 대책에서도 주택 공급 후보지로 여러 차례 검토됐던 곳이다.
학교 이전이나 폐교로 비게 된 부지도 활용 대상이다. 강서구 옛 공항고 부지와 올해 학교가 서초구 잠원동으로 이전한 강남구 옛 청담고 부지 등이 검토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도심에서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부지가 제한적인 만큼 기존 용도를 다한 공공부지를 주거와 업무·생활시설 등이 결합된 형태로 복합개발해 공급량을 늘리는 방식이 유력하다.
정부가 주택 공급 활용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는 용산어린이정원 일대도 관심을 받고 있다. 다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6일 "용산공원은 일부라도 주택을 공급하는 용도로 쓸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용산에서는 이미 정부와 서울시가 공급 규모를 놓고 이견을 드러낸 상태다. 정부는 지난 1월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주택 공급 물량을 서울시 계획인 6000호에서 1만호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서울시는 업무·상업 기능과 기반시설 여건 등을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다.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 군부대 부지도 추가 공급 후보군이다. 도심 유휴부지만으로 대규모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서울 접근성이 높은 경기권 군부대와 국공유지를 함께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서울 44곳·6만가구 신청…논현1동 4000가구 도심복합 주목
공공이 노후 도심을 직접 개발하는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도 이번 공급대책의 주요 축이 될 전망이다.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은 민간 재개발만으로 사업 추진이 어려운 역세권과 저층주거지 등에 LH·SH 등 공공사업자가 참여해 용적률 등 인센티브를 적용하고 고밀 개발하는 방식이다. 조합 설립과 관리처분계획 등 일부 절차를 생략할 수 있어 일반 재개발보다 사업 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주민 관심도 높다. 지난 5월 마감된 서울 도심복합사업 후보지 공모에는 16개 자치구 44곳에서 약 6만가구 규모의 주민 제안이 접수됐다. 강남구 2곳, 서초구 4곳, 송파구 1곳 등 강남3구에서도 7곳이 신청했다.
특히 강남구 논현1동 사업의 경우 기존 2490가구를 4000가구 이상으로 재정비하는 대규모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논현1동 사업 대상지는 약 19만㎡로 7호선 학동·논현역과 9호선 언주·신논현역을 이용할 수 있는 역세권이다. 사업이 추진될 경우 현재 도심복합사업 후보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대형 사업지가 된다.
정부 입장에서는 별도의 신규 택지를 조성하지 않고도 주택 수요가 높은 서울 핵심 지역에서 대규모 공급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수도권에서 도심복합사업 5만호를 착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국토부는 지난 3월 신규 후보지 공모를 진행해 당초 7월 말 최종 후보지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종합 주택공급대책 마련과 맞물리면서 공개 일정을 미뤘다.
국토부 관계자는 앞서 뉴시스에 "발표를 앞둔 공급 대책에 해당 물량을 포함하고 후보지는 공급 대책 발표일보다 한 주 정도 뒤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추가 공급대책이 발표되면 신규 도심복합 후보지도 순차적으로 공개될 전망이다.
다만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려면 토지주 동의율 확보가 관건이다. 공사비 상승에 따른 분담금 부담과 공공 주도 개발에 대한 주민 반발 등도 풀어야 할 과제다.
◆3기 신도시 '직렬→병렬'…비아파트는 단기 공급
기존 3기 신도시와 공공택지는 새로운 물량을 추가하기보다는 이미 확보한 물량의 착공 시기를 앞당기는 데 초점을 맞춘다.
정부는 환경·교통영향평가와 토지 보상, 문화재 조사, 각종 인허가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하던 기존 방식을 바꿔 가능한 절차를 동시에 추진하고 통합심의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통상 60개월가량 걸리는 사업 기간을 30개월 이하로 줄이는 게 목표다.
LH도 인허가와 보상, 조성공사 등 사업 단계별로 순차 진행되던 '직렬 방식'을 '병렬 방식'으로 전환하고 사업 인력을 집중 배치해 공급 속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특히 보상 지연이 전체 착공 일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보상 인력을 보강하고 사업 초기부터 관련 절차를 함께 진행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재정경제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 국가유산청, LH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 택지 신속 혁신단'도 가동하고 있다. 부처별로 나뉜 인허가와 환경영향평가, 문화재 조사, 토지 보상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연 요인을 한꺼번에 조정한다는 구상이다.
추가 공급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그린벨트와 준공업지역까지 후보군도 넓어지고 있다.
서울에서는 서초구 내곡동과 강남구 세곡동 일대, 수서차량기지 등이 그린벨트 활용 후보로 거론된다. 서울과 가까운 경기권 군부대와 국공유지 등도 함께 검토 대상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과 구윤철 경제부총리도 필요할 경우 그린벨트를 일부 해제하고 국가가 보유한 군시설 등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잇따라 밝힌 바 있다.
다만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5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만나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달했다.
영등포구 문래·양평동과 구로구 등 준공업지역을 고밀 복합개발하는 방안도 공급 카드로 거론된다. 준공업지역은 서울 도심 내 비교적 넓은 개발 가능 부지를 확보할 수 있고 서울시 역시 규제 완화를 전제로 공급 확대에 협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그린벨트와 준공업지역 개발은 지구 지정과 도시계획 변경, 보상, 인허가 등을 거쳐야 해 실제 착공과 입주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중장기 대책으로 분류된다.
결국 이번 대책은 도심 유휴부지와 도심복합을 통해 서울의 추가 물량을 확보하고, 3기 신도시와 공공택지의 공급 일정을 앞당기는 동시에 비아파트로 단기 공급을 보완하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가용 택지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시장이 체감하려면 실제 입주로 이어지는 속도가 중요하다"며 "기존에 발표된 공급계획을 현실화하고 공급까지의 간극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공급 대책도 필요하지만 이미 발표된 사업들이 속도를 내고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는 것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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