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드 찍던 매장에 AI가 들어왔다…'로봇 점장' 시대 성큼[쇼핑AI 下]

기사등록 2026/08/17 14:01:00 최종수정 2026/08/17 14:06:24

"바코드 안 찍어도 0.4초 만에 척척…신세계아이앤씨 '스파로스 스캔프리' 공개

별도 GPU 없는 '엣지 AI' 설계로 비용 4분의 1 절감…SK하이닉스 이천 매장 적용

롯데이노베이트, 매장 청결·결품 관제까지 '로봇 점장' 실험

[서울=뉴시스]신세계아이앤씨의 '스파로스 스캔프리' 인식화면. (사진=신세계아이앤씨 제공)
[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1. 빵과 과일, 음료를 계산대에 한꺼번에 올려놓는다. 상품에 붙은 바코드를 찾거나 하나씩 '삑' 소리가 나도록 스캔할 필요가 없다. 계산대에 설치된 카메라가 상품을 확인하고 모니터 화면에 목록을 띄운다.

#2. 다른 매장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고객에게 상품 위치를 알려준다.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하는 인공지능(AI)은 바닥이 더러워지거나 진열 상품이 떨어지면 이를 점주에게 알린다.


온라인 플랫폼이 대화형 AI 에이전트를 통해 '검색 없는 쇼핑'으로 진화하는 동안, 오프라인 매장 현장에서는 카메라와 엣지(Edge) AI가 바코드 스캔을 대체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이 매장을 관리하는 ‘오프라인 리테일 AX(AI 전환)’ 대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단순 무인 결제 수준을 넘어 계산 누락과 결품, 청결 상태까지 살피며 매장 운영 전반으로 역할을 넓히는 모습이다.

신세계아이앤씨와 롯데이노베이트 등 유통 IT 전문 기업들은 비전 AI 및 로보틱스 기술을 결합한 차세대 오프라인 스마트 매장 솔루션을 전면에 내세우며 리테일 테크 시장 선점에 나섰다.

◆상품 올려놓자 0.4초 만에 인식…바코드 스캔 없앤다

신세계아이앤씨는 AI 비전 기반 계산 솔루션을 전면 고도화한 '스파로스 스캔프리(Spharos Scan Free)'를 공개했다.

스캔프리는 고객이 빵, 과일, 음료 등 다양한 상품을 계산대에 한꺼번에 올려놓으면 카메라 영상이 이를 0.4초 이내에 자동 인식해 목록을 띄우는 기술이다. 기존 1초 수준이던 인식 시간을 반 이하로 줄이고 정확도를 99.9%까지 끌어올렸다. 약 5000종의 재고관리단위(SKU)를 처리하며, 포장 공산품은 물론 바코드가 없는 과일·채소와 형태가 불규칙한 베이커리류까지 정확히 식별한다. 일반 셀프 계산대 대비 고객 대기시간을 최대 9배 단축했다는 평가다.

AI가 상품을 정확히 구분하기 어려울 때는 임의로 판단하지 않는다. 생김새나 색상이 비슷한 상품은 여러 후보를 화면에 보여주고 고객이 직접 선택하도록 한다. 신세계아이앤씨는 고객의 선택 결과를 실시간으로 학습해 정확도를 높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AI의 오인식을 사람이 바로잡는 안전장치인 셈이다.

현재 공식적으로 확인된 도입처는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내 스마트 매장이다. 신세계아이앤씨는 베이커리와 즉석식품점, 생활용품점 등과 추가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아직 여러 유통 점포에 광범위하게 보급된 단계는 아니다.

[서울=뉴시스]고객이 '스파로스 스캔케어'를 이용하고 있는 모습. (사진=신세계아이앤씨 제공)
◆계산 실수 잡고 직원 호출 줄이는 AI

아울러 셀프 계산대의 상품 누락이나 바코드 오인식을 감지하는 '스파로스 스캔케어'도 가동됐다. 스캔 없이 결제 구역으로 상품을 이동시킬 경우 재스캔을 안내하는 방식으로, 도입 점포 분석 결과 직원 호출 빈도를 기존 무게 측정 방식의 5분의 1로 줄이고 연간 수십억 원 상당의 로스 손실을 방지하는 효과를 거뒀다. 다만 점포 이름과 규모, 손실액 산정 방식은 공개되지 않았다. 회사 역시 특정 매장에서 측정한 결과로 국가와 업종, 매장 환경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최근에는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에 AI 비전 기반 셀프 계산대 결제 관리 솔루션을 선보였다. '스파로스 스캔케어'를 편의점 환경에 맞춰 경량화한 모델이다. 영상 분석에 특화된 VPU(비디오 프로세싱 유닛)가 내장된 카메라 안에서 연산을 처리하는 구조로, 별도 미니 PC나 외부 서버를 추가로 설치할 필요가 없다.

스파로스 스캔프리·스캔케어 두 솔루션은 매장 기기에서 영상을 처리하는 '엣지 AI(Edge AI)' 방식으로 설계됐다. 별도 서버나 외장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필요하지 않고 기존 매장 시스템을 크게 바꾸지 않아도 된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신세계아이앤씨는 경쟁 솔루션 대비 도입 비용을 약 4분의 1로 낮췄다고 밝혔다.

◆상품 안내부터 결품·청결 확인까지…‘로봇 점장’ 실험

AI의 역할은 계산대를 넘어 매장 관제 전반으로 확장 중이다. 롯데이노베이트는 코리아세븐과 손잡고 서울 본사 1층에 미래형 편의점 'AX Lab 3.0'을 구축하고 '로봇 점장' 기술을 시연했다.

[서울=뉴시스]롯데이노베이트가 코리아세븐과 손잡고 서울 본사 1층에서 선보인 차세대 미래형 편의점 'AX Lab 3.0' (사진=롯데이노베이트 제공)
매장에 배치된 휴머노이드 로봇은 고객에게 상품 위치와 진행 중인 행사를 음성으로 안내했다. 롯데이노베이트의 AI 플랫폼 ‘아이멤버’와 연결돼 날씨 등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고, 결품 여부와 매장 청결 상태를 확인하는 기능도 테스트했다.

매장 내 CCTV와 결합된 비전 AI는 바닥 오염이나 시식대 청결 상태를 24시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진열대 결품 및 유통기한 임박 상품을 파악해 점주에게 즉시 알림을 발송한다.

대화형 키오스크는 상품 안내와 결제를 돕는다. AI 홀로그램과 고객 관심사를 분석해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리테일미디어 기술도 시험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도 2019년 사물을 인식해 상품명과 가격을 확인하고 결제하는 AI 셀프 계산대를 시연하는 등 경쟁 IT서비스 기업들도 앞다퉈 스마트 상점 주도권 다툼에 합류하고 있다. 현재 CJ올리브네트웍스는 매장 통합관리 솔루션 원오더를 서비스하고 있다.

◆AI 계산대부터 로봇 점장까지…정확도·안정성 입증이 과제

유통 IT 업계는 향후 비전 AI 및 엣지 인프라에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의 AI 에이전트를 통합 접목함으로써 고객 응대와 상품 맞춤 추천, 매장 수주 관제까지 완벽히 자율화하는 풀스택 솔루션으로 진화시킬 방침이다.

다만 완전 자율 오프라인 매장 구현을 위해서는 완벽한 현장 안정성 검증이 과제로 남아있다. AI가 미세한 차이를 구분하기 어려운 사물의 경우 고객이 화면에서 최종 후보를 직접 선택해야 하고, 현장 예외 상황 발생 시 직원이 대응해야 한다. 롯데이노베이트의 로봇 점장도 테스트베드에서 일부 업무를 보조하는 단계다.

양윤지 신세계아이앤씨 대표는 "성공적인 오프라인 리테일 AX는 AI 기술 도입에 그치지 않고 얼마나 정확하고 안정적으로 매장을 운영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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