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패널 15~34세 근로소득자 2029명 모의분석
소득 5500만원 이하, 연금계좌 이용률 3.1% 불과
수혜 청년 3.5% 추정…97.6%가 소득 10분위 해당
[세종=뉴시스]여동준 기자 = 정부가 청년의 노후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연금계좌 세액공제율을 우대하는 방안을 추진하지만 추가 감세액의 99%는 소득 상위 10% 청년에게 돌아갈 것으로 추정됐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청년은 연금계좌 자체를 이용하는 비율이 낮아 세액공제율을 높여도 실제 혜택을 받기 어려운 반면, 이미 연금계좌에 돈을 넣을 여력이 있는 고소득 청년에게 추가 혜택이 집중되는 구조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7일 뉴시스가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재정패널 데이터를 활용해 15~34세 근로소득자 2029명을 분석한 결과, 총급여가 5500만원을 넘는 청년은 전체의 10.3%로 추정됐다.
이들의 연금계좌 이용률은 33.9%였다. 반면 총급여 5500만원 이하 청년은 3.1%에 그쳤다. 고소득 청년의 이용률이 약 11배 높은 셈이다.
연금계좌 세액공제는 연금저축이나 개인형퇴직연금(IRP) 등에 돈을 납입하면 일정 비율을 산출세액에서 직접 빼주는 제도다. 연금저축은 연 600만원, IRP 등을 합친 연금계좌 전체로는 9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현행 세액공제율은 총급여 5500만원 이하 근로자에게 15%, 이를 초과하는 근로자에게 12%가 적용된다.
정부 개편안은 청년의 경우 총급여가 5500만원을 넘더라도 15%의 세액공제율을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해당 청년의 공제율이 현행보다 3%포인트(p) 높아지는 셈이다.
재정패널에서 실제 연금계좌 세액공제를 받은 청년에게 개편안을 적용해 모의 분석한 결과 추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정되는 청년은 약 18만8000명이었다. 전체 청년 근로소득자의 3.5% 수준이다.
총급여 5500만원 초과 청년으로 범위를 좁혀도 약 34.0%만 추가 혜택을 받는 것으로 추정됐다. 연금계좌에 납입해 세액공제를 받고 있지 않은 청년은 공제율만 높아져도 당장 추가 혜택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혜택은 소득 최상위 계층에 집중됐다.
청년 근로소득자를 소득에 따라 10개 분위로 나눠 분석한 결과 추가 수혜자의 97.6%가 소득 상위 10%인 10분위에 속했다. 전체 추가 감세액 가운데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99.1%로 더 높았다.
이는 개편 대상 자체가 총급여 5500만원 초과 청년으로 설정된 데 따른 영향이 크다. 재정패널 분석에서 총급여 5500만원을 넘는 청년이 전체 근로소득 청년의 약 10%에 불과한 데다 고소득층일수록 실제 추가 혜택을 받을 가능성도 높았다.
총급여 5500만~7000만원 청년 가운데 추가 수혜자로 추정된 비율은 21.3%였지만 7000만~9000만원은 52.2%, 9000만원 초과는 54.3%로 높아졌다. 소득이 높아질수록 연금계좌를 활용해 세액공제를 받고 있는 청년이 많기 때문이다.
개편으로 인한 연간 추가 감세액은 약 231억원으로 추정됐다. 수혜자 1명당 추가 세액공제액은 평균 12만3000원, 중위값은 10만8000원이었다.
연금계좌 세액공제 대상 납입액 900만원을 모두 채웠다면 공제율 3%p 인상으로 최대 27만원을 추가 공제받을 수 있다. 다만 이처럼 최대 금액을 모두 받는 청년은 수혜자의 5.4%에 그쳤다.
정부가 세액공제율 우대를 추진하는 것은 청년층의 연금계좌 가입과 납입을 유도해 장기적인 노후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번 분석은 연금계좌 이용 자체에 이미 큰 소득 격차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공제율만 높일 경우 당장의 세제혜택은 고소득 청년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이번 분석은 재정패널에서 관측된 소득과 연금계좌 이용·세액공제 현황이 유지된다고 가정한 모의 분석이다. 제도 개편으로 새로 연금계좌에 가입하거나 납입액을 늘리는 등의 행동 변화는 반영하지 않은 만큼 실제 수혜 인원과 세수 효과는 달라질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yeodj@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