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교수·동문 앉혀 '친위대' 구성…금융지주, 사외이사 검증 무력화

기사등록 2026/08/06 10:13:51 최종수정 2026/08/06 11:30:23

형식적 승계 심사·의사록 수정까지…금감원 지배구조 특별점검서 적발

'친CEO' 사외이사에 성과보수 이해상충도…승계 절차 공정성도 부족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금융지주회사들이 지난해 26조 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금융감독원이 9일 발표한 '2025년 금융지주회사 경영실적'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농협·iM·BNK·JB·한투·메리츠 등 10개 금융지주사의 지난해 연결 당기순이익은 26조7000억원으로, 전년(23조7000억원) 대비 3조 원(12.4%) 증가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ATM기기 모습. 2026.04.09.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김민수 정금민 기자 = 현직 최고경영자(CEO)의 지도교수와 동문이 사외이사로 선임되고 CEO에게 유리하도록 승계 절차를 바꾸거나 의사록까지 수정한 사례가 금융감독원의 금융지주 특별점검에서 확인됐다. 사외이사 독립성과 CEO 승계 절차, 성과보수 체계 곳곳에서 부실한 지배구조 운영 실태가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6일 금감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이 올해 1월 8대 금융지주를 대상으로 실시한 지배구조 특별점검에서 사외이사 독립성, CEO 승계 절차, 성과보수 체계 등에서 다수의 미흡 사례가 확인됐다.

우선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독립성 검증이 부족했다. 현직 CEO의 지도교수·동문 등 친(親) CEO 인사가 사외이사로 선임됐음에도 이해상충 소지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

형식적인 심사를 거쳐 내부추천자 위주로 사외이사를 최종 선임하는 관행도 확인됐다. 사외이사 평가체계마저 변별력이 부족해 이사회 구성이 고착화되는 구조였다는 점검 결과다.

이렇게 구성된 이사회는 CEO 승계 절차에 참여하면서도 심사는 수동적·형식적으로 이뤄져 경영진을 견제하는 기능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CEO 승계 절차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현직 CEO에게 유리하도록 승계 절차를 변경하거나 의사록을 수정하고 후보 평가 근거를 기재하지 않는 등 CEO 승계 절차의 투명성이 결여됐다.

형식적인 상시후보군 관리와 육성프로그램 운영, 내부후보군 위주의 최종후보 선정 등으로 내·외부 후보 간 공정성도 부족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성과보수 체계도 도마에 올랐다. 개별이사의 보수가 지위·역할·책임 등에 적절히 설정되는지 주주들에게 제공되는 정보가 부족했다. 보수위원회 임원이 본인의 보수 결정에 참여하는 이해상충 문제도 확인됐다. 과도한 위험 추구를 방지할 수 있는 합리적 보수체계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이번 특별점검은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금융위·금감원 업무보고에서 금융지주 지배구조와 관련해 "가만 놔두니 부패한 '이너서클'이 생겨 멋대로 소수가 돌아가며 계속 지배권을 행사한다"고 지적하며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초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고 현재 특별점검 결과를 토대로 개선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29일 국회 정무위 업무보고에서 "금융권의 낡은 관행을 혁파하기 위한 이사회 참호 구축 원천 차단, CEO 연임 절차 개선 등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개선안에는 CEO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사외이사들로 이사회를 채우는 이른바 '참호 구축'을 막고 연임 심사와 경영승계 절차의 공정성·투명성을 높이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CEO의 3연임 제한,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 내·외부 후보 간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는 장치, 성과보수 체계 개선 등이 개선안에 담길지 주목하고 있다. 다만 금융위는 구체적인 내용과 발표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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