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협업…일회성 이벤트 넘어 K-헤리티지 확산 중심축
뮷즈부터 세계유산위까지…K-팝 스타들, 문화유산 접점 넓혀
[서울=뉴시스] 한이재 기자 = 대한제국 황후의 최고 예복인 '적의(翟衣)'가 블랙핑크 데뷔 10주년을 기념하는 문화상품으로 태어났다. 황후 예복을 모티브로 블랙핑크의 지난 10년 여정을 담아낸 '뮷즈(MU:DS)'가 지난달 31일 공개됐다.
K-팝과 문화유산의 만남은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박물관 전시와 음성 도슨트에서 시작된 협업은 문화상품을 거쳐 공연과 국제행사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K-팝 스타들이 문화유산을 알리는 일회성 홍보대사를 넘어, 기획과 상품·공간을 함께 만드는 협력자로 나서고 있다.
◆BTS에서 블랙핑크까지…이어지는 콜라보레이션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박물관 문화상품 브랜드 '뮷즈'는 올해 K-팝과의 협업을 잇달아 선보였다.
지난 3월에는 방탄소년단(BTS)과 함께 통일신라 성덕대왕신종을 모티브로 한 문화상품을 출시했다. 성덕대왕신종의 문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머리핀과 배지, 파우치 등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판매를 시작한 지 이틀 만에 약 43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번에 공개된 블랙핑크의 데뷔 10주년 '헤리티지 컬렉션'은 국가민속문화유산인 '황후 예복'에서 착안했다. 풍경과 반닫이함, 달항아리, 부채, 참빗 노리개 키링 등 총 7종으로, 문화유산의 조형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블랙핑크를 상징하는 검은색과 분홍색을 입혔다.
이번 협업은 지난 3월 국립중앙박물관에 마련한 블랙핑크의 청음 공간과 유물 음성 도슨트 프로젝트의 연장선이다.
YG플러스 관계자는 "3월 협업에서 시작해 이번 뮷즈까지 이어진 프로젝트"라며 "한국 전통 왕실 여성의 최고 예복인 적의가 오랜 시간과 수많은 공정을 거쳐 완성되는 것처럼, 지난 10년간 경험과 성장을 쌓아온 블랙핑크의 여정과 맞닿아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팬덤이 문화유산 만나는 새로운 통로
문화유산 기관들이 K-팝과 손잡는 배경에는 국내외에 형성된 두터운 팬덤이 있다. K-팝은 해외 관람객과 젊은 세대가 문화유산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도록 하는 강력한 접점이 되고 있다.
실제로 BTS 뮷즈 출시 당시 국립중앙박물관에는 "BTS 때문에 처음 박물관을 찾았다", "한국 문화를 더 알고 싶어졌다"는 해외 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상품을 구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시를 관람하고 유물을 이해하는 경험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기존 문화상품과는 다른 확장성을 보여줬다.
K-팝 스타의 이름을 내건 단순한 기념품이 아니라, 스타를 따라온 팬덤이 문화유산의 의미와 배경까지 접하게 하는 매개가 된 셈이다.
◆박물관 유물 넘어 세계유산까지
K-팝과 문화유산의 협업은 박물관 담장을 넘어 공간과 국경을 확장하고 있다.
BTS는 지난 3월 광화문을 배경으로 컴백 공연을 열었다. 관광객들이 찾던 광화문 일대를 글로벌 팬덤이 함께 즐기는 문화 현장으로 바꿔놓았고, 해외에서 찾아온 아미(ARMY)들은 박물관과 궁궐, 광화문 일대를 찾으며 K-팝과 문화유산을 하나의 경험으로 받아들였다.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는 지드래곤이 홍보대사를 맡아 세계유산 보존의 의미를 대중에게 알렸다. K-팝과 문화유산의 협업이 박물관을 넘어 국제 문화유산 행사로까지 확장된 사례다.
행사장에 마련된 국가유산진흥원의 'K-헤리티지 스토어'는 열흘 동안 약 2억8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뮷즈와 운영 주체는 다르지만, 문화유산을 현대적인 상품으로 향유하려는 수요가 박물관 밖에서도 확인된 것이다.
K-팝과 문화유산의 결합을 통해 문화유산은 팬덤이라는 새로운 향유층을 만나고, K-팝은 한국의 역사와 전통에서 새로운 서사를 얻었다. 두 영역의 만남은 한 번의 이벤트를 넘어 서로의 가치를 넓히는 견고한 파트너십으로 진화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nowon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