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총재 "물가 위험 커지면 단계적으로 금리 인상"(종합)

기사등록 2026/07/31 17:49:04 최종수정 2026/07/31 18:26:24

기준금리 1% 동결…정책위원 8대1로 결정

중동 정세·AI 수요·엔화 약세가 물가 변수

구마모토 반도체·자동차 공급망 영향 주시

[도쿄=AP/뉴시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현지 공영 NHK 등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30∼31일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 정책금리를 현행 1%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 일본은행 총재가 2024년 3월19일 도쿄 일본은행 본점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는 모습. 2026.07.31.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 일본은행 총재가 경제와 물가 흐름에 따라 정책금리를 단계적으로 올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금융 여건이 지나치게 완화적이라고 판단하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가능성도 내비쳤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현지 공영 NHK 등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30∼31일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 정책금리를 현행 1%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우에다 총재를 포함한 정책위원 9명 가운데 8명이 동결에 찬성했다. 다카타 하지메 위원은 해외 정세에서 비롯된 수요 충격과 해외 금융환경 변화에 따른 물가 상승 위험에 대응해야 한다며 금리를 1.25%로 올리자고 주장했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금리를 0.75%에서 1%로 올렸다. 이번에는 직전 인상이 경제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면서 추가 인상을 보류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경제와 물가가 전망에 맞춰 움직이면 금리를 단계적으로 올린다는 기존 방침은 유지했다.

우에다 총재는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금융 여건이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판단하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금리를 올린 직후라는 이유만으로 추가 인상을 장기간 미루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경제·물가·금융 상황에 따라 정책금리를 계속 인상하고 금융완화 정도를 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는 중동 정세와 인공지능(AI) 관련 수요 확대, 환율 변동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환율 변동의 영향도 주요 정책 변수로 꼽았다. 우에다 총재는 "환율 변동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커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도쿄=AP/뉴시스] 2022년 7월29일 일본 도쿄의 일본은행 본점 앞에서 일장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2022.07.29.
최근 1년간 엔화 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진 가운데 기조적인 물가도 2%에 접근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처럼 물가가 목표치를 크게 밑돌던 시기와 달리 현재는 엔화 약세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이 소비자물가를 더 밀어 올릴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에다 총재는 특히 기조적인 물가상승률이 일본은행 목표인 2%를 넘어설 가능성을 경계했다. 필요한 대응이 늦어지면 물가의 상방 위험이 현실화해 이후 일본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조적인 물가상승률을 2% 정도에서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금융 여건이 지나치게 완화적이라고 판단하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우에다 총재는 일본은행이 환율 자체를 정책 목표로 삼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환율이 경제와 물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인 만큼 통화정책 판단 과정에서 주의 깊게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물가를 끌어올릴 요인으로는 중동 정세와 AI 수요, 엔화 약세를 꼽았다. 중동 긴장으로 이미 오른 원유 가격이 에너지와 상품 가격에 반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AI 관련 수요 확대가 반도체 가격을 끌어올리고, 엔화 약세가 수입품과 내구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일본 엔화 가치가 약 4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외벽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과 원·엔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지난 25일 오후 3시40분 기준 엔달러 환율은 163.94엔을 기록했다. 1986년 12월 이후 39년 7개월 만에 최고치로, 엔화 가치로는 최저 수준이다. 2026.07.26. xconfind@newsis.com
기업들이 임금과 판매가격을 적극적으로 올리고 중장기 기대인플레이션도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물가의 구조적인 상승 요인으로 제시했다. 우에다 총재는 이전보다 물가 상방 위험을 더 강하게 의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행은 앞으로 금융정책결정회의 때마다 AI 수요와 환율 변동, 중동 정세 등이 경제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우에다 총재는 물가 안정을 제때 이루지 못하면 나중에 금리를 빠르게 올려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명목금리가 급등하고 금융시장이 불안해져 경제성장과 기업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시장 참가자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연내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제기했다.

미국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한 채 일본은행의 추가 인상이 늦어지면 미·일 금리 차가 충분히 줄지 않아 엔화 약세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엔화 가치가 추가로 떨어지면 원유와 식료품 등 수입품 가격이 올라 일본의 소비자물가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

우에다 총재는 하루하루의 외환시장 움직임에는 구체적인 평가를 피했다. 일본은행은 특정 환율 수준보다 환율 변동이 물가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정책을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서울=뉴시스] 일본은행이 31일 기준금리를 1.0%로 동결했다. 사진은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 일본은행 총재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사진=NHK 화면 캡처) 2026.07.31.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외환시장에서 환율이 안정적으로 형성되려면 적절한 통화정책 운용과 함께 중장기 재정정책이 시장의 신뢰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리 인상에 신중한 정부가 일본은행의 정책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에는 독립성을 강조했다. 그는 "일본은행은 스스로의 판단과 책임에 따라 통화정책을 운영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식료품 소비세 인하가 소비에 미칠 영향은 신중하게 분석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재정정책에 대한 불안이 장기금리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에는 중장기적인 재정 건전성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우에다 총재는 구마모토 지진이 지역경제와 공급망에 미칠 영향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피해 지역에서는 상당수 은행 점포와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영업을 중단했다. 다만 현금 공급과 결제 등 금융 기능에는 큰 혼란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일본은행은 현금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금융기관에 필요한 조치를 요청했다.

구마모토에는 반도체와 자동차·운송기계 공장이 밀집해 있다. 우에다 총재는 생산 중단이 얼마나 이어지는지와 부품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을 자세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일본은행의 다음 금융정책결정회의는 오는 9월17∼18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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