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에 입시용 창작 강요하는 학생부 전면 개편해야"

기사등록 2026/07/31 14:03:47 최종수정 2026/07/31 14:28:24

교사노조, 학교생활기록부 전면 개선 촉구 기자회견

[세종=뉴시스] 배훈식 기자 = 교사노동조합연맹 소속 한 교사가 3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1명의 교사가 1년간 작성한 학교생활기록부 양을 시각화한 현수막 앞에서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2026.07.31. dahora83@newsis.com

[세종=뉴시스]용윤신 기자 = 교사노동조합연맹이 학생부의 과도한 대입 변별 기능과 서술형 기록 중심의 기재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사노조는 31일 오전 10시 세종시 교육부 앞에서 '학교생활기록부 전면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교사노조는 최근 감사원이 서울 지역 고교 교원의 학생부 중복 기재를 지적하고 조치를 요구한 것과 관련해 "단순한 '복붙' 문제가 아니라 감당하기 어려운 기록을 교사에게 요구한 뒤 제도의 실패를 개인의 불성실로 돌리는 학생부 제도의 구조적 모순을 드러낸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현장 교사들은 현행 학생부가 기록량뿐 아니라 신뢰성과 교사의 평가권 측면에서도 위기에 놓였다고 주장했다.

고등학교 과학교사 A씨는 "학생의 부족한 점을 사실대로 기록하면 민원과 정정 요구에 직면하고, 갈등을 피하려 긍정적인 말만 쓰면 학생의 실제 모습은 사라진다"며 "민원이 줄었다면 제도가 개선된 것이 아니라 교사들이 분쟁을 피하기 위해 평가권을 내려놓은 결과인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A씨는 이어 모든 학생에게 장문의 개별 서술을 요구하는 방식을 폐지하고 체크리스트와 평가척도, 선택적 서술을 결합한 기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수연 초등교사노조 정책실장은 사실에 근거한 기록이 초등학교부터 민원의 벽에 가로막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학생의 부족한 점이나 필요한 지원을 기록하면 '왜 부정적으로 평가하느냐'는 민원과 정정 요구가 돌아온다"며 "결국 학생부에는 아이에게 필요한 말이 아니라 써도 문제가 되지 않을 말만 남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는 다음 학년 교사가 학생을 이해하고 지원할 기회까지 빼앗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희정 중등교사노조 위원장은 학생부의 과대 포장이 교사의 양심이 아니라 제도가 만든 결과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사실대로 쓰면 민원, 비슷하게 쓰면 '복붙' 감사, 적게 쓰면 불성실이 된다"며 "모든 학생에게 긍정적이면서도 서로 다른 입시 서사를 요구하는 제도가 학생부를 '허위매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교학점제를 도입하면서 과목과 기록은 늘렸지만 교원 배치와 학생부·대입제도는 함께 바꾸지 않았다"며 교육부의 책임을 물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고등학교 과학교사 A씨가 한 해 작성하는 학생부 분량인 32만6400자, 200자 원고지 1632장을 대형 현수막으로 시각화했다.

교사노조는 "수백 명을 가르치면서 원고지 1632장을 작성하라는 것은 정상적인 교육활동이 아니라 불가능에 가까운 기록 노동"이라고 지적했다.

송수연 교사노조 위원장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국가는 학생부의 입시 변별 기능은 갈수록 정교하게 만들면서 민원과 감사·처분의 책임은 교사 개인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기형적인 기록은 학생 역시 기록의 빈칸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활동하고 자신을 증명하도록 내모는 입시 경쟁의 벽"이라고 강조했다.

교사노조는 ▲학생부의 과도한 대입·진학 변별 기능 전면 재검토 ▲학교급별 교육 목적과 발달 단계에 맞는 학생부 체계 마련 ▲모든 학생 대상 장문 서술 의무 폐지 및 교사의 전문적 판단에 따른 학생부 기재 항목·분량·방식 전면 개선 ▲부당한 정정 요구와 민원으로부터 교사의 정당한 평가권 보호 ▲고교학점제로 늘어난 기록 업무에 맞춘 교원 확충 등을 요구했다.

교사노조는 "학생부의 신뢰성은 더 많은 문장과 복잡한 지침으로 확보되지 않는다"며 "교사에게 입시용 문장을 창작하게 할 것이 아니라 학생을 가르치고 관찰할 시간을 돌려줘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감사원이 공개한 '서울특별시교육청 정기감사' 결과를 보면 지난 2021~2024년 서울시 소재 239개 고등학교 학생부를 점검한 결과, 803명의 교원이 51명 이상 학생의 세부특기사항에 동일한 내용을 기재한 사례가 확인됐다.

중복 기재한 1106건을 중심으로 분석한 결과 하나의 문안을 한 해 동안 중복 기재한 사례가 가장 많았고(637건) ▲동일 교사가 전년도 문안을 다른 해 다시 재활용한 사례(39건) ▲하나의 문안을 교육 내용이 전혀 다른 1·3학년에 중복 사용한 사례(3건) 등이 파악됐다.

803명의 교원 중 141명은 101명 이상 학생에게 동일한 내용을 기재했고, 이 중 19명은 2년 이상 같은 방식으로 학생부를 작성했다. 또 18명의 교원은 담당 학급 학생의 70%를 넘는 인원에게 종합의견을 동일한 내용으로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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