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월가 개장 전 AI 투자심리 가늠자로
빅테크 투자 둔화 땐 분산효과 약화…레버리지 ETF가 변동성 증폭
27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자산운용사 레일리언트가 제공한 자료에서 코스피와 나스닥100의 60일 상관계수는 최근 약 0.50까지 올라 202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관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두 지수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는 뜻이지만, 한 시장이 다른 시장을 움직인다는 인과관계를 보여주는 지표는 아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코스피 내 비중은 합쳐서 절반을 넘는다. 두 회사는 미국 빅테크가 운영하는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며 AI 서버용 메모리 공급망의 핵심 업체로 꼽힌다. 롤프 벌크 퓨처럼그룹 분석가는 “코스피가 반도체 지수가 되면서 상관관계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두 회사의 실적은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미국 빅테크,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의 AI 투자에 갈수록 민감해지고 있다. 벌크는 데이터센터가 세계 D램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약 40%에서 올해 절반 이상으로 높아졌으며 앞으로도 더 커질 것으로 추산했다. D램은 AI 서버에서 데이터를 임시 저장하고 연산에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공급하는 메모리 반도체다.
CNBC에 따르면 미국 증시가 문을 닫은 뒤 AI 수요에 영향을 줄 소식이 나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먼저 반응한다. 반대로 미국 거래시간에 AI 관련 소식이 나오면 나스닥 움직임이 다음 한국 장의 방향을 가늠하게 한다. 어느 한쪽이 항상 앞선다기보다 두 시장이 AI 하드웨어 투자심리라는 공통 요인에 번갈아 먼저 반응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피터 김 KB금융그룹 글로벌 투자전략 책임자는 한국 메모리 반도체주의 상승세가 나스닥보다 늦게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투자자들이 처음에는 하이퍼스케일러에 집중했지만 한국 반도체주의 상승 폭과 변동성이 커지면서 코스피를 세계 AI 반도체 투자심리를 가늠하는 지표로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두 시장의 동조화는 7월13일 급락장에서 두드러졌다. 코스피는 9% 가까이 급락했고 SK하이닉스는 15% 넘게 떨어졌다. 같은 날 나스닥100도 1.88% 하락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잠정실적도 미국 반도체 업체보다 먼저 AI 수요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통상 미국 주요 반도체 업체보다 약 2주 먼저 잠정실적을 내놓는다.
벌크는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이 반도체라는 단일 경기민감 업종에 쏠린 상황에서 하이퍼스케일러의 설비투자가 둔화하면 한국 시장이 다른 증시보다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메모리 반도체주의 변동성이 미국 반도체주보다 큰 데다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자금 흐름이 등락을 증폭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AI 투자심리라는 공통 변수가 앞으로도 마이크론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주가를 똑같이 움직이게 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세 회사는 현재 D램 가격 상승의 수혜를 함께 보고 있지만 설비투자 규모와 제품 구성, 미국 정부의 자국 반도체 생산 지원은 향후 주가 흐름을 갈라놓을 수 있다. CNBC는 예상보다 빠른 중국 메모리 업체의 기술 추격도 각사의 경쟁력과 수익성에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칠 변수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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