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태에 300m 쓸려갔다 살아난 남자, 2억년 전 '바다 용' 캐냈다

기사등록 2026/07/29 14:12:51

웨일스 해변서 약 2억100만년 전 해양 파충류 턱뼈 발견

로말레오사우루스류 추정…논문 작성 중, 웨일스 첫 사례 가능성

호주 퀸즈랜드에서 1억 년 전의 해양 파충류 '엘라스모사우루스'(elasmosaurs) 화석이 거의 온전한 상태로 발견돼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출처: 트위터 @AusSMC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영국에서 눈사태에 휩쓸려 약 300m를 쓸려 내려갔다가 살아남은 한 남성이 약 2억100만년 전 것으로 추정되는 해양 파충류의 턱뼈 화석을 발견했다. 사고 이후 다시 시작한 화석 탐사에서 거둔 뜻밖의 발견이다.

2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화석을 발견한 사람은 토목기사이자 화석 탐사자인 매슈 마이어스코프(40)다. 그는 일행과 함께 그냥 지나쳤던 지점을 되돌아가 살피다가 화석을 찾아냈다. 마이어스코프는 “그야말로 우연히 얻은 놀라운 발견이었다”고 말했다. 턱뼈는 단단한 석회암층에 박혀 있었으며, 턱 끝부분이 숟가락처럼 넓적한 독특한 형태를 띠고 있었다.

가디언은 이 화석이 초기 쥐라기 바다에 살았던 로말레오사우루스류의 것으로 추정되며, 로말레오사우루스류 화석이 웨일스에서 확인된 첫 사례라고 전했다.

로말레오사우루스류는 수장룡 가운데 비교적 이른 시기에 출현한 무리다. ‘바다용’은 이들 고대 해양 파충류를 일컫는 대중적 표현이다. 다만 화석의 정확한 분류와 발견의 의미를 밝힐 논문은 아직 작성 중이다.

이번 발견으로 주목받았지만 마이어스코프에게 화석 탐사는 희귀한 표본을 찾는 취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2014년 눈사태 사고 뒤 되풀이되던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는 데 화석 탐사가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그해 2월 마이어스코프는 북웨일스의 스노든산(웨일스어 이르 위드바)을 오르다 눈사태에 휩쓸렸다. 작은 절벽 아래로 떨어진 뒤 산비탈을 따라 약 300m 쓸려 내려갔다. 그는 20분 뒤 1m가 넘는 눈 속에서 의식을 잃은 채 거의 숨을 쉬지 못하는 상태로 발견됐다.

온몸에 심한 멍이 들고 정신적 충격도 받았지만 골절 등 큰 부상은 없었다. 구조된 지 며칠 만에 몸은 회복됐으나 사고 순간과 ‘조금만 상황이 달랐다면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계속 떠올랐다.

그는 어린 시절 영국 요크셔 해안의 휘트비에서 즐겼던 화석 탐사를 다시 시작했다. 바닷가의 돌에서 눈에 거의 띄지 않는 화석 흔적을 찾는 데 몰두하면 다른 걱정을 잊을 수 있었다. 먼 과거의 바다 생명체를 떠올릴 때면 마음도 편안해졌다고 했다.

이처럼 탐사를 계속하면서 그는 수장룡의 지느러미와 거대한 공룡 발자국, 어룡의 앞지느러미와 두개골 등 여러 희귀 화석을 찾아냈다.

마이어스코프는 초보자에게 전문가가 진행하는 탐사 프로그램에 먼저 참여하라고 권했다. 화석의 형태를 한 번 익히면 해변 곳곳에서 화석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다만 망치·정 같은 장비와 찾아낸 돌덩이를 들고 장거리를 걸어야 해 등산 못지않게 체력이 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화석을 “자연이 준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수억년 전 생명체가 화석이 되고, 해변에 드러난 뒤 한 사람의 눈앞에 나타나기까지 그 모든 우연이 겹쳤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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