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ㄹㄷ' 뜨면 매도"…특징주 기사로 85억 챙긴 기자·회계사 일당 기소(종합)

기사등록 2026/07/29 11:42:33 최종수정 2026/07/29 12:54:27

남부지검·금감원 "AI로 6년치 데이터 분석해 신속 구속"

85억 취득…특징주 기사 배포 직후 614만 계좌서 거래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김태겸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제2부 부장검사가 29일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서 경제신문기자 등의 선행매매 사건 중간수사 결과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2026.07.29.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신항섭 기자 = 특징주 기사 보도를 악용해 주식 선행매매로 거액의 부당이득을 챙긴 회계사와 전·현직 경제신문기자 등 일당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제2부(부장검사 김태겸)와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국장 서현재)은 29일 서울남부지검 2층 브리핑실에서 경제신문기자 등의 선행매매 사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회계사 출신 유사투자자문업체 대표 A씨 등 8명이 자본시장법위반·배임수증재·청탁금지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됐고, 이 중 4명이 구속됐다.

김태겸 부장검사는 "금융범죄 중점검찰청인 남부지검과 금감원 특사경이 수사 초기 단계부터 실질적으로 협업해 악성 금융범죄에 신속·효율적으로 대응한 사례"라고 밝혔다.

그는 "금감원 수사 단계에서 최초 고발 범죄사실에 포함되지 않았던 회계사 A씨와 기자 H씨를 구속하는 등 선행매매를 통해 막대한 부당이득을 취득한 범행 실체를 드러냈다"고 전했다.

남부지검은 송치 후 적극적인 보완수사를 통해 기사 대가로 거액을 수수한 혐의를 추가로 밝혀내 관련자를 추가 구속했으며, 신설된 범죄수익환수부와 협력해 책임재산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대선후보 일정도 '먹잇감'…소형주 노린 이유

공소사실은 크게 A씨 등의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과 현직기자 H씨의 단독범행으로 나뉜다. A씨는 전·현직 경제신문기자 B·C씨 등과 함께 약 85억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징주 기사는 통상 주가나 거래량이 급등락하는 종목을 다루는 보도로, 단독 출고 권한을 가진 기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김 부장검사는 "피고인들이 '먹을거 위주로 찾아보자, 소형주로 특징주를 찾아보면 잘 먹힌다'는 대화를 나눈 사실이 확인됐다"며 "대선후보가 일정을 중단했다는 내용을 두고 관련 종목이 무엇인지 토론한 뒤 실제로 해당 종목을 특징주로 보도해 선행매매한 정황도 드러났다"고 밝혔다.

피고인들은 기사 초안을 작성해 배포 담당 기자들에게 전달했고, 전달 시점에는 'ㄹㄷ'('레디'의 초성, 매도 준비를 뜻함)이라는 암호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즉, 기사가 나가기 전 미리 사둔 주식을 배포 직후 팔 준비를 하라는 신호였다. 기자 섭외는 기사 1건당 30만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이뤄졌고, '기자 수×30만원'을 대가로 산정한 문서 파일도 확인됐다.

금감원 특사경 서현재 국장은 종목 선정 과정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피고인 4명은 자동삭제 타이머가 하루로 설정된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그날 시장이 주목하는 테마를 찾은 뒤 관련 종목을 지정했다.

배포된 특징주 기사의 95.5%가 중소형주였는데 적은 자금으로도 주가를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검찰 설명이다.

A씨는 매수세를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제목을 오해하도록 직접 작성했다.

서현재 국장은 "(HTS 이용자들은) 기사를 자세히 읽지 않고 키워드 위주로 파악한다"며 "A씨가 초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제목이 바뀌는 것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실제 배포 초기에는 일부 기자가 제목이 이상하다고 판단해 고쳤다가 A씨가 화를 내며 갈등이 생긴 사례도 파악됐다.

서 국장은 시장 데이터를 근거로 범행 패턴도 설명했다.

기사 배포 직전에는 거래량·주가에 특별한 변동이 없다가, 피고인들이 미리 매수에 나서면서 거래량이 늘고, 오전 9시58분께 'ㄹㄷ' 신호가 오간 뒤 기사가 배포되면 HTS 뉴스속보 창에 제목이 뜬다.

서 국장은 "특징주 기사를 읽는 독자라기보다는 HTS 속보창을 보고 있는 투자자들이 매수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사 배포 직후 거래량이 급증하는데, 피고인들은 이 순간적 매수세를 이용해 미리 사둔 주식을 팔았다"며 "주가가 유리하게 움직이는 시간은 짧지만, 배포 시점을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투자자들보다 유리한 상황에서 신속하게 매매를 체결했다"고 말했다.

피고인들 사이에서는 "특징주 효과 좋네"라는 대화도 오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수법으로 A씨 등은 2020년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4년 8개월간 특징주 기사 1800여건을 이용해 85억5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했다.

최초 입건 당시 확인된 범행 기간은 2년 6개월, 부당이득은 60억원 수준이었지만 압수수색 이후 증거 분석을 거쳐 범행 기간과 액수가 모두 늘었다.

검찰은 A씨를 구속기소하고 나머지 5명은 불구속 의견으로 송치받아 처리했다.

◆순차 섭외로 몸집 불린 조직…"온라인게임서 만나 주식스터디"

검찰에 따르면 회계사 출신 A씨는 온라인게임을 하다 알게 된 기자 C씨와 함께 주식 스터디를 하며 가까워진 뒤 범행을 모의했고, 이후 경제신문사나 일반 일간지 담당부서 기자들을 차례로 섭외했다.

B·D씨는 중학교 동창 사이였다. 가담자들은 대부분 30대 후반으로, 서로 형·누나로 부를 만큼 비교적 나이대가 비슷해 어울리기 쉬웠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기사 배포 기간이 가장 길고 건수도 가장 많았던 기자 E씨는 4년 4개월간 1420건을 배포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당이득은 A씨 71억3000만원, B씨 3억5000만원, C씨 7억5000만원, D씨 2억6000만원, G씨 6000만원 순이었다.

D씨는 선행매매 수익이 있었던 반면, F씨는 선행매매를 직접 하지 않고 다른 가담자의 요청에 따라 기사 작성과 송출 시점 안내만 맡아 방조 혐의가 적용됐다.

증권사 근무 경력이 있는 일반 투자자 G씨는 기자 B씨로부터 특징주 종목과 배포 시점 정보를 받는 대가로 자신이 발굴한 종목 정보를 넘겨주는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청탁금지법위반도 추가…체크카드로 대가 전달

검찰은 송치 후 보완수사를 통해 기사 배포 대가로 거액이 오간 사실도 규명했다.

A씨는 B씨와 공모해 기자 E씨에게 약 1억5000만원을, 기자 D씨에게 약 1억1600만원을, 기자 F씨에게 약 2800만원을 각각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대가 지급은 A씨 명의 체크카드를 B씨가 E씨에게 전달해 현금을 인출하게 하거나 퀵서비스로 전달하는 방식 등이 동원됐다.

◆현직기자 H씨 단독범행…적발 피하려 차명계좌까지

현직 경제신문기자 H씨는 자신에게 특징주 기사 송출 권한이 있다는 점을 악용해 별도로 단독범행을 저질렀다.

2022년 10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1년 10개월간 340여건의 기사를 이용해 7억4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했다.

H씨는 범행 도중 불공정거래 관련 언론보도를 접한 뒤 지인으로부터 증권계좌를 넘겨받아 매매에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범죄수익은닉규제법위반 혐의가 추가됐다.

검찰은 "A씨부터 G씨까지의 조직과 H씨 사이에 직접적 관련성은 없고, 범행 수법이 동일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추징보전 무력화 시도했지만…부동산 되짚어 추가 동결

남부지검 범죄수익환수부장 조재철 부장검사는 "A씨와 C씨에 대해 부동산·차량·가상자산·금융자산 등을 추징보전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지난 6월 압수수색 직후 소유 부동산 매도 절차에 착수해 지난해 10월 1차 추징보전 인용 무렵 매도를 완료, 보전명령을 무력화하려 한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C씨는 5년간 사실혼 관계였던 배우자와 뒤늦게 혼인신고를 한 뒤 배우자 명의로 부동산을 취득해 재산을 은닉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 부장검사는 "치밀한 계좌 분석을 통해 보전명령을 무력화하고 책임재산을 적극 은닉한 사실을 규명해, 새로 취득한 부동산에 대해서도 법원으로부터 추징보전을 인용받아 동결했다"고 말했다.

◆AI로 100GB 데이터 분석…"기사 배포 후 614만 계좌서 거래"

서현재 국장은 이번 수사에서 자체 개발한 AI 분석 프로그램을 활용했다고 밝혔다. 두 사건을 합친 범행 기간은 총 6년 6개월, 배포된 기사는 2200여건, 관련 데이터는 100기가바이트(GB)가 넘었다.

매수·매도 시점과 시장 전체 주문량을 시각화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피고인 2명을 신속히 구속 송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AI를 활용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수사 데이터 유출 가능성도 차단했다"며 "데이터는 AI에 전혀 제공하지 않고 분석 절차만 확인한 뒤 프로그램을 작성해 금감원 내부에서 직접 실행했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부당이득 산출뿐 아니라 계좌 입출금 내역 확인, 오인을 유발하는 기사 탐지 기능까지 갖췄다. 이를 통해 특징주 기사가 배포된 직후 614만개 계좌에서 거래가 발생한 사실도 확인됐다.

서 국장은 "이번 사건이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고, 시장 교란 수법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확대된 수사 인력과 AI를 결합해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angseob@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