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부양 이행 안 해도 증여 취소 못 하게 한 '6개월' 민법 조항 합헌"

기사등록 2026/07/27 12:00:00

부양의무 어겼다면서 母子간 "땅 돌려달라" 소송

민법 조항 상대로 헌법소원…헌재, '5대 4'로 합헌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7월 심판사건 선고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2026.07.27.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부모가 패륜 행위를 한 자녀에게 물려준 재산을 회수하려 해도 계약 이행이 완료되면 불가능하게 정한 민법 조항이 합헌 결정을 받았다.

27일 헌법재판소는 반모씨가 민법 제558조 중 제556조 제1항 제2호 부분에 대해 낸 헌법소원을 재판관 9명 중 5명 의견으로 지난 23일 합헌 결정했다고 밝혔다.

민법 제556조 제1항 제2호는 재산을 증여 받은 자녀 등이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부모 등이 이를 취소할 수 있도록 정하고, 같은 조 2항은 부양의무 불이행 등을 안 날로부터 6개월을 넘긴 경우 해제 권한을 소멸시킨다.

심판 대상인 제558조는 '이미 이행한 증여에 대해 이런 556조 등을 적용해 해제할 수 없다'는 취지의 조항이다.

반씨는 2008년 10월 아들 남모씨에게 땅을 물려주는 증여계약을 맺었는데, 15년 뒤 아들과 갈등을 빚자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원에 민법 556조를 근거로 소유권 이전을 말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이어 민법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되자 2023년 11월 헌법소원을 냈다.

법원은 아들 남씨가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는 등 패륜 행위를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반씨 청구를 기각했다. 설령 패륜 행위가 있더라도 민법 556조를 근거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봤다. 반씨는 올해 5월 패소가 확정됐다.

헌재도 반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산을 미리 물려준 부모가 자녀를 상대로 부양료를 청구할 수 있도록 민법 974~978조에 근거를 두고 있는 점 등을 짚었다.

헌재는 "수증자(자녀 등)가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도덕적 및 윤리적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수증자의 책임을 어떤 방식으로 법적 책임의 영역에 반영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입법론적 논의가 가능하다"고 했다.

또 쟁점이 된 민법 조항이 없을 경우 반환해야 할 재산의 범위를 법에 정하기 어렵고, 일일이 재판에서 가려야 한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다만 김상환 헌재소장과 김형두·마은혁·오영준 재판관 등 4명은 "부양 의무를 불이행한 수증자의 법익만을 우선시하고 신뢰가 무너지고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증여자의 법익을 도외시하므로 균형성에 어긋난다"고 봤다.

또 앞서 가수 고(故) 구하라씨 사건과 맞물려 패륜 상속인의 유류분(법률상 최소한의 상속 재산)을 제한해야 한다고 내놓은 헌법불합치 결정례와 어긋난다고 밝혔다.

반씨는 민법 558조를 555조 '서면에 의하지 아니한 증여와 해제', 557조 '증여자의 재산상태 변경과 증여의 해제' 조항에 대해서도 적용해 제한한 점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을 제기했으나, 헌재는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했다.

구체적으로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않은 경우 각 당사자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민법 제555조)', '증여 계약 후 재산 상태가 현저히 변경되고 생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경우 해제할 수 있다(제557조)' 등에도 증여 이행이 완료되면 해제할 수 없도록 한 조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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