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를 24시간 쉬지 않고?…법원이 주목한 '매크로' 증거는[법대로]

기사등록 2026/07/25 09:00:00 최종수정 2026/07/25 09:10:23

운영자 호출에도 무응답…3분마다 퀴즈

간단한 산수 문제 77개 중 17개 오답

法 "정상적인 이용으로 보기 어려워"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민사합의12부(김정태 부장판사)는 지난 5월 14일 게임 유저 A씨가 게임 운영자를 상대로 제기한 계정 영구이용정지조치 해제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영구이용정지 조치가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사진은 법원 로고. 2024.12.23. km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신유림 기자 = 온라인 퀴즈게임에서 매크로(자동 입력 프로그램)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계정이 영구 정지된 게임 유저가 "매크로를 쓴 적이 없다"며 계정을 되돌려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또 사용하지 못한 게임 캐시 800만원도 돌려달라고 요구했으나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어떤 점을 매크로 사용의 증거로 봤을까.

원고 A씨는 게임 플랫폼에서 한 크리에이터가 운영하는 게임을 이용하던 중 지난해 1월 매크로를 사용했단 이유로 계정이 영구 정지됐다. 이와 함께 충전해 둔 캐시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됐다.

A씨는 실제로는 매크로를 사용한 적이 없고, 매크로 적발 시 영구정지된다는 기준도 제대로 안내 받지 못했다며 계정 정지 해제와 함께 남아 있던 게임 캐시 약 800만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A씨의 게임 이용 기록과 메신저 대화 등을 종합하면 매크로를 사용한 정황이 충분하다고 봤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민사합의12부(김정태 부장판사)는 지난 5월 14일 A씨가 게임 운영자를 상대로 제기한 계정 영구이용정지조치 해제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영구이용정지 조치가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게임 이용 기록에 주목했다.

기록상 A씨 계정은 24시간이 넘도록 3분 주기로 게임을 반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중간에 식사하거나 휴식을 취하지도 않은 채 3분 동안 6개의 퀴즈를 푸는 게임을 24시간 내내 직접 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A씨는 자신과 아내가 주말 동안 번갈아 게임을 했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A씨가 지인에게 계정을 맡겨 대신 게임하도록 요청한 대화 내용 등을 토대로 제3자가 매크로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봤다.

매크로 사용을 의심할 만한 정황도 잇따랐다. 다른 이용자가 A씨 계정의 문제 풀이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고 여러 차례 불러도 반응이 없다며 운영자에게 신고했다. 이에 운영자가 실제 이용자인지 확인하기 위해 "사람이라면 '예'라고 응답할 수 있으신가요?"라는 귓속말을 수차례 보냈지만, A씨 계정에서는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사람이 직접 플레이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출제한 간단한 산수 문제에서도 77차례 가운데 17차례 오답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A씨가 매크로 프로그램을 직접 구매해 다른 계정으로 작동 여부를 시험한 메신저 대화까지 확인됐다며 "이 사건 계정에서도 매크로를 실행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봤다.

이에 A씨는 설령 매크로 사용이 인정되더라도, 적발 시 계정이 영구 정지된다는 기준을 충분히 안내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게임 공식 커뮤니티와 게임 내 화면에 관련 안내가 지속적으로 게시돼 있었고, 이용자라면 매크로 사용이 영구정지 대상이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매크로 사용은 게임의 정상적인 운영을 해치고 다른 이용자의 흥미를 떨어뜨리는 중대한 위반행위라며, 한 차례 적발만으로 계정을 영구 정지하도록 한 조치도 지나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계정 정지 해제와 게임 캐시 약 800만원 반환 청구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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