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벌 탄원서 259차례 제출
[부산=뉴시스]김민지 기자 = 전세 보증금을 가로채고 허위 서류를 제출해 금융기관 대출금을 받는 등의 수법으로 거금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부산시 전직 고위공직자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임성철)는 24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사기)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전 부산시 공직자 A(70대)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배상 신청인 12명에게 총 9억725만원을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A씨는 2018년 3월~2024년 9월 오피스텔 건물 임대업을 하며 임대차 보증금 반환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사회초년생 등의 세입자와 임대차 계약을 한 뒤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A씨의 이 범행으로 인한 피해자는 약 90명, 피해금은 76억원 상당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 개시 후 A씨에 대한 엄벌 탄원서만 총 259차례 제출됐다.
A씨는 또 2021년 11월 임대차 보증금 액수를 줄인 허위 계약서로 부정 담보 대출을 받기로 마음먹고 금융기관에 위조 계약서 35장을 제출해 총 2차례에 걸쳐 47억8000만원의 대출금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A씨 측은 위조 서류를 통한 범행이 시작된 2021년 11월 이전에는 자신의 재정이 채무 초과 상태가 아니었기에 보증금 반환 능력이 있었고, 일부 범행에 대해 편취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자본이 부족한 상태에서 담보대출금과 임대차 보증금을 승계하는 방법으로 고액의 건물을 사들인 뒤 별도의 수익 구조를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이로 인한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이 생길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이를 임차인들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았고, '보증금 돌려막기' 방식으로 임대업을 지속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전세사기 범행은 임차인들의 주거 생활과 안전을 심각히 위협하며, 개인 임대차 계약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는 범죄"라며 "피고인은 큰돈을 벌겠다는 욕심으로 전 재산과 다름 없는 보증금을 가로채 많은 피해자가 피해를 입었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타인 명의 건물에 대해 맺은 임대차 계약에 대한 보증금 편취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계약에 나서긴 했지만 해당 건물의 실소유자이자 임대인으로 보긴 어렵다는 취지다.
피해자 측은 재판부 판단에 A씨의 잘못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한 피해자는 "배상 신청인에 대해서도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형량도 최고형인 15년 이상을 기대했는데 예상보다 적게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A씨의 범행으로 인한 추가 수사 건수도 검찰에 여러 건 있다"며 "총 피해금을 모두 합치면 2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부산시 본청과 소속 구청 등에서 오랜 기간 공직 생활을 한 뒤 시 산하기관장을 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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