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DI, 비수도권 대학생 지역 정주 요인 분석
비수도권 재학생 28% "대학 소재지에 정주"
男 31%, 女 27%…1학년 26%, 4학년↑ 32%
"전공 교육과정에 지역 연계 전공 교과 확대"
[서울=뉴시스]정예빈 기자 = 교육부가 대학을 청년 인재 양성과 지역사회 정주를 견인하는 핵심 거점으로 삼고 '인재양성-취·창업-정주'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려는 가운데, 정작 비수도권 대학 재학생 절반은 졸업 후 수도권행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저소득·저학력 가정 출신, 고학년일수록 지역 정주 의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23일 김지하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이 펴낸 '비수도권 일반대학 학생의 지역 정주 의도 결정 요인은 무엇인가?' 브리프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 재학생 5명 중 3명(60.5%)은 뚜렷한 수도권 지향성을 드러냈다. 대학 소재지별로는 수도권 대학 재학생의 88.7%가 졸업 후 수도권에서 취업·진학할 의향을 밝혔고, 비수도권 대학 재학생 중 48.4%는 수도권 이동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비수도권 재학생 가운데 대학 소재지에 정주하겠다는 응답은 28.4%에 그쳤다.
성별과 학년에 따른 차이도 뚜렷했다. 비수도권 대학 학생 중에서는 남성, 고학년일수록 대학 소재지 정주 의도가 높게 나타났다. 남학생의 정주 의도 비율은 30.6%로 여학생(26.9%)을 웃돌았다. 1학년 때는 25.9%에 그쳤던 정주 의도 비율이 4학년 이상에서는 32.1%까지 상승하면서 학년이 올라갈수록 지역에 남으려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부모 학력, 가구 소득 등 사회·경제적 배경도 정주 의도를 좌우했다. 부모의 학력과 가구 소득이 낮을수록 대학 소재지에 남으려는 의도가 강했다. 아버지 또는 어머니의 학력이 고졸일 때 지역 정주 의도 비율은 각각 30.2%, 30.4%였으나, 박사일 때는 각각 21.6%, 22.3%로 현저히 낮아졌다. 월평균 가구 소득이 300만원 미만인 경우 정주 의도 비율은 31.1%였지만, 900만원 이상인 경우에는 24.1%로 떨어졌다.
대학 유형별로는 국·공립대 학생(31.2%)이 사립대 학생(27.1%)보다, 중·소규모 대학 학생(29.0%)이 대규모 대학 학생(27.5%)보다 지역에 남으려는 의도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 계열과 대학 소재지 역시 정주 의도를 가르는 변수였다. 교육(사범) 계열의 정주 의도 비율이 39.1%로 가장 높았던 반면, 의약 계열(18.7%)과 예체능 계열(19.0%)은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과 가까울수록 수도권 이동 욕구가 커지는 경향이 뚜렷했다. 동남권은 정주 의도 비율이 44.4%로 가장 높았지만, 수도권과 인접한 강원권과 충청권은 각각 15.2%, 19.8%에 불과했다.
대학 소재지의 일자리 여건, 교통 편의성, 교육 기회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일수록 수도권 이동 욕구는 유의하게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주거비와 문화·레저시설에 대한 인식은 수도권 이동 여부에는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나, 비수도권 내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에는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과정과 정주 의도의 연관성도 확인됐다. 지역산업연계 교과목이나 지역사회연계 문제해결 교과목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학생일수록 주거비, 문화·레저, 교통 편의성, 교육 기회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해 간접적으로 지역 정주로 이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에 따라 지역 연계 전공 교과목의 양적 확대와 질적 내실화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제시됐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지역 연계 교육이 지역 산업과 노동시장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지역에 대한 공감과 애착을 형성함으로써 정주 의도를 높이는 경로로 작용했을 가능성과 정주 의도가 높은 학생이 지역 연계 교과목을 선택적으로 이수했을 가능성을 모두 내포한다"며 "지역 연계 전공 교육과정을 체계적으로 개발하고, 계열·학년별로 참여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생활 인프라 개선을 위한 종합적인 지역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대학 소재지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정주 의도를 제고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학의 교육적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주거·교통·문화 등 학생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정주 기반 조성이 병행돼야 한다"며 "대학-지자체-기업 간 산학협력 거버넌스 고도화, 지역 중소기업 육성, 전공과 연계된 양질의 일자리 창출, 주거·교통·의료·문화 등 생활 인프라 개선을 아우르는 지역 청년 맞춤형 정주 여건 종합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성 일자리 부족 문제 해결과 여학생 맞춤형 진로 지도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비수도권 지역 산업이 제조업·중화학공업 중심으로 편중돼 있어 청년 여성이 선호하는 사무·전문직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며 "교육 경험을 통한 지역 인식 개선과 노동시장 차원의 실질적 기반 구축이 동반될 때 청년 여성의 지역 정주를 실효성 있게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수도권 이동 의도를 유의미하게 높인 점에 주목하고 로컬 창업 활성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대학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지역 산업 및 자원과 결합한 '로컬 창업 모델' 중심으로 다각화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구체적으로 지역 특화 산업과 결합한 창업 아이템 발굴, 지역 내 액셀러레이터·벤처캐피털 네트워크 구축, 지역 정주형 창업자에 대한 정착 지원을 통합 제공함으로써 대학의 창업 지원이 지역 내 안착과 정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생태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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