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목적세"·"사회연대투자"…쟁점만 쏟아진 '초과이윤' 첫 토론(종합)

기사등록 2026/07/14 18:10:10

고용노동부, '새로운 사회혁신의 길' 노사정 토론회 개최

삼성전자 성과급 갈등 계기…'초과이윤 재분배' 논의서 출발

노동장관 "기업의 천문학적 성과, 사회가 함께 만든 이익"

노동계 "성과급은 교섭 대상"…경영계 "경영 판단 영역"

반도체 기금·숙련데이터까지 쟁점 쏟아져…8월 녹서 작업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AI 기술혁신에 발맞춘 새로운 사회 혁신의 길 토론회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26.07.14. 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삼성전자 노사의 성과급 갈등을 계기로 불거진 '반도체 초과이윤'의 활용 방안을 논의하는 첫 정부 주최 토론회가 열렸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초과이익에 특별목적세를 부과해 해당 산업에 재투자하는 방안과 단순한 이익 배분을 넘어 원·하청 혁신과 청년 인재 양성 등에 투자하는 '사회연대투자' 구상을 제시했다.

다만 논의가 청년고용과 사회안전망, 숙련데이터 등으로 넓어지면서 구체적인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쟁점만 쏟아졌다.

고용노동부는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피스앤파크에서 '인공지능(AI) 기술혁신에 발맞춘 새로운 사회혁신의 길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삼성전자 노사의 성과급 갈등을 계기로 불거진 반도체 기업의 초과이윤 배분 문제에서 출발했다. AI 산업전환에 따라 일자리와 일하는 방식, 기업 성과의 배분 구조가 빠르게 변하는 가운데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질문을 발굴하고 공론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이날 토론회 개회사에서 "산업화 시대에 만들어진 기존 문법으로는 새로운 시대를 모두 담아내기 어렵다"며 "우리에게는 AI 시대에 맞는 인간을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거둔 천문학적인 성과는 기업의 독자적 혁신만으로 이뤄진 결과물이 아니다"며 "글로벌 시장의 특수한 환경과 정부의 세제 혜택·인프라 지원, 수많은 원·하청 노동자의 땀방울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천문학적인 AI 성과는 우리 사회가 함께 만들어낸 이익의 총량"이라며 "'투자냐 분배냐'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새로운 사회계약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정부가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논의를 이끌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정답을 손에 쥔 심판자 역할이 아니라, 창발적인 대안을 내는 대화의 촉진자가 되겠다"며 "노동계와 경영계뿐 아니라, 그동안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던 청년과 미조직 노동자, 새로운 형태의 일하는 사람까지 모두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흥준 교수 "초과이윤에 특별목적세 도입"…윤동열 교수 "사회연대투자 제안"

이날 토론회 좌장은 한국경제학회장인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가 맡고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발제를 담당했다.

정 교수는 'AI 산업발전에 따른 새로운 사회계약의 설계 방안'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초과이익에 대한 특별목적세 도입을 제안했다.

특별목적세는 일정 기준을 넘은 초과이익에 별도의 세금을 부과하되 일반 재정이 아닌 해당 산업의 연구개발과 산업단지 현대화, 청년 채용, 하청·중소기업 노동자 복지 등에 사용하자는 내용이다. 법인세에 더해지는 부담이지만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면 대기업에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성과급 교섭은 영업이익보다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나머지 배분 기준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청과 원청노조, 하청노조가 성과급에 한해 함께 교섭하고, 하청노조가 없다면 원·하청 근로자대표가 참여하는 확대 노사협의회를 활용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AI 시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을 주제로 발제하며 사회연대임금 대신 '사회연대투자'를 제안했다.

윤 교수는 AI가 대기업과 고숙련 노동자의 생산성을 높이는 반면 중소기업과 저숙련 노동자에게는 기술 소외와 임금 정체를 가져오는 양날의 검이라고 진단했다.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강성진 한국경제학회 회장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AI 기술혁신에 발맞춘 새로운 사회 혁신의 길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2026.07.14. since1999@newsis.com


특히 초과이익은 업황에 따라 크게 달라져 기준을 정하기 어렵고, 대기업의 임금이나 성과급을 억제해도 그 재원이 중소기업 노동자에게 전달된다는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연구개발과 설비투자 여력을 약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윤 교수는 "과거의 패러다임이 사회연대임금이었다면 미래의 패러다임은 사회연대투자라고 생각한다"며 "사회연대임금은 결과를 나누지만 사회연대투자는 성과를 만드는 연대"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원·하청 공동혁신, 미래세대 인재 양성, 산업전환 지원체계 구축, 사회안전망 확충을 4대 투자 영역으로 제시했다.

그는 "AI 시대의 사회적 연대는 성과를 나누는 연대를 넘어서 성장을 함께 만드는 연대가 돼야 한다"며 "대기업의 혁신 역량을 보존하면서도 중소기업, 청년세대, 지역사회의 성장과 가치를 함께 확산시키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말했다.

◆노동계 "성과급은 교섭 대상"…경영계 "경영 판단 영역"

이어진 토론에서는 AI 시대 기업의 역할과 책임을 두고 노사가 맞섰지만, 의제가 넓게 퍼지면서 구체적인 접점을 찾기보다는 각자의 입장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특히 성과급을 '영업이익의 N%'로 정하는 방식과 배분 기준, 이를 노사 교섭 대상으로 볼지를 두고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류제강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정책2본부장은 "성과급은 노동자의 기여와 기업의 성과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관한 임금과 보상의 문제"라며 노사가 합의한 기준은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가가 이를 법률이나 획일적인 기준으로 직접 규율한다면 노동기본권과 단체교섭 및 노사 자치의 원칙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AI로 창출된 추가 이익이 일부 기업에 집중될 가능성이 큰 만큼 현행 법인세 체계가 충분한 사회적 환원 기능을 수행하는지는 살펴봐야 한다고도 했다.

류 본부장은 "AI 혁신으로 창출된 경제적 성과를 다시 사람과 사회에 투자하는 것이야말로 조세와 재정이 수행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회적 재분배"라며 추가 세수를 AI 직무교육과 청년 일자리, 전직 지원, 고용안전망, 중소·하청기업의 AI 전환 등에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겨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청년특별위원장은 AI로 인한 청년 고용 위축에 대한 기업 책임을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청년들이 첫 직장으로 만나는 일자리들이 기술혁신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것은 우려가 아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고용영향평가와 고용총량 유지, 청년 신규채용에 대한 기업 책임을 요구했다. AI 도입 전 사전 협의와 고지, 노동자의 이의제기권도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용 유연성을 강조하는 주장에는 "현장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일자리를 잃어도 된다는 말로 들린다"며 기업의 고용 유지 책임을 우선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반면 경영계는 영업이익의 N% 방식의 성과급이 경영성과의 사후 배분에 가까운 만큼 의무적인 단체교섭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코스피가 395.02포인트(4.91%) 내린 7656.31 마감된 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다. 2026.07.07. since1999@newsis.com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이사는 "AI 시대는 무한 경쟁 시대로, 기업도 생존해야 한다"며 "핵심 인재에 대한 차등·주식 보상과 연구개발 분야의 근로시간 유연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본부장은 "초과이윤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며 초과이익 배분 논의의 전제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 본부장은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에 처음 투자한 1983년부터 2025년까지 누적 투자액이 누적 순이익보다 8조원 많았고, 올해 들어서야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며 "반도체는 호황기에 벌어 불황기에 대비하고, 불황기에도 투자를 계속해야 한다"며 초과이윤 배분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재분배 문제는 국가가 나설 문제이지 기업이 나설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며 "기업은 부가가치를 창출해 고용하고 투자하고 세금을 성실히 내는 것이 본연의 역할이고, 국가는 걷은 세금으로 재분배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생태계 기금·숙련데이터까지…다양한 쟁점 제기돼

전문가 토론에서는 한국의 생산·분배 체제부터 반도체 생태계 기금, 노동법, 숙련노동자의 데이터 권리까지 의제가 더욱 넓어졌다.

윤홍식 인하대 교수는 "AI는 한국 사회의 위기를 해결할 만병통치약이 아니라 만병의 근원이 될 수 있다"며 "AI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기술의 문제지만, 그 성과를 안정적 일자리와 사회서비스로 연결하는 것은 정치와 제도의 문제"라고 말했다.

정승일 정치경제학 박사는 "문제는 사회적 투자는 누가 하느냐는 것"이라며 반도체 초과이익 일부를 적립해 협력업체의 기술투자와 인재 채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홍기빈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초빙부연구위원은 피지컬 AI가 "노동자의 손끝과 관절에 밴 숙련 그 자체를 원재료로 삼는다"며 숙련데이터의 권리와 배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참석자들이 준비한 발언을 차례로 발표하면서 질문과 재반박을 통한 논의는 제한적이었다.

발제자인 윤동열 교수도 "토론회가 초점이 더 있었다면 말하기 쉬웠을 텐데 고민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토론회를 시작으로 AI 산업전환에 따른 기업 투자와 노동의 미래를 둘러싼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산업통상부는 15일 'AI 시대의 기업 투자와 노동의 미래'를 주제로 후속 토론회를 개최한다.

노동부는 8월 노사단체와 노동계·경영계·정부 추천 전문가, 청년·플랫폼 노동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녹서 논의체를 구성할 예정이다. 녹서는 정부가 정책을 확정하기 전 주요 쟁점과 질문, 가능한 대안을 정리해 사회적 논의를 이끌기 위한 문서다.

노동부는 연내 질문 중심의 녹서를 발간하고 이를 토대로 후속 사회적 대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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