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갈등 불씨 된 MOU 5항…美·이란 해석 충돌

기사등록 2026/07/10 14:58:38

美 "자유 항행 보장" vs 이란 "배타적 통제권 인정"

향후 관리 주체 문구 놓고 해석 엇갈려

[반다르아바스=AP/뉴시스]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종전 양해각서(MOU)의 조항이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무력 충돌의 불씨가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양국이 MOU 5항을 정반대로 해석하면서 해협 통항과 이란 핵 문제를 다룰 후속 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2026년 5월2일 이란 반다르아바스 앞 호르무즈 해협 해상에 유조선들이 정박해 있는 모습. 2026.07.10.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종전 양해각서(MOU)의 조항이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무력 충돌의 불씨가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양국이 MOU 5항을 정반대로 해석하면서 해협 통항과 이란 핵 문제를 다룰 후속 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5항은 이란이 전쟁 기간 막힌 해협의 선박 운항을 복구하고 안전한 통항을 보장하도록 했다. 기뢰 등 군사적 장애물을 제거하는 데 필요한 조처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란이 오만과 향후 해협 관리 방안을 정하도록 한 문구가 포함되면서 갈등의 여지가 생겼다. 미국은 이를 국제항로를 다시 개방하라는 약속으로 봤다. 반면 이란 강경파는 자국에 해협 관리의 주도권을 부여한 조항이라고 주장했다.

WSJ에 따르면 해협의 향후 관리 방안을 별도로 논의한다는 내용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요구해 포함됐다. 중재자들은 양측이 합의를 성사시키기 위해 해당 문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으며, 합의 체결 후 각자의 해석을 내세울 수 있다고 본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가 체결되자 IRGC는 이란이 해협 관리를 맡아야 한다는 강경한 해석을 정부에 요구했다. 이란은 이후 선박들이 자국의 승인을 받고 북쪽 항로를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RGC는 해협을 지나는 상선들에 선박 규모와 화물 내역을 신고하고 통항 허가를 받도록 요구했다.

이란은 통행료 징수를 담당할 '페르시아만 해협청(PGSA)'도 출범시켰다. 선박들이 해협을 통과하려면 PGSA가 승인한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현재 보험료는 받지 않고 있지만 향후 비용을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도 관련 문서에 담겼다.

WSJ에 따르면 이란은 안보·안전·환경 서비스 비용을 부과할 경우 관련국들이 연간 400억 달러(약 60조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추산했다. 걸프 국가들과 수익을 나누고 튀르키예가 다르다넬스 해협에서 서비스 비용을 받는 제도를 참고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반다르아바스=AP/뉴시스]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종전 양해각서(MOU)의 조항이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무력 충돌의 불씨가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지난 6월30일(현지시간) 이란 반다르아바스 앞 호르무즈 해협에서 화물선 한 척이 정박해 있는 가운데 사람들이 얕은 물에 서 있다. 2026.07.10.
미국과 걸프 국가들은 이 같은 구상이 국제수로에 대한 이란의 사실상 독점적 관리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대했다. 이들은 오만 연안을 따라 이어지는 남쪽 항로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미 해군은 선박들이 남쪽 항로를 통과하는 과정도 비공개로 지원했다. 선박들은 주로 야간에 자동식별장치를 끈 채 이동했고, 미군 구축함은 선박 및 해운사와 무선으로 연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IRGC는 남쪽 항로가 자국의 영향력을 약화한다고 보고 이 항로를 이용하는 상선들을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했다.

미국은 국제수로인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독점적 지배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상선 공격이 이어지자 이란산 원유 판매를 허용했던 제재 면제를 철회하고, 이란 해안과 호르무즈 해협 인근 군사시설에 대한 공습을 지시했다.

WSJ는 자유항행을 회복하려던 합의가 오히려 해협 관리권을 둘러싼 힘겨루기로 변했다고 지적했다. 양측이 5항에 대한 공통 해석을 마련하지 못하면 핵 프로그램과 제재 완화를 다룰 협상도 난항을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왔다.

라즈 짐트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INSS) 이란 연구 프로그램 책임자는 "양측 사이에 기본적인 신뢰가 있거나 합의된 분쟁 해결 장치가 있었다면 이 같은 해석 차이를 관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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