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원료 수급 불안 확산
특정중요물자 지정 검토
원유·제품 재고 비축안도 논의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일본 정부가 나프타 비축 의무화를 다시 추진한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중동 정세 불안으로 나프타 공급망 취약성이 드러난 데 따른 조치다.
9일 마이니치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정유사와 화학업계가 나프타 유래 석유화학제품을 일정량 보유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산업상은 지난 7일 각의(국무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비축 방법과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프타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석유제품이다. 에틸렌과 프로필렌, 벤젠, 톨루엔, 자일렌 등을 만드는 기초 원료로 쓰인다. 이들 물질은 플라스틱, 합성섬유, 합성고무, 도료, 포장재, 자동차 부품, 건축·농업 자재 등으로 이어진다. 공급이 막히면 생활용품과 제조업 전반에 영향이 번질 수 있다.
나프타 자체를 장기간 보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휘발성이 높고 인화성이 강해 저장 시설과 안전 관리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나프타 자체보다 원유나 가공을 마친 석유화학제품을 재고로 비축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비축 설비투자 비용의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일본에는 1990년대까지 나프타 비축 제도가 있었다. 그러나 장기 불황기에 기업들이 비용 부담을 호소했고, 해외 조달이 비교적 원활하다는 판단이 더해지면서 제도는 폐지됐다. 이번 호르무즈 해협 불안으로 원료 공급이 흔들리자 제도 부활론이 다시 힘을 얻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중동 정세 악화 이후 중요 물자의 안정 공급을 점검했다. 나프타 유래 제품 일부는 수급 불안이 실제 산업 현장으로 번졌다. 포장재와 잉크, 도료, 건설 자재 등 생활과 산업에 가까운 품목에서 원료 확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부는 나프타를 경제안전보장추진법상 특정중요물자에 포함하는 방안도 논의한다. 특정중요물자는 국민 생활과 경제활동에 큰 영향을 주는 물자의 공급망을 안정시키기 위해 지정하는 제도다. 반도체, 축전지, 천연가스, 중요 광물 등이 이미 대상에 올라 있다. 나프타가 포함되면 기업의 비축과 설비 투자, 조달처 다변화에 대한 공적 지원이 가능해진다.
일본 정부는 나프타 문제를 단순한 원료 부족이 아니라 경제안보 사안으로 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불안이 길어지면 산업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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