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젤렌스키發 폴란드-우크라 역사 갈등 규탄 결의안 채택

기사등록 2026/07/09 09:54:50

"불필요하고 이유 없는 갈등 격화…양국, 선의의 화해 노력해야"

[바르샤바(폴란드)=AP/뉴시스]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왼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25년 12월19일 폴란드 바르샤바 대통령궁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 나브로츠키는 19일 젤렌스키가 우크라이나 군 부대의 이름을 2차 세계대전 중 폴란드인을 학살한 혐의를 받는 우크라이나 준군사 조직의 이름을 따 짓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 젤레스키에게 수여된 폴란드 최고 명예의 백수리 훈장을 박탈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6.07.09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특수작전군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인을 학살한 혐의를 받는 우크라이나 준군사조직 'UPA'로 명명하면서 촉발된 우크라이나와 폴란드간 갈등은 '불필요하고 이유도 없는 격화'라고 규탄하는 유럽의회 결의안이 채택됐다.

유로뉴스와 DPA통신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의 UPA 명명 결정을 비판하는 수정안이 포함된 결의안을 찬성 460표, 반대 136표, 기권 59표로 가결했다. 이 결의안은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을 점검하는 보고서의 일부다.

폴란드 출신 안드제이 할리츠키 유럽국민당(EPP) 의원이 발의한 수정안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최근 불필요하고 이유 없는 갈등 격화에 유감을 표했다. 폴란드가 러시아 침공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꾸준히 지원해왔다는 점도 강조했다. 

수정안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결정은 UPA로 인한 수만명의 희생자와 그 유가족, 이와 관련된 폴란드 측의 상처와 애도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의 결정은 이웃 국가간 우호 관계를 약화시키고 유럽의 가치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적시했다.

그러며서 "우크라이나와 폴란드는 갈등을 누그러뜨리고 선의에 기반한 새로운 화해 노력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할리츠키 의원은 표결 직후 유로뉴스에 "이은 우크라이나 당국에 감정을 자극하는 행동을 하지 말고 유럽의 가치에 역행하지 말라는 경고"라며 "우크라이나는 어떻게 EU의 일원이 될지 고민해야 한다. 가입을 원한다면 공동 규범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는 UPA가 소련 지배에 맞서 싸우고 우크라이나 독립을 추구한 존재로 인식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5월26일 특수작전군에 UPA 명칭을 부여하는 법령을 발표했다.

반면 폴란드에서는 UPA가 나치 점령기였던 1943~45년 폴란드인 수만명이 목숨을 잃은 볼린 학살과 깊게 연결된 존재로 꼽힌다. 폴란드는 볼린 학살을 '제노사이드(집단학살)'로 규정했다. 카롤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수여했던 폴란드 최고 훈장 ‘백독수리 훈장’을 회수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훈장을 자진 반납하는 사진을 올려 응수했고 지난달 폴란드 그단스크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회의에 불참했다.

우크라이나가 EU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회원국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폴란드 국민 60%가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라디스와프 코시니아크-카미슈 폴란드 국방장관은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UPA나 OUN 같은 (극우) 집단을 계속 숭배한다면 EU 가입 과정에서 상당한 난관에 부딪힐 것"이라며 "OUN 급진파 지도자였던 스테판 반데라를 영웅시하는 한 우크라이나는 EU에 들어올 수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다만 유럽의회 외교위원장과 외교위 우크라이나 상임보고관, 외교위 몰도바 상임보고관, EU-우크라이나 의회협력위원회 위원장, EU-몰도바 의회협력위 위원장 등 유럽의회 주요 의원들은 같은날 우크라이나와 몰도바의 EU 가입 협상 시작을 환영하는 공동 성명을 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몰도바와 EU 가입을 위한 첫번째 클러스터 협상이 시작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EU 확대는 유럽 전역의 평화와 안보, 번영을 강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EU는 후보국과 사법과 안보, 환경, 농업 등 35개 협상 분야를 6개 주제별 클러스터로 묶어 각각 협상한다. 후보국의 법과 제도, 규범을 EU 기준에 맞추는 작업이다. 사법과 자유, 기본권 등 EU 기본 원칙을 다루는 첫번째 클러스터는 가장 먼저 협상이 시작되지만 가장 늦게 끝나 전체 협상의 속도를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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