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노조, 5000명 대국민 인식조사 발표
시민 84% "학교에서 민주시민교육 필요"
교사 5명 중 1명, '정치중립성 위반' 항의 경험
#2. B교사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 비하 발언을 비롯해 일베 용어 사용을 금지시키자 '특정 정당 지지자'라는 공격을 받았다.
교사 10명 중 8명 이상이 '정치중립성 위반'으로 오해될 것을 우려해 정상적인 수업 또는 지도를 포기하거나 축소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은 9일 오전 영등포구 노총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학교 내 민주시민교육, 5000명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4월 17~22일 전국 성인 5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마크로밀엠브레인을 통해 실시됐다.
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8명 이상(82.4%)은 현실 정치 쟁점과 사회문제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응답자 4명 중 3명(76.7%)은 교사가 직무 밖에서 일반 시민으로 정치적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71.7%는 정치적 중립의 적용 범위를 학교에 머무는 시간 또는 수업·학생지도 시간 등 직무 관련 영역으로 인식했다.
교사의 정치적 권리는 보수층도 69.2% 동의했으며, 학부모는 78.7% 동의율을 나타내 전체 평균보다 높았다.
오늘날의 시민교육이 부족하다는 응답은 66.0%에 달했으며, 학교에서 현실정치 쟁점과 사회문제를 교육할 것에 대한 필요성 요구가 높게 나타났다.
쟁점교육의 주체로는 학교가 66.4%로 가장 높게 선택됐고, 학교에서 시민교육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83.7%가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현실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1월 교사노조연맹이 실시한 '교사 교육권 침해 및 정치 관련 민원 사례 조사'에서는 교사들이 시사·사회 문제를 다루는 수업 과정에서 정치 편향 민원과 문제 제기를 우려하며 교육활동이 위축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응답자 84.4%는 교과지도, 생활지도 등 정상적인 교육활동이 '정치중립성 위반'으로 오해될 것을 우려해 수업 또는 지도를 포기하거나 축소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실제 5명 중 1명(20.2%·391건)은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정치중립성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항의나 민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8.8%·169건)는 신고·고소를 하겠다고 위협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가장 빈번한 건 민주화운동 등 역사교육 관련 민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 사례를 보면 5학년 사회과 수업에서 일제강점기와 3·1운동, 유관순 열사를 다루자 "교사와 학교 교육과정이 좌파로 치우쳐져 있다"는 민원을 받았으며,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교과서 내용 그대로 가르쳐도 '좌파 사상 주입', '공산당' 등 민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학부모는 박정희, 전두환, 이승만 등 독재 정권의 공과를 설명하자 '국부 희화화', '독재자 비하' 등 민원을 제기했으며, 영화 '서울의 봄', '택시운전사' 등 역사 영화를 시청한 후 민원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세월호 참사나 통일·독도 관련 교육에도 항의를 받은 사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세월호 계기 안전 교육 차원의 설명에도 '좌파 사상 주입'이라는 공격을 받았으며, 독도 교육 시 '반일 감정 조장', '빨갱이' 민원을 받은 교사도 있었다.
이밖에 퇴근 후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을 감시하거나, 교사가 입는 옷 색깔을 이유로 '정당 지지'를 의심하는 경우도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교사 표현의 자유 침해는 물론 학생에 의한 교권 침해도 빈번하다는 지적이다.
상당수 교사는 민원이 두려워 배경 설명을 생략하고 단순히 교과서만 읽는 수업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일베 용어를 사용하며 낄낄거리거나, "선생님 좌파냐?"는 질문을 공공연히 하는 학생들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사노조는 "헌법·법률에 보장된 교육과정도 제대로 가르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교사의 전문성과 교육 자율성이 완전히 붕괴됐고, 퇴근 후 사생활까지 감시·통제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왜곡된 민원으로부터 교육권을 보호하고 시민으로서 정당한 정치 참여 권리 보장을 위해 교사 정치기본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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