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국립극장 2026-2027 시즌 라인업 발표
김석일 "보수적 구성? 새 극장장 오면 보완"
국립극장은 2026-2027 레퍼토리 시즌 프로그램을 8일 공개했다. 오는 8월 21일부터 내년 6월 27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시즌은 신작 19편, 레퍼토리 12편, 상설공연 14편, 공동주최 19편 등 총 75편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김석일 국립극장장 직무대리는 "극장장 유무에 영향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전 극장장 시절부터 준비 과정을 거쳐서 기획된 프로그램들"이라면서 "새로운 레퍼토리를 이어가는 부분도 주목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극장장이 계실 때에 준비하는 것보다는 여러 가지 미진한 부분들이 있을 수 있고, 레퍼토리 구성이 보수적이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새로운 극장장이 오면 보완해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립창극단·국립무용단·국립국악관현악단 등 국립극장 전속단체들은 각 단체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신작과 더불어 작품성이 검증된 대표 레퍼토리들을 무대에 올린다.
특히 '더블빌:시나위'는 시나위를 주제로 배정혜 안무의 '살풀이 生'과 배진호 안무의 'AHRA'(아라)로 구성됐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배진호 안무가는 "'아라'라는 작품은 아리랑 노래 속에 있는 추임새 '아라'를 갖고 와서 선정된 작품 제목"이라며 "이번 작품 속에서는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정서인 한과 애(哀)의 감정적인 상태를 오로지 몸으로서 표현하며 관객들과 소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립무용단은 조흥동·정구호의 대작 '향연'을 비롯해 '미인', '파이브 바이브' 등을 재공연한다.
올 연말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르는 '향연'(12월 19~26일)은 조흥동을 비롯한 한국 춤의 대가들이 모여 종묘제례의 궁중무용, 바라춤과 같은 종교의식무, 장구춤과 같은 민속춤을 사계절 변화로 풀어낸 작품이다. 정구호 연출이 무대 위에 담아낸 한국의 미학과 50여 명의 무용수가 펼치는 압도적인 스케일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2025년 초연과 동시에 화제를 모은 '미인'(2027년 4월 1~4일, 해오름극장)과 '파이브 바이브'(2027년 4월 1~4일, 달오름극장)도 재공연이 예정돼 있다.
김 예술감독은 '미인'에 대해 "한국의 전통적인 미인상뿐만 아니라 현대적 감각으로 미인을 어떻게 재해석하는지 살피고 타깃을 엠지(MZ) 세대로 했었다"며 "엠지 세대의 관객이 20% 이상 늘었고, 4일 내내 매진이었다"고 했다.
남성 무용수들로 구성된 '파이브 바이브'에 대해선 "우리 전통 춤의 호흡이라든지 정중동이나 이런 원리들 다섯 가지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했다"며 "이 작품도 굉장히 호응도가 좋아서 내년쯤 해외 또는 지방에 순회 공연을 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립창극단은 서양 고전을 바탕으로 한 신작 '오이디푸스'와 판소리를 새롭게 해석한 '춘향'을 주요 라인업으로 내세웠다.
유은선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은 이번 시즌의 방향성에 대해 "저희가 이번 시즌에서 가장 중심을 두고 있는 작품이 11월에 선보이는 오이디푸스"라며 "여성 창극은 아니지만 배역의 중심에 여성을 둬서 좀 더 섬세하고 내면의 깊이를 선보이는 작품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상반기 예정된 '춘향'에 대해서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관계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사랑의 의미를 창극의 다양함으로 풀어보자고 해서 작업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성 오이디푸스를 전면에 내세운 '오이디푸스'(11월 26일~12월 5일, 달오름극장)를 통해 서양 고전을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
또한 요나 김 연출의 '춘향'(2027년 6월 24~27일, 해오름극장)은 익숙한 사랑 이야기를 넘어 작품 속 다양한 인물과 관계를 재해석한다. 고전의 서사와 메시지를 답습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오늘의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질문과 동시대적 감각으로 다시 풀어내며 창극의 표현 영역을 확장할 예정이다.
유 예술감독은 최근 국립창극단 간판 스타 김준수와 유태평양이 퇴단한 것에 대해 "늘 그만둘 것에 대비하고 있었지만 막상 그만두니까 대비가 어려운 건 사실"이라면서 "이번 신입단원 선발 때 남녀 구별 없이 가장 잘하는 사람으로 뽑자고 해 남자 단원 3명이 뽑혔다. 이들 모두 다 주인공으로 키울 수 있는 잠재력 있는 실력자"라고 답했다.
이어 "이전에 남상일 박애리 씨가 그만두고 나서 그 자리에 차고 올라온 이들이 김준수, 유태평양 씨였다"며 "현존하는 단원들 중에서도 뛰어난 단원들이 많지만, 신입 단원과 함께 그 자리를 메꿔 나가도록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국립국악관현악단도 국악관현악을 오늘의 음악 언어로 확장하는 관현악 시리즈를 선보인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시대별 협연곡의 흐름을 조망하는 '협연의 연대기'(9월 18일, 해오름극장)를 비롯해 실제 온라인 게임에 사용될 음악을 창작하는 '음악 오디세이:거상'(2027년 3월 19일, 해오름극장), 새로운 국악관현악 레퍼토리를 발굴하는 '신보(新譜)'(2027년 6월 11일, 해오름극장)까지, 국악관현악이 음악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변화하는 창작 환경과 플랫폼을 적극 수용하며 동시대 문화와 만나는 접점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줄 예정이다.
채치성 국립국악관현악단장 겸 예술감독은 국악관현악의 역사적 맥락을 짚는 동시에 서양 지휘자와의 이색 협업을 핵심으로 꼽았다.
채 예술감독은 이번 시즌 주안점에 대해 "두 개의 작품을 꼽는다면 첫 번째 '협연의 연대기'는 70년대, 80년대, 90년대부터 쭉 현대까지 오면서 전통 음악을 소재로 한 창작 음악이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가를 알 수 있다"며 "우리 관현악 발전의 역사를 알 수 있는 무대로 하는 데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석원 지휘자와 함께하는 '2026 디스커버리'에 대해서는 "국악 관현악의 자유로운 호흡과 장단 위에 서양 음악 지휘자의 역동적이고 입체적인 해석을 더한, 익숙한 우리 음악을 어떻게 다르게 보여줄지에 주안점을 둬서 이 관현악 시리즈를 만들었다"고 했다.
이번 '2026 디스커버리' 공연의 지휘를 맡은 홍석원 지휘자는 "서양 음악과 우리 전통 음악을 융합시켜서 새로운 장르까지는 조금 거창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뭔가 더 새로운 것을 혁신적으로 보여줄 수 있느냐에 중점을 두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와 함께 국립극장은 무장애 공연의 일환으로 판소리계 고전 소설 '옹고집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음악극 '옹옹옹'도 무대에 올린다. 강훈구 연출가는 "'옹옹옹'은 가짜와 진짜 사이에서 일어나는 코미디에 좀 더 집중한 유쾌한 음악극"이라며 "내가 지니고 있는 몸, 지위, 젠더, 재산 이런 것들은 과연 진짜였을까라는 깊은 질문까지도 전달할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어 보려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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