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전쟁 공포에 수급 부담 가중
반도체 레버리지 ETF가 키운 폭락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국내 시가총액 1, 2위인 대장주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6%대 급락하면서 코스피 지수가 장중 5% 넘게 급락했다.
이에 따라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매도 사이드카)가 잇따라 발동되며 이틀 연속 시장이 냉각됐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 가능성 등 글로벌 지정학적 위기가 재고조되며 투자심리를 급랭시킨 가운데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과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의 기계적 매도 폭탄이 결합하면서 낙폭을 걷잡을 수 없이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크게 흔들린 데는 반도체 업종에 대한 불안 심리가 기저에 깔려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결국 낙폭을 키운 결정적 요인은 이란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이로 인해 유입된 수급 부담이 지수 급락을 부추겼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 연구원은 다만 "미국 시간외 선물은 상승폭을 축소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반발 심리가 강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 증시의 하락이 지속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당장 시장의 발목을 잡은 것은 수급 왜곡이다. 지수 하락 시 보유 주식을 강제로 털어내야 하는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의 구조적 특성이 반도체 대형주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지수 반등을 노리고 흘러 들어왔던 레버리지 자금이 오히려 지수 발목을 잡는 부메랑이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주가가 폭락했던 여진이 지속되고 있다. 메모리 가격 상승률의 3~4분기 둔화 우려, 실적 피크아웃 불확실성 잔존한다"면서 "미국 마이크론이 -1%대, 샌디스크가 +0.2%대를 기록 중임을 감안할 때 국내 반도체주 중심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발 수급 꼬임 현상이 심화됐다"고 설명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인공지능(AI)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레버리지 ETF 효과까지 더해져 시장의 변동성 우려가 극대화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지수가 소폭만 하락해도 기계적 매물이 쏟아지며 낙폭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는 취약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지난달 장중 9300선을 돌파했던 지수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7200선까지 밀리면서 국내 증시가 정점을 지나 하락 전환하는 것 아니냐는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최근의 반도체주 조정을 일시적인 잡음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가파르던 실적 성장세가 점차 둔화할 수 있다는 신중론에도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자체는 하반기와 내년까지 우상향 흐름을 이어가며 양호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마진이나 실적의 '증가율' 같은 지표들은 하락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이어 "시장 컨센서스에 따르면 분기 기준 영업이익 전년 동기 대비(YoY) 증가율은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SK하이닉스는 올해 2~3분기가 정점이 될 것"이라며 "연간 기준으로도 올해 실적이 워낙 폭증한 탓에 증가율 면에서는 올해가 단기 고점이 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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