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허위조작정보의 폐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하는 악의적인 주장, 재난과 감염병 국면마다 횡행하는 음모론, 특정 개인을 겨냥한 사이버렉카식 허위정보 장사 등 그 정도가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그 피해는 당사자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로 남았다.
조회수와 광고수익을 위해 타인의 삶과 우리 사회 보편적 정서를 훼손하는 행위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 자체는 정당하다. 디지털 공간에서 허위정보의 전파 속도와 파급력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위력적이다. 사회적 혼란과 갈등을 부추기는 악의적 정보 유통에 대해 제도적 기준을 세우고 책임을 묻는 논의는 반드시 필요하다. 사실 확인(팩트체크)이라는 기본 원칙 앞에서는 언론 역시 예외일 수 없다.
문제는 필요성이 곧 규제의 정당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의 표현을 제한하는 법률은 그 목적이 아무리 선해도 기준과 절차가 엄격해야 한다. 이른바 '가짜뉴스 근절법'으로 불리는 '개정 정보통신망법'을 둘러싼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은 법 시행 직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개정법이 '입틀막법'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이는 과도한 정치적 선동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방미통위도 지난 6월 말부터 약 2주 사이 수차례 반론·설명자료를 내고 "정부가 허위조작정보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다", "사적 메시지는 대상이 아니다", "형사처벌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적극 반박했다.
그러나 방미통위의 해명은 정작 핵심 질문 앞에서 멈춰 선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어떤 표현을 허위조작정보라고 판단하느냐'는 본질적인 질문이다. 정부가 직접 판단하지 않고 플랫폼의 자율정책에 맡긴다는 해명은 답이 아니라 또 다른 질문의 시작일 뿐이다.
정부가 직접 지우지 않는다고 해서 검열의 우려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법적 책임과 과태료 부담을 떠안은 플랫폼 기업이 신고와 민원, 감독 당국의 눈치를 보며 애매한 게시물을 선제적으로 삭제한다면 결과는 매한가지다. 국가 권력의 직접 검열이라는 이름을 달지 않았을 뿐, 교묘한 형태의 '사적 과잉 검열' 우려가 남아 있다.
허위조작정보라는 개념도 여전히 추상적이다. 정치적 표현과 권력 비판은 사실과 의견, 추정과 평가, 풍자와 과장이 복합적으로 뒤섞여 있기 마련이다.
정치적 표현은 사실과 의견, 추정과 평가, 풍자와 과장이 뒤섞여 있다. 권력 감시는 때로 불완전한 단서에서 출발한다. 이 영역에 '일부 허위', '부당한 이익', '공공의 이익 침해' 같은 문구가 거칠게 적용되면 악의적 허위정보 장사꾼보다 작은 언론, 시민기자, 내부고발자가 먼저 위축될 수 있다.
'공익보도 보호장치가 있다'는 정부의 설명도 현장에서는 공허하게 들린다. 수년이 걸리는 소송 끝에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은 자금력이 취약한 작은 언론 매체나 개인에게 실질적인 방패가 되지 못한다. 법적 분쟁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것 자체만으로도 언론의 취재 활동은 마비된다. 표현의 자유 침해는 법원의 판결문이 나오기 훨씬 전에 이미 시작되는 법이다.
정부가 비판을 대하는 태도 역시 가볍지 않다. 막강한 규제 권한을 쥔 정부라면 감정적 반박보다 치밀한 설명을, 훈계보다 촘촘한 안전장치를 먼저 내놓아야 했다.
허위정보를 이대로 방치하자는 게 아니다. 다만 허위정보 대응은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라는 민주주의의 토대 위에서 정교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자의적 해석을 막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플랫폼의 과잉 삭제를 제어할 불복 절차, 그리고 공익적 취재와 보도를 지킬 실효적인 보호장치를 법제화해야 한다. '입을 막는 법이 아니다'라는 말의 성찬으로는 부족하다. 권력이 언론과 시민의 입을 결코 막을 수 없는 제도적 구조를 스스로 증명해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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